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제네시스 ②] ‘19세기 전설의 명차’와 나란히
(CNB저널 = 이상면 문화예술 편집위원(연극영화학 박사))
‘名車’ 만나러 몬터레이로 가다
필자와 일행은 샌프란시스코부터 북캘리포니아의 멋진 해안선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2시간 가량 달려 몬터레이(Monterey)라는 소도시에 도착했다. 여기는 남북으로 길쭉한 캘리포니아 주의 중간 지점이다. 우리는 좀 들떠 있었는데, 왜냐하면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아름다운 소도시(유명한 페블 비치 골프장이 있는, 미국 내 최고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에서 희귀한 자동차들을 모두 볼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차편으로 우리는 제네시스 G90을 제공받았는데, 사실 예상보다 잘 달렸고 편안했다. 주행과 안전을 위한 첨단기술 장치도 다 장착되어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국제적 경쟁력이 있다”고 할 만했다. 한국 자동차를 외국 차와 비교할 때 독일 차나 일본 차에 비해 “뚜렷한 격차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생각으로 제네시스 G90을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미국 도로 상에서 이 정도 퍼포먼스와 모습으로 다가온다면 시각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현재 이 차가 세계시장에서 유명 브랜드는 아니지만, 수 년 내에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몬터레이에 온 우리는 도시 여기저기를 지나가며 호기심에 가득 차 자동차 전시장들로 갔다. 매년 8월 하순에 열리는 ‘몬터레이 자동차 주간(Monterey Motor Week)’에는 19세기 말 자동차들로부터 미래의 차까지 온갖 종류의 자동차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여러 전시장들 가운데에서는 페블 비치(Pebble Beach) 골프장에서의 전시도 있었다.
▲태평양변 페블 비치 골프장 길을 따라 전진하는 클래식카. 차의 유려한 곡선과 컬러, 그 차에 탄 신사-숙녀 커플,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55만원 입장권을 내고 들어온 갤러리까지, ‘미국 부자들이 멋있게 노는 법’을 한 자리에서 보는 경험이었다.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소형 비행기를 위한 비행장이 자동차 전시회장이 됐다. 천편일률적인 한국의 지방 축제보다, 이렇게 특색있는 행사를, 좋은 경관에서 개최하면 실속있겠다 하는 생각을 현장에서 해봤다.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골프장에 줄맞춰 미모를 자랑하는 클래식카들. 멀리 공중에 띄워놓은 자동차 모양 풍선까지, 자연과 인공이 모두 멋진 축제의 현장이다.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입장료 55만 원짜리 산속 골프장의 자동차 전시
우리는 몬테레이 근교에 있는 경비행장(Jet Center)에서의 전시부터 구경했다. 소형 비행기들이 있는 가운데 최신 자동차들이 야외와 행사장 안에 전시돼 있었다. 이 행사는 1900년대 초반부터 열려왔다는데, 클래식카와 미래차들이 넓은 비행장을 활용해 여기저기에 전시되어 있다.
이날 개장 첫날 저녁부터 많은 방문객들이 옷을 잘 차려입고 들어오고 있었다. 입장료는 간단한 음식과 음악 공연을 포함해서 500달러(약 55만 원) 가량 한다는데, 일찍이 매진되었다고 한다. 물어보니 이 행사는 대중에 오픈돼 있지만, 대부분 부유층들이 온다고 한다.
▲몬터레이 자동차 주간에 맞춰 현대 제네시스가 내놓은 콘셉트카 ‘제네시스 뉴욕’.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이 행사에는 세계의 여러 자동차 회사들과 더불어 제네시스도 후원에 참여했다. 입구 들어가자 바로 왼쪽의 작은 비행기 옆에 흰색 제네시스 G90가 보인다. 이렇게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게 좋다. 무엇이든 세계 행사들 가운데에 한국도 있다는 것이, 우리가 단순히 들러리 구경꾼이 아니라는 의식을 불어넣는다. 과거와 달라진 게 이런 거 아닐까. 아무튼 세계의 많은 문화 행사에 한국이 자꾸 끼었으면 한다.
다음 날 우리는 퀘일(Quail) 골프클럽으로 갔다. 풍광이 좋은 산의 골프장인데, 자동차 전시는 대부분 평탄한 지면이어서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데에 지장이 없었다. 우리는 산의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세계의 명차들을 구경하는 분위기를 즐겼다.
