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미술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저자 이주은은 빅토리아 시대 미술을 지금 선보이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는 단독 가구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결혼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제도이던 시대도 지났는데, 아직도 삶의 환경이나 사고방식은 가족 단위에 머물러 있다. 그것은 결혼이 고정관념이 되었기 때문인데, 이처럼 인간을 결혼과 가족의 틀 안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때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이때가 ‘결혼’과 ‘성’이라는 기준을 통해 여자를 매우 구체적으로 분류해서 편견을 강화한 시기라는 점을 두 번째 이유로 든다. “나이가 찼는데도 청혼 받지 못하면 ‘문제 있는’ 여자, 결혼은 안 하고 오랜 연애 상태에 있으면 ‘알 수 없는’ 여자. 그 밖에도 남편을 먼저 죽게 만든 ‘기 센’ 과부, 직업적 야망이 커서 ‘가정에 위협적인’ 여자, 책을 과하게 읽어 따지기 좋아하는 ‘피곤한’ 여자, 피임을 하며 몸의 자유를 즐기는 ‘이기적인’ 여자 등, 입담에 오르내리던 여자들의 종류를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여자에게 들러붙어 있는 고질적인 편견들에 대해 논하려면, 빅토리아 시대의 여자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은 필수”라고 말한다.
이에 저자는 우리가 결혼과 가족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 여성에 관한 편견의 역사적 맥락을 빅토리아 시대 라파엘전파의 그림을 통해 살펴볼 것을 권한다.
아름다운 명화로 여겨지는 라파엘전파의 작품들에는 아름답다는 수식어 하나로 설명될 수 없는, 사회적 함의가 다수 숨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회적 함의와 비밀들을 밝히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고정관념의 역사, 특히 여자에 대한 편견의 역사적 맥락을 그림이라는 단서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냄으로써, 지금 우리의 모습을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라파엘전파: 영국 왕립 미술원에서 최고의 존경의 대상이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이상화된 미술을 비판하며, 영국 아카데미 미술에 반기를 든 진보적인 예술가 단체
이주은 지음 / 1만 7500원 / 이봄 펴냄 / 264쪽
김연수 breezeme@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