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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돈 한국영화 ③]할리우드로부터 배운다(1) “한국영화에 리스펙트 없으면 이렇게 못하지요”

폭스·워너의 한국 공략과 한국 4대 메이저의 해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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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6호 윤지원⁄ 2016.10.24 10:24:21

▲'곡성'을 제작한 FIP는 한국영화 산업의 선진 시스템과 투명한 자금의 흐름을 신뢰하고 있다. (사진 = 20세기폭스코리아)


[시리즈 순서]

① 죽쑤던 ‘미국돈 한국영화’, 마침내 뜨다: ‘곡성’과 ‘밀정’ 동반 흥행 

② ‘4전5기’ 20세기폭스와 ‘일격필살’ 워너브러더스: 까다롭지만 일단 믿으면 “세컨드챈스 Go~"


할리우드는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수 천억 원의 제작비를 쓰고, 1만 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한다. 제작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만들어 낸 제품은 전 세계로 팔려나가 조 단위의 흥행도 기록한다. 그런 식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 영화 시장을 지배해 온 할리우드에게 해외 ‘진출’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상하긴 하다.


그러나 상황은 최근 많이 바뀌었다. 세계영화 시장은 점점 커지는데 미국 시장은 정체되어 있다. 몇몇 나라의 현지 영화가 발달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시들해졌다. 100년 동안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벌써 십 수 년 째 ‘소재고갈’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할리우드는 위기 타개를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Part 1 한국으로 몰려드는 할리우드 영화사들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인 20세기폭스가 2008년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FIP)이라는 자회사를 만든 이유는 넓어진 세계 영화 시장에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런데 언어가 다른 시장에 굳이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가져가기보다, 현지 시장에서 잘 팔릴 현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손해 볼 가능성을 줄인다. 그리고 그 콘텐츠가 현지 시장에서 성공하면 그 자체를 다른 해외 시장으로 내다팔거나, 아니면 팔릴 만한 새 콘텐츠를 거기서 끄집어내어 쓸 수도 있다. 


외부에서 찾은 재능이 할리우드 자양분


FIP는 10여 개국에서 50여 편 현지 영화를 제작해 왔다. 지금은 성과를 거둔 4~5개 나라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이다. 4년간 네 편의 영화로 시행착오를 겪고 난 뒤 올해 ‘곡성’의 흥행과 호평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FIP는 앞으로 연간 4~5편의 ‘미국돈 한국영화’를 제작하겠다고 예고했고, 한국 영화의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워너브러더스는 제작 규모 면에서 폭스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워너 역시 해외 여러 나라에서 합작 영화를 만들거나 현지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로컬 프로덕션을 운영해왔다. 한국에 관심을 가진 것은 8년 전부터지만, FIP가 여러 실험을 하는 동안 워너는 이를 조심스레 관찰해 왔고, 올 가을 ‘밀정’으로 75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NBC 유니버설과 YG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 SBS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사진 = SBS)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에도 미국 자본 침투


또 다른 메이저 영화사 NBC 유니버설은 한국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 공동 제작자로 투자 참여했다. 이는 NBC 유니버설이 처음으로 아시아 드라마에 직접 관여한 사례다. NBC 유니버설은 한국 영화의 현지 제작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 역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의 제작비 5000만 달러(약 577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한국에서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또 미국의 중소규모 투자사인 아이반호 픽쳐스와 ‘파라노말 액티비티’ ‘우이자’ 등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인 블룸하우스도 쇼박스와 손을 잡고 한국에서 공포 스릴러 장르 영화를 개발-제작할 예정이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멕시코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버드맨’, ‘레버넌트’ 등을 찍으며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다. (사진 = Focus Features)