▲미국 최고의 명승지 중 하나인 몬터레이 시내의 고풍스런 레스토랑 앞에 멈춰선 G90. 고풍과 첨단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여기에는 최신형 자동차들도 있지만, 대부분 클래식카들과 스포츠카, 슈퍼카(1인용 차)들로서 1900년대 초반부터 최신형 모델까지 전시돼 있었다. 포르쉐나 BMW, 부가티, 페라리, 벤틀리 같은 유명 회사들은 각기 자기만의 공간(텐트나 무대 등)을 마련해 멋을 냈다. 자동차의 역사를 보는 듯하다. 국내에는 몇 대 안 될 것 같은 옛날 차들이 이렇게 수백 대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니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여기 전시된 차들에게서 중요한 점은 ‘현재 작동된다’는 것이다. 즉, 아직도 타고 다닐 수 있고, 그래야만 전시 자격이 주어진다.
1930년대 스포츠카의 산속 질주 경쟁
다음날 우리는 다른 산으로 가서 자동차 경주를 참관했다. 산언덕을 깎아 만든 경주 트랙에서 갖가지 날렵한 차들이 굉음을 울리며 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망대에서 보았는데, 걸어 나가 경주 트랙 가까이에 갈 수도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옛날 클래식카들도 경주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최근에 나온 무섭게 질주할 수 있는 스포츠카들만이 아니라, 1960년대나 70년대 스포츠카들과 심지어 1930년대의 자동차들도 경주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서로 섞여서 경쟁하는 것은 아니고, 시대별로, 배기량별로 나뉘어 경쟁한다. 즉, 1930년대 클래식카 A1, A2… 그룹, 60년대 스포츠카 팀, 1500cc/2000cc 이하 등으로 그룹이 나뉘어 경쟁하니 합리적인 구성이다.
페블 비치 골프장의 클래식카와 콘셉트카
우리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장인 페블 비치(Pebble Beach)의 자동차 전시였다. 이 골프장은 바닷가에 접해 있어 바다를 향해 넓은 전망을 선사하고, 완만한 평지의 잔디에서 항상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골프를 칠 수 있다. 이 멋진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에는 카페ㆍ바와 레스토랑, 숙소 등이 마련되어 있는데, 시내 고급 호텔보다 시설보다 더 좋아 보인다.
▲유서깊은 페블 비치 골프장의 녹색 잔디 위에 전시된 멋스러운 녹색 클래식카의 아름다운 자태. 뒤쪽으로 태평양 바다가 풍취를 더한다.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몬터레이 근교 비행장에 비행기, 빨간 스포츠카와 나란히 전시된 G90.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페블 비치 골프장에서의 자동차 전시는 두 가지였다. 입구 쪽 잔디 광장에는 콘셉트카 전시가, 안으로 들어가서 바닷가 쪽 넓은 골프장에선 클래식카 전시가 열렸다. 먼저 콘셉트카 전시를 보니, 20~30대 정도만 선정돼 전시됐는데, 여기에 제네시스 콘셉트카도 있었다. 주변의 엄청난 차들 속에 청회색의 제네시스 콘셉트카도 한 자리를 차지했고, 잘 차려입은 부자들이 다가와 구경한다.
바닷가 골프장에서 열리는 클래식카 전시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자연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킨 공간에서 귀한 클래식카들이 늘어서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오후가 되면 전시된 클래식카들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모두 ‘운행 가능한’ 이 차들은 왼쪽에서부터 천천히 와서 관람객들과 심사위원들이 있는 중앙 부분을 지나가며 일종의 퍼포먼스를 한다. 여기서 평가를 하고 수상을 진행한단다. 올해의 클래식카 1등, 2등 식으로. 움직이는 과거를 보는 분위기가 감개무량할 정도였다.
이런 차 행사, 한국 지방에서도 할만 한데…
몬테레이 자동차 주간은 그야말로 자동차 천국이었다. 영화에나 나올듯한 고전적인 차들을 마음껏 보았고, 자연과 어우러진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이런 행사가 한국에서도 가능하고, 또 수익성도 있을 것 같다. 멋진 골프장은 아니어도, 지방 도시의 풍광 좋고 넓은 공간을 골라서 하고, 늦은 오후에는 음악 연주도 곁들이면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에도 자동차 문화가 많이 확산되었으니, 비싼 관람료를 요구하면서도 막상 즐기기는 어려운 축구장에서의 대형 오페라 공연 같은 행사보다는 나을 것 같다. 실속 없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서도 특징은 없는 잡다한 지방축제보다도 낫고.<다음호에 계속>
(정리 = 최영태 기자)
이상면 문화예술 편집위원(연극영화학 박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