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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돈 한국영화 ①] 죽쑤던 ‘달러머니 한국영화’, 마침내 뜨다

폭스와 워너가 직접 제작한 ‘곡성’과 ‘밀정’ 동반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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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3호 윤지원⁄ 2016.10.04 10:09:37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직접 제작한 한국영화 '밀정'이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올해 개봉된 20세기폭스코리아(주)의 '곡성'과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의 '밀정'이 나란히 700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에 진출한 할리우드 영화사인 20세기폭스코리아는 2010년부터 한국에서 여러 영화를 만들어 발표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하다가 올해 ‘곡성’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에 이어 조심스레 한국 시장에 접근한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첫 작품 ‘밀정’으로 히트를 쳐 ‘미국 돈으로 만든 한국 영화’ 본격 등장시대를 알렸다.

미국의 여러 산업 중에서도 영화 산업은 세계 최첨단이요, 또한 평소에는 각자 나름대로 활동하다가 영화를 만들 때면 감독, 배우, 스태프가 모여 한 작품을 이뤄내고 다시 해산하는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은, 과거의 평생직장 개념에서 재능을 중심으로 뭉쳤다 흩어졌다 하는 21세기 ‘네트워크 경제’의 가장 좋은 모델로 꼽히기도 한다. CNB저널은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의 제작 방식과 흥행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계기로 향후 한국 영화 시장에 일어날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 직접 제작한 한국영화 '곡성'이 7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성공했다.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폭스와 워너가 직접 제작한 ‘곡성’과 ‘밀정’ 동반 흥행


영화 ‘밀정’이 9월 마지막 주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또 하나의 한국 영화가 높은 흥행 수치를 기록했다는 사실보다, 이 영화를 제작‧배급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에 관해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또 다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20세기폭스의 한국 직배사가 제작·배급한 ‘곡성’이 이에 앞서 지난 5월 7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 모은 데 이은 연속 히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세기폭스와 워너브러더스는 미국의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메이저 스튜디오(투자, 제작, 배급을 겸하는 대형 영화사)들이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최첨단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제작하고, 연간 30편이 넘는 대작 라인업을 구축한다. 그리고 전 세계 배급망을 통해 자기들의 영화를 유통시켜 매년 수조 원 단위의 매출을 올린다.


그런 그들이 한국에서 한국영화 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사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제작한 한국영화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저 두 영화가 올해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이뤄낸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두 영화 모두 한국영화 흥행 베스트 10 진입


두 영화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불러 모은 관객은 1400만 명에 달한다. 먼저 ‘곡성’이 687만 9908명(이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을 동원하며 성공했다. ‘곡성’은 2016년 3분기까지 집계된 연간 박스오피스 순위 7위에 올라 있다. 올해 개봉한 236편의 한국영화들 중에서는 6위에 해당된다.


설날 영화였던 ‘검사외전’(907만 6696명) 이후 ‘곡성’이 개봉한 5월 중순까지 한국영화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해어화’, ‘시간이탈자’,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 4, 5월 기대작들이 모두 부진하면서, 2011년부터 한 번도 5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마저 불안해보였다.


그러나 ‘곡성’이 개봉하자마자 빠른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견고한 비브라늄 방패로 1위를 사수하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곡성’이 날린 살을 피하지 못하고 2위로 내려앉았다. 3주차에는 폭스코리아가 배급하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게 관대하게 1위 자리라는 미끼를 던져주며 협공으로 박스오피스를 차지했으나, ‘엑스맨’은 관객 수가 ‘곡성’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불과 2주 만에 아래 순위로 빠르게 밀려났다.


9월 14일 개봉한 영화 ‘밀정’은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면서 14일째인 27일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넘겼다. 이어 다음 날엔 706만 8526명에 도달해, 누적 관객 704만 6861명을 기록한 ‘인천상륙작전’을 넘어섰다. 날이 갈수록 스크린 수와 일일 관객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주말이 오기 전에 ‘터널’(누적 관객 712만 452명)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밀정’은 3분기까지의 전체 박스오피스 순위 4위, 한국영화 중 3위에 오르게 된다. 당장 이번 주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등이 출연하는 ‘아수라’가 새로 개봉했고, 이후 연말까지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의 ‘마스터’ 등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차례로 포진해 있기는 해도 ‘밀정’이 2016년 한국영화 최종 흥행 순위 5위권 안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순위