할리우드는 오래 전부터 밖으로 눈을 돌려 왔다. 세계 구석구석까지 시장을 확장해 왔고, 그러면서 미국식 콘텐츠를 파는 데만 몰두하지 않았다.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등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 주역들을 적극적으로 할리우드로 데려갔다. 미국이 이민자들에 의해 생겨난 나라인 그대로 할리우드도 세계 곳곳에서 재능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그들을 할리우드의 일부로 만들었다.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안 됐다. 프랑스의 뤽 베송, 홍콩의 오우삼 등은 할리우드에서 ‘제5원소’ ‘테이큰’ ‘페이스오프’ 같은 걸출한 액션 영화들을 만들었다. 멕시코의 ‘쓰리 아미고(세 친구들)’라 불리는 알폰소 쿠아론(‘그래비티’ ‘위대한 유산’ 등),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버드맨’ ‘레버넌트’ 등), 길예르모 델 토로(‘퍼시픽 림’ ‘헬보이’ 등) 감독도 모두 할리우드에서 성공했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감독이 되었다.


한국의 ‘쓰리 아미고’인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도 할리우드의 초청을 받았다. 샌포드 패니치 전 FIP 대표는 “나홍진 감독에게 당장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연출을 맡겨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할리우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 영화인의 재능과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한국 영화 시장 규모가 커지고, 영화 산업이 선진화됐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그들은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멕시코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헬보이’, ‘퍼시픽 림’ 등을 찍어 흥행시켰다. 사진은 영화 ‘헬보이’, ‘퍼시픽 림’ 등을 찍어 흥행시켰다. 사진은 영화 ‘헬보이’. (사진 = 소니컬럼비아픽쳐스)


Part 2 “할리우드의 한국행, 거꾸로 이용할 기회”

FIP 코리아 김호성 대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기획-제작한 영화사 리얼라이즈의 김호성 공동대표는 3월에 FIP 코리아의 ‘대표’가 되었다. 그가 FIP 코리아 대표가 되자, 영화계 친구와 후배들이 농담처럼 놀리곤 했다. “드디어 외판 자본의 앞잡이가 됐구만”이라며. 웃어 넘겼지만, 이 농담에는 ‘오해’에서 비롯된 뼈가 있다. 그 오해를 풀고 싶어서 CNB와 의 인터뷰에 응했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FIP의 등장에 대해 영화인들은 대체적으로 “한국 영화계에 양질의 자본이 들어와 영화인들에게 제작 기회가 늘어났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4대 메이저 영화사(CJ, 쇼박스, 롯데, NEW)와는 다른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4대 메이저도 위협이라기보다는 건강한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들은 농담 같은 비판처럼 ‘거대 자본의 한국영화 침략’이라며 우려하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곡성’ 680만, ‘밀정’ 750만 흥행을 보고, 폭스와 워너가 챙겨갔을 수익금을 계산하면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는 푸념도 나온다.


그러나 여기엔 오해가 있다. 재주를 부리는 것은 곰이 아니라 김 서방이다. 김 서방이 곰에게 재주를 가르치고 부리게 했으니 돈을 가져가는 게 당연하다. 한국 영화계는 곰처럼 미련하게 할리우드에게 착취당하는 게 아니라, 대등하게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관계이며, 그래서 할리우드의 한국 진출은 우리에게 할리우드 진입 기회도 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견해다.


그는 “그들은 당연히 돈을 벌려고 한국에 왔다”며 “한국 영화 시장은 100억을 투자해 500억을 벌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설명에 다른 질문이 따라붙는다. ‘더 큰 시장을 놔두고 왜 한국에 왔느냐?’는 되물음이다. 인도 같은 더 큰 시장이 있고, 미지의 시장으로는 다른 지역도 얼마든지 있지 않냐는 질문이다. 그러나 폭스는 한국에 왔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한국 영화 산업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 했다.


