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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북한 땅문서’, 통일돼도 돈안된다고?

상속회복청구와 남북가족특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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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7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0.31 10:25:14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저희 회사에는 부모님이 북한 출신인 K 변호사님이 계십니다. 그 변호사님은 자신의 집에 아직 북한의 땅문서를 보관하고 있다면서, 북진 통일이 되면 땅을 찾으러 올라갈 것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하시곤 합니다. 그러면 우리 동료들도 맞장구를 치며, 그때가 되면 우리 좀 잘 부탁한다고 농담을 건넵니다. 최근에 탈북자의 상속 재산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려 합니다. 

아버지 이 씨는 1950년 6·25전쟁 중에 서울에서 실종되었습니다. 1977년 법원은 이 씨에 대한 실종선고를 내렸고, 실종선고 이후 이 씨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이 씨에게 상속된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받았습니다. 당시 실종된 이 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있었는데, 이 씨의 실종선고로 인하여 이 씨가 상속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실종’ 아버지, 北에 살아 있었으니
원래 받을 상속재산 달라

그런데 2004년경 이 씨가 북한에 살고 있다는 것이 브로커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2년 후인 2006년 이 씨는 사망했고, 이 씨의 딸은 북한을 탈출해서 2009년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한국에 온 이 씨의 딸은 원래 이 씨가 받아야 할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소송의 상대방은 이 씨 대신 재산을 물려받은 친척들이 되는데, 이 씨의 딸의 입장도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원래 아버지가 한국에 있었으면 받았을 재산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얼마나 마음이 상했겠습니까? 이때 이 씨의 딸이 제기한 소송을 상속재산회복청구라고 합니다. 

우리 민법 제999조 제2항은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던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상속회복청구권에 규정된 기간은 일반적인 소멸시효가 아닌 제척기간입니다. 제척기간은 일정한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권리가 소멸된다는 점에서는 소멸시효와 비슷하지만, 소멸시효처럼 중단이나 정지가 없습니다. 무조건 해당 기간이 지나가면 권리가 소멸된다는 말입니다. 소멸시효처럼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기간이 정지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제척기간이 법률에 규정되는 경우는 법률관계를 빨리 확정시키려는 것입니다. 

남북가족특례법 정해 
제척기간 특례 인정

그런데 아직도 이산가족이 북한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한국의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좀 가혹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라는 것인데요. 이를 줄여 남북가족특례법이라고 부릅니다. 이 법은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련된 사항을 규정해서 장래의 다툼을 줄여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19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제1항에서 정한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 판결문. 사진 = 윤지원

그에 따라 남북가족특례법은 남한 주민인 아버지나 어머니의 혼인 중의 자 또는 혼인 외의 자로 출생한 북한 주민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경우에 민법의 관련 규정에서 정한 제척기간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여, 분단의 종료, 자유로운 왕래,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의 제기에 장애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년 내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남북가족특례법의 규정들은 남·북한주민 사이의 가족관계 및 상속 등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특례를 인정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제척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북한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그 권리 행사로 인하여 남한 주민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최소화함으로써, 남·북한 주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남북가족 간 상속회복청구는
민법상 제척기간 적용해야?

그런데 이 사건은 좀 특별했습니다. 남북가족특례법에는 상속회복청구에 대해서, 제척기간을 연장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법률을 그대로 해석해서, 민법상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규정과 마찬가지로 추가적인 2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볼 것인지에 대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이 쟁점이 이번 이 씨의 딸이 제기한 소송에서 나타났습니다. 

대법원에서도 견해가 나누어졌습니다.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남북가족특례법에서 상속회복청구와 관련해서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민법상 제척기간을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하였고, 소수의견은 해석상 ‘상속권이 침해되어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도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연장되어 남한에 입국한 때부터 3년 이내에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판결의 결론은 다수의견에 따르기 때문에, 이 씨의 딸은 소송에서 패소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을 개정해서 북한 주민의 권리를 더 보호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안정적인 법률관계를 유지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물론 통일이 된 이후에는 북한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특별법을 통해서 북한 주민과 남한 국민의 권리를 조화롭게 보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의 K 변호사님의 북한 땅을 찾으러 가겠다는 희망은 부질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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