영화명

개봉일

관객수

배급사

1

부산행

2016-07-20

1156만 4522명

(주)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2

검사외전

2016-02-03

970만 6696명

(주)쇼박스

3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04-27

867만 7249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4

터널

2016-08-10

712만 452명

(주)쇼박스

5

밀정

2016-09-07

711만 1376명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6

인천상륙작전

2016-07-27

704만 6861명

씨제이이앤엠(주)

7

곡성

2016-05-12

687만 9908명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8

덕혜옹주

2016-08-03

559만 5793명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

9

*주토피아

2016-02-17

470만 4979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10

아가씨

2016-06-01

428만 7779명

씨제이이앤엠(주)

[표1] 2016년 박스오피스 순위표 (2016년 9월 30일 00시 기준)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표시는 미국영화


관객 700만 명은 분명 대단한 숫자다. 큰돈을 들이고 흥행이 될 만한 요소를 모두 동원한다 해도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하지만 역대 이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는 30편이나 있고, 이들 대부분은 최근 10년 사이에 나왔다. 표1에서 보듯 올해 박스오피스 베스트 10에는 한국영화가 여덟 편이나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가 아닌 ‘곡성’과 ‘밀정’의 흥행 성적과 순위를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이 두 영화로 인해 기존의 한국영화 시장의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첫 한국영화 직접제작 작품 '런닝맨'.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할리우드 돈이 한국영화를 만들다


‘곡성’과 ‘밀정’은 분명 한국영화다. 그런데 이 두 영화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한국 내 자회사에 의해 제작‧배급되었다. ‘곡성’은 20세기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FIP)의 한국지사가 제작하고, 20세기폭스코리아(주)(이하 폭스코리아)가 배급했다. ‘밀정’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이하 워너코리아)가 제작 배급했다.


폭스코리아와 워너코리아는 각각 미국의 20세기폭스와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한 영화를 한국에 수입하는 역할만 하다가 1990년대 말부터 나란히 직배를 시작했다. 이후 십 수 년 동안 두 회사의 라인업은 대부분 모기업의 영화들로 채워져 있었다.


폭스코리아는 직배를 시작하던 무렵에 ‘짱’, ‘카라’ 등의 한국영화를 배급하기도 했지만, 전략적으로 한국영화 제작 및 배급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8년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FIP)을 출범시키면서부터다.


FIP는 20세기폭스가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등에 비해 영화제작 편수가 부족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만든 부서다. 기존 영화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에 밀린 20세기폭스는 새로운 시장 개척의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자국영화 시장점유율이 높은 나라에 들어가서, 그 나라 언어로 된 그 나라 영화를 제작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이에 자국영화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발리우드’의 나라 인도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스페인 등에서 현지 영화를 합작 및 직접 제작하는 데 나섰다.


▲'곡성'의 포스터.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밀정'의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몸 풀린 폭스와 첫 타석 홈런 워너


그리고 자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한국이 예외일 리 없었다. 또한 한국 영화 시장의 규모는 세계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FIP는 2010년 작 ‘황해’의 제작비 일부를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영화 제작에 정식 참여하기 시작했고, 2013년에 개봉한 ‘런닝맨’을 처음으로 직접 제작했다. 그리고 ‘슬로우 비디오’와 ‘나의 절친 악당들’을 차례로 제작했다.


이들 영화들의 흥행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20세기폭스라는 브랜드의 한국영화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것은 ‘곡성’이 처음이다. 하지만 앞의 시도들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긍정적으로 반영된 결과가 ‘곡성’의 성공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워너코리아는 2001년 ‘와니와 준하’를 배급한 것을 제외하면 한국영화에 손을 댄 적이 없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는 갈수록 소재가 고갈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한계를 절감하고 20세기폭스와 비슷한 해결책을 추구했다. 이에 워너브러더스도 해외 현지 영화 제작을 전담할 프로덕션을 설치하고 현지 영화 제작과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런 결정에 따라 워너브러더스는 워너코리아의 새 수장으로 프로듀서 경험이 풍부한 최재원 대표를 뽑아 앉혔다. 그리고 운 좋게도 첫 번째 제작 영화인 ‘밀정’이 시행착오 없이 바로 성공을 거두었다.