▲워너, 폭스 등 할리우드 거대 자본의 한국영화 제작은 한국이 해외로 진출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진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국 영화는 선진화된 시스템과

뛰어난 관객이 큰 메리트”


김 대표는 FIP가 한국을 택한 첫째 이유를 산업의 건전성에서 찾았다. 충무로로 일컬어지는 영화‘판’이었던 한국 영화는 어느덧 대기업들의 주도로 선진화된 산업 시스템을 갖추었다. 완벽하게 전산화 된 입장 수익 집계와 대기업의 회계 시스템으로 인해 투자, 제작비 및 매출의 투명성이 99% 이상 보장된다. 주인 모르게 돈이 중간에 새나갈 구멍이 거의 없다. 할리우드 입장에서는, 따로 감시하거나 열심히 가르치지 않아도 자기네 돈이 움직이는 모든 과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니 일단 한국은 ‘말이 되는 시장’이다.


김 대표는 또한 한국 시장은 수준 높은 관객들이 만드는 수준 높은 시장이라는 점이 폭스에게 더 큰 매력으로 어필했다고 전달했다. “’곡성’이나 ‘아가씨’처럼 파격적이고 지적인 영화들에 600만, 400만 관객이 몰려든다. SNS나 인터넷 게시판에 개인들이 영화평을 수만 개씩 올리며 영화와 적극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런 관객들이 세상에 또 어디 있나?”


뛰어난 관객들이, 1인당 연간 관람 편수 1위의 시장을 만들었다. 중국-인도보다 총 숫자는 적다고 해도 세계 10위 이내의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폭스의 눈에 한국영화는 양질의 시장이 떠받치는 튼튼한 산업이다. 게다가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나홍진 같은 뛰어난 영화 창작자들이 세계 영화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걸작들을 만들어 낸다.


▲‘아가씨’, ‘곡성’ 같은 파격적인 스타일의 영화들이 600만, 4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할 수 있는 한국영화 시장의 높은 수준 이 할리우드 자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미래를 위해 이 기회를 이용해야


FIP는 단지 ‘떠보기 위해’ 한국에 발을 들인 것이 아니라, 이 시장과 한국 영화 산업을 제대로 존중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기다리고, 한국 영화 관행에 대한 오해와 삐걱거림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FIP가 ‘곡성’ 전에 만든 영화들은 잘 안 됐다. 하지만 FIP는 손해가 아니라 R&D를 했다고 생각한다. 몇 년간 잘 안 됐다면 방식을 바꾸면 된다. “이런 태도는 리스펙트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뺏긴다고만 생각할 필요 없다. 반대로 우리가 나갈 길이 열린 거다.”


김 대표는 FIP의 한국 진출은,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라고 한다.


김 대표는 “한국영화가 할리우드를 지배하거나 판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양분을 공급할 수는 있다”고 했다. 할리우드는 늘 외부의 재능을 자양분 삼아 성장해 왔고, 이제는 우리 영화를 만드는 시스템과 자원이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시장을 존중해 주는 할리우드니까 가능하다”며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한 작업이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기 전에 판을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할리우드 안에 시스템을 심어야 한다. 그것이 곧 해외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영화 제작자로서 성공을 거둔 김 대표는 다음 세대에게도 비전을 주어야 한다는 고민을 늘 해 왔다. 마침 운 좋게 FIP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이것이 한국 영화의 미래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었기에 이 자리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내가 이 좁은 방에서 혼자 아침마다 하는 일이 그거”라며 “지금 우리 시장은 이렇다, 우리 영화인들은 이렇다, 한국에 이런 창작자들이 있고,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그런 것을 할리우드에 알린다. 그게 내 일이고, 한국 영화계가 할리우드로 가는 길”이라고 전했다.


▲20세기폭스는 자회사 폭스 써치라이트, 폭스 2000, FIP 등을 통해 규모가 작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작한다. 20세기폭스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인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도 ‘다양성 존중’이다. 사진은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사진 = 20세기폭스)



영화 산업의 미래, ‘다양성’에서 찾아야


‘곡성’ 이후 FIP 코리아의 행보에 달라진 점이 있다. 샌포드 패니치 전 FIP 대표는 2012년 ‘런닝맨’을 내놓으면서 한국에서 1년에 두 작품 정도를 매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매년 한 작품씩에 그쳤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모두 기성 감독의 영화였다.


