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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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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9호 김연수⁄ 2016.11.11 16:16:20


스페인 청년 피카소가 19세에 처음으로 파리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를 대표하는 큐비즘의 시작인 ‘아비뇽의 처녀들’을 완성할 때까지 약 7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그림 소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카소는 예술가로서는 드물게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사람이다. 그리고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하다. 피카소의 연인들이라고 알려진 일곱 명의 연인들 중에서도 첫사랑인 페르낭드 올리비에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촌스런 스페인 청년이 파리라는 예술의 도시에 입성해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영웅담이 아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음화를 그려 팔거나, 그려뒀던 작품을 헐값에 팔아야만 했던 가난한 생활뿐 아니라, 두 시인 친구 기욤 폴리네르와 막스 자코브와의 농담 섞인 일상들, 그리고 동시대의 작가 앵그르에게 강한 경외감과 질투심을 느끼는 모습까지… 너무도 인간적으로 그려진 젊은 피카소에게서 현대 미술 거장을 짐작하기는 힘들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시대상의 표현이다. 그래픽 노블이기에 마치 영화의 스틸 컷처럼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1900년대 파리는 예술의 도시라서 모두가 예술을 이해하고 우아한 생활을 했을 것 같은 환상과는 많이 다르다. 예술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며, 무명의 예술가들에게는 각박하게 굴고 금전 앞에서는 얌전해지는 화상들부터 상업주의와, 최신의 유행에 물들어가며 논쟁을 일삼는 예술가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딱히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일탈 행위가 낭만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었던 그 시대에 여성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도 비춘다. 여러 예술가들의 모델을 하며, 학대를 당하는 동시에 그들의 뮤즈였던 피카소의 첫사랑 페르낭드의 이야기는 단지 매혹적으로만 보이던 시기의 이면을 드러낸다.


벨기에의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 쥘리 비르망(Julie Birmant)과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클레망 우브르리(Clemant Oubrerie)의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연출은 영화 못지않게 실감나는 이미지로 와 닿는다.


앙드레 드랭, 케이스 판 동언, 마티스, 앙리 루소, 앙리피에르 로셰, 거트루드 스타인, 폴 시냐크, 앙브루아즈 볼라르 등 같은 피카소 주변의 화가들, 화상, 시인, 문인, 수집가의 모습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커다란 재미다. 우브르리의 그림체로 동시대의 화가들의 작품이 삽입돼 있는 것도 또 다른 재미 포인트다.


쥘리 비르망, 클레망 우브르리 지음, 임명주 옮김 / 2만 5000원 / 미메시스 펴냄 / 364쪽



'피카소의 파리'


또 다른 책인 ‘피카소의 파리’는 그래픽 노블 ‘피카소’와 함께 1900년 전후의 거리와 장소, 인물들을 따라가며 그 배경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1900년 가을 청년 피카소가 친구 카사헤마스와 파리에 도착했을 당시 열렸던 ‘만국 박람회'부터 당시의 미술관, 센 강변, 각각의 대로와 광장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지도 및 세세한 일러스트와 함께 이어진다.


골목 곳곳에서 당시 피카소를 비롯한 보헤미안 미술가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화랑, 극장, 카바레, 카페, 레스토랑들에 시선을 멈추며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이 책은 역사적, 사회적 장소들에 대한 간단명료한 설명을 덧붙이며, 그래픽 노블 ‘피카소’의 에피소드들과 함께 배치해 재미를 더한다. 


쥘리 비르망, 클레망 우브르리, 네빌 로울리 지음, 임명주 옮김 / 1만 4800원 / 미메시스 펴냄 /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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