‘밀정’의 흥행에 대해 한 현직 영화 프로듀서는 “FIP가 여러 번 제작과 흥행 실패를 반복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워너코리아가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고 애쓴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과감한 시도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애쓴 흔적이 화면에서 자주 보였다”고 덧붙이면서, 작년부터 많은 사람이 ‘밀정’이 1천만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는 달리 추석 연휴를 끼고도 흥행 속도가 붙지 않은 것이 지나치게 조심한 결과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표. (사진=연합뉴스)


‘맡기면 자유 주는’ 미국 시스템과,

‘맡긴 뒤 참견 계속’ 한국 시스템


할리우드 직배사가 직접 만든 한국영화 ‘곡성’과 ‘밀정’이 흥행했다는 사실을 통해 한국영화 시장의 형세가 바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700만 이상을 동원했던 한국영화는 ‘밀정’까지 30편이다. 그리고 50위는 500만 이상인 영화도 50편이 넘는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열네 편이 1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사극으로는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 (사진=시네마서비스)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표에서 ‘곡성’과 ‘밀정’, 그리고 시네마서비스가 배급한 '실미도'(2003년)와 '왕의 남자'(2005년)를 제외한 27편의 한국영화는 모두 한국영화 4대 메이저라고 부르는 CJ E&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배급한 영화들이다. 지금까지 700만 이상 흥행작들은 모두 이들 4대 메이저의 배급을 통해서만 나왔다는 것이다.


그 범위를 5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로 확장해보아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위에서 예외로 둔 네 편을 제외한 52개 작품이 저 4개 회사의 배급을 거쳤다.


흥행 성적 100위 안에 들면서 4대 메이저 배급이 아닌 한국영화는 ‘곡성’, ‘밀정’을 포함해 열 편에 불과하다. 시네마 서비스와 싸이더스 같은 당시의 메이저 회사들을 감안하면, 이 리스트에서 이질적인 배급사는 폭스코리아(‘곡성’)와 워너코리아(‘밀정’), 그리고 와우픽쳐스(‘귀향’)만 남는다.


그런데 직배사인 폭스코리아와 워너코리아는 다양성영화 전문 배급사인 와우픽쳐스보다는 4대 메이저인 CJ,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뉴(NEW) 쪽으로 분류하는 것이 어울린다. 두 회사의 시장 영향력을 생각하면, 올해 ‘곡성’과 ‘밀정’의 흥행 베스트10 진입은 기존에 한국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4대 메이저에 2개의 메이저 제작사가 늘어났다는 결론일 수도 있다. 아직 두 회사의 한국영화 라인업이 많지는 않지만, 한국영화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영화를 대상으로 확장해서 통계를 보면, 이런 전망이 좀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20세기폭스코리아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 제작비의 20%를 투자했다.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할리우드 직배사는 시장의 영원한 강자


전체 영화를 대상으로 한 배급사별 점유율 통계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배급사별 점유율 5위 안에는 직배사 한두 곳이 반드시 포함됐다. 특히 2014년 배급사별 관객점유율에서 소니, 워너, 폭스가 나란히 3~5위를, 2015년에는 디즈니, 폭스, UPI(유니버설 픽쳐스 인터내셔널)가 3~5위를 차지했다.


2015년 배급사별 점유율에서 폭스코리아는 4위, 워너코리아는 8위를 차지했다. 작년에 폭스코리아 배급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기록한 영화는 612만 9681명이 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였다. 워너코리아는 불과 384만 2441명이 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였다.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50%를 넘는 시장에서 직배 영화 위주로 이런 순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직배사, 즉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2위 자리가 계속 바뀌는 와중에도 CJ가 부동의 1위를 유지한 것은, CJ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CGV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고, 특히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중 하나인 드림웍스의 독점 배급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4, 15년 배급사별 점유율 순위에는 1위부터 5위까지 네 자리를 직배사가 차지한 것과 다름없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서 '악질 형사'를 준비 중인 이정범 감독의 흥행작 '아저씨'. (사진=CJ E&M)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NEW)가 배급한 한국영화 '뷰티 인사이드'. (사진=NEW)


한국영화 점유율이 높다고 해도 나머지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들 직배사들이 공급하는 할리우드 영화들이다. 소재 고갈이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지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여전히 뛰어난 볼거리로 무장한 첨단 블록버스터 영화들로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4대 메이저 회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지닌 폭스코리아와 워너코리아가 700만 흥행 영화 한편씩을 추가로 만들어냄에 따라 올 연말 점유율 통계에서 이 두 회사가 작년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 ‘곡성’과 ‘밀정’의 흥행 성공이 의미하는 것은, 할리우드가 ‘높은 한국영화 점유율’이라는 한국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깨달았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폭스와 워너의 다음 한국영화 라인업