지난 3월 새로 FIP 코리아를 맡게 된 베테랑 영화 제작자 김호성 대표는 분기별로 한 작품 정도, 즉 연간 4~5편을 만들 예정이라고 얘기했다. 이 중에는 신인 감독 및 작업을 오랫동안 하지 않은 기성 감독들의 프로젝트가 여럿 포함될 예정이라고.


김 대표에 따르면 신인 감독 발굴은 자신의 뜻이기도 하지만 FIP가 처음부터 한국에서 하려던 일이기도 했단다. “결과적으로 FIP 코리아가 한국에서 큰 영화들만 해서 오해를 받기는 했지만, 신인 감독과의 작업을 해야 하며, 이는 할리우드가 100년을 견딘 힘이 그런 과정을 내내 거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산하에 다양한 저예산 영화 전문 제작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20세기폭스는 영화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회사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폭스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인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다양성”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현재 할리우드 최대 기업인 디즈니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와 ‘마블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를 독점 보유하면서 블록버스터 위주의 행보를 하고 있다. 반면 20세기폭스는 “영화의 생명력은 다양성”이라는 생각아래 다양한 시도를 한다. 폭스 산하에는 폭스 서치라이트, 폭스 2000, FIP 등 다양한 제작사들이 있고, 이들이 작은 영화들을 계속 만들고 있다.


“현재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디즈니다. 그러나 미래 영화의 생명력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영화들, 라이브러리를 많이 갖춘 폭스 같은 회사가 잘 될 것”이라며 김 대표는 폭스의 지향점이 자신과 같다고 전했다.


이는 동시에 FIP 코리아가 앞으로 다양한 한국 영화의 새 인재 발굴에 나설 예정임을 시사했다.


▲CJ의 영화 ‘수상한 그녀’는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등의 나라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리메이크되어 각각 흥행, 해외 진출의 새로 운 전략의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Part 3 한국 메이저의 미국 진출


CJ, 쇼박스, NEW 등 국내 메이저 영화사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CJ는 1995년 미국의 드림웍스 주주로 영화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 경험에 가장 앞서 있다. ‘설국열차’ ‘라스트 갓 파더’ 등의 한국영화를 할리우드 현지에서 할리우드 스태프들과 만들어 미국에서 개봉시킨 경험이 있다. 중국 시장에도 국내 메이저 영화사들 중 가장 먼저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고, 아시아 각국에서 영화 공동 제작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하나의 아이템(IP)을 각기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새롭게 리메이크 하는 전략을 펼쳐 성공을 거뒀다. ‘수상한 그녀’는 중국에서 ‘20세여 다시 한 번’, 베트남에선 ‘내가 니 할매다’ 등으로 새로 만들어져 각각 흥행에 성공했다. 일본판도 만들어져 4월에 개봉했고, 태국판 ‘다시 또 스물’이 11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베테랑’과 ‘장수상회’ 등 국내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도 중국 측과 공동제작 진행 중이다.


▲CJ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제작하면서, 할리우드 현지 스탭들과 배우들을 고용해 찍고, 미국 전역에서 개봉하는 등 다양 한 해외 진출 시도를 해 왔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는 작년 3월 중국 화이브라더스와 3년간 6편 이상의 한중 합작영화를 제작하는 독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21일에는 미국의 공포 영화 전문 제작사인 블룸하우스, 투자 제작사인 아이반호 픽쳐스와 스릴러 및 공포 장르 영화 공동제작에 관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블룸하우스와 함께 5년간 6편의 한국 장르 영화를 기획-개발하는 가운데 쇼박스가 국내 개봉을 위한 제작-마케팅-배급을 맡고, 아이반호는 투자를 맡는다.


쇼박스 운영본부 정근욱 상무는 CNB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에 관한 여러 얘기를 들려주었다.


한중합작에 경험 많은 한국이 기획개발 주도


쇼박스차이나는 화이브라더스와의 3년 계약 기간 동안 중국 시장 내에서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 내 탑클래스 감독 및 배우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프로덕션 관리 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정 상무에 따르면, 계약 기간인 2018년 2월까지 6편의 작품 개발과 제작 결정이 완료되면, 이 영화들의 제작과 개봉이 진행될 때까지 양사의 파트너십은 자동으로 연장될 예정이다. 두 회사는 현재까지 ‘미호적의외’ 1편을 제작 완료했고, 추가로 2편의 작품 제작을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그 외 두, 세 작품에 대해 개발 초기 단계에서 화이브라더스와 협의 중이다.


FIP나 워너가 한국 영화를 제작할 때는 ‘창작’의 측면에서 한국 영화인들의 창작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CJ나 쇼박스 등 한국 영화사들은 중국에서 기획개발을 주도하고, 이후 공동 제작에 나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상무는 “화이브라더스와의 협력은 한국의 영화 기획 및 시나리오 개발 역량을 활용해 퀄리티 높은 중국 영화를 만들기 위해 출발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즉 “아직 중국 영화 시장에선 장르적 다양성이 부족하고, 좋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로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그다지 많지 않다”며 “쇼박스차이나가 기획 개발을 주도하고, 제작 단계에서는 화이브라더스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협력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진행해온 경험으로는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 상무에 따르면 한국 영화는 스릴러, 멜로, 액션, 미스터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10년 이상 만들어 온 재능있는 인력을 다수 보유해, 중국이 최근 2-3년 새영화 시장의 호황으로 이제 막 장르적 다양성에 접근 중인 것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가졌다는 강점이 있다. 화이브라더스가 쇼박스에 기대한 것도 이런 점이다. 따라서 아이템 기획·개발 능력, 다양한 장르 영화에 대한 제작 경험, 훌륭한 한국의 영화 인력들과의 네트워크 등을 협력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는 소리다.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블룸하우스 로고. (사진=블룸하우스)


“블룸하우스의 노하우는

한국영화 장르 확대에 기여할 것”


블룸하우스와 쇼박스의 파트너십은 공포·스릴러 장르 영화 개발을 위한 것이다. FIP나 워너의 로컬 프로덕션과는 달리 블룸하우스는 기획, 시나리오 단계에 깊이 관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정 상무에게 이에 대해 물어봤다.


정 상무는 “블룸하우스·아이반호와의 파트너십은 한국 시장에서 공포·스릴러 장르 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발굴하는 ‘장르 확대’에 협력한다는 의미”라며, “한국 장르물의 효과적 기획, 제작 및 상업적 성공이 목표이며, 장르 콘텐츠의 강화 및 인력 발굴·확보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한다는 장기적 비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영화 중 눈에 띄게 성공한 공포 영화는 ‘곡성’ 외에 최근 수년 간 없었다. 정 상무는 “쇼박스도 한국 공포 영화 시장에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포 장르가 관객에게 소구되는 면이 분명히 있다”며 “신인 감독과 작가를 발굴, 그 동안 위축되어 온 공포 영화 시장을 살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목적으로 파트너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 상무는 “미장센 영화제 등에서 만난 많은 신인들은 공포, 스릴러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음을 시장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문제는 이런 열망들이 최종관객의 사이즈를 추구하는 시장논리에 묻혀 많이 퇴보되고 있었다는 것. 따라서 아직 충분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가진 블룸하우스와의 협업, 그리고 쇼박스의 마케팅·배급력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하는 의도”라며 “관객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보다는 스릴러·공포 장르에 집중하고, 장르적 엣지를 더 깊게 만들어 가는 것이 이번 파트너십 체결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정 상무는 앞으로 이들의 협업에 대해 “쇼박스에서 1차적으로 아이템을 물색하고 초기 단계부터 블룸하우스와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나리오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이후 캐스팅·제작 단계에서는 쇼박스의 판단을 믿고 맡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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