한편, 두 회사는 앞으로 한국영화 직접제작을 이어갈 예정이다. 먼저 FIP와 폭스코리아는 임진왜란 당시를 배경으로 세자 광해군과 군역을 대리하는 브로커들에 관한 사극 ‘대립군’의 촬영을 시작했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이정재, 여진구 등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


워너코리아는 더 많은 라인업을 발표했다. 우선 연말에는 이병헌, 공효진이 주연을 맡고 신인 이주영 감독이 연출하는 ‘싱글라이더’가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과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 포진하고 있다. 박훈정 감독의 ‘VIP’에는 장동건, 김명민, 이종석 등의 스타 군단이 캐스팅되어 있고, 이정범 감독은 ‘악질 경찰’이라는 제목의 액션 스릴러를 준비 중이다.


‘밀정’ 개봉 당시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워너코리아는 이 외에도 내부 계약이 완료된 작품이 서너 편 있고, 신인 감독들과 진행하는 작품도 따로 있다. 또 영화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폭스코리아도 현재 유명한 감독 몇 명과 계약을 맺은 상태고, 신인 감독들의 작품 제작에 관한 논의도 여러 건 진행하고 있다.


▲20세기폭스코리아가 배급한 '킹스맨: 더 시크릿 에이전트'.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미국 투자 덕분에 활동무대 커졌다” 긍정론과 함께,

“한국 영화 위협받기 시작” 우려도


수입, 배급 위주로 사업을 해 오던 직배사들이 투자·제작까지 직접 하며 덩치 키우기를 하는 모습은 국내 4대 메이저 회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일이다. 각각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을 소유한 대기업인 CJ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안 그래도 최근 몇 년간 할리우드 직배사들에게 점점 점유율을 내주고 있었다. 그 동안은 주로 마블 시네마가 일으킨 슈퍼 히어로 영화 붐이 너무 막강하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올해는 전공과목인 한국영화 제작·배급에서 힘을 못 썼다는 평가를 듣고 있으니 대기업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 영화산업을 리드해 온 경험과 혜안으로 벌써 다음 단계의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2015년 국내 영화 시장은 총 관객 수 2억 1729만 명에 달해 3년 연속 2억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양적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1인당 영화 관람 회수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통계 등은 국내 영화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성장이 멈출 시점이 임박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만든다.


반면 2015년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 실적은 전년대비 12%나 감소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50%가 넘긴 하지만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춘 영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다. 메이저 배급사들이 주력하는 소수의 대작 영화들 외에 나머지 다양한 규모의 영화들의 소외되고 있는 양극화 현실도 수출 실적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국내 메이저 회사들이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딛고 성장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공교롭게도 20세기폭스와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


CJ E&M과 뉴(NEW)는 CJ차이나, 화책합신 등의 중국 현지 법인을 세워 중국 현지 영화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CJ와 뉴(NEW)가 제작·배급해 인기를 끌었던 ‘수상한 그녀’, ‘뷰티 인사이드’ 같은 한국영화들의 중국판 리메이크 영화를 제작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한국 스타 감독이 중국 영화를 연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시나리오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노력을 키워가고 있다.



4대 메이저, 각성과 재정비 기회로 삼아야


한편, 일선 제작 현장에서 활약하는 영화인들은 할리우드 직배사의 한국영화 직접 투자-제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현재 새로운 상업영화의 프리프로덕션을 진행 중인 한 한국영화 프로듀서는 “할리우드 직배사는 새로운 투자 세력일 뿐 아니라 양질의 자본을 가진 세력이므로 이것은 순수하게 영화 제작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더 많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입장의 영화인들은 (기회가 오면)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두 회사가 한국영화 제작에 임하는 방식에 관해서는 “감독이나 프로듀서에게 창작에 관한 많은 것을 일임한다고 들었다”며, “자신들의 시스템을 강요하지 않고, 열린 태도로 창작자들의 선택을 존중해서 자유를 많이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국내) 투자사들은 창작자들에 대한 간섭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였다”며 “캐스팅 간섭, 시나리오 수정 강요는 물론, 감독 또는 제작자의 고유 권한인 편집권에까지 개입하는 사례도 있다”고 기존 한국영화 제작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꼬집었다.


또한 국내 4대 메이저 영화사의 반응에 관해서는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더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점유율을 뺏기더라도, 그동안 너무 고여 있었다는 각성과 재정비의 기회로 삼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위협이라기보다는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자유 경쟁으로 받아들인다”며 “역으로 우리 한국영화가 해외로 진출하는 계획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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