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군산에 위치한 창작문화공간여인숙은 2016년 레지던시 입주 작가 결과전시로 7개월간 입주해 작업한 작가 백정기의 전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11월 16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도시를 읽는 자신의 방법론을 세 가지 작품으로 제시한다. 첫째로 군산을 중심으로 촬영된 영화를 재구성한 ‘핑크Remake(리메이크)’, 둘째는 폐기된 장항선을 재가동한 ‘장항선’, 마지막으로 길거리에서 수집한 도시 조각을 정리한 ‘언더라인(Underline)'이다. 그중 ’핑크Remake'는 ‘더 팔림세스트 오브 시티(The Palimpsests of the City, 이하 팔림세스트)'부터 탐구해온 방법론을 심화시킨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핑크Remake’는 2011년 전수일 감독의 영화 ‘핑크’를 재촬영한 영상작품이다. ‘핑크’는 대부분 군산에서 촬영된 영화다. 작가는 이 영화에서 배우와 사건을 제거하고 지금의 군산 모습으로 재촬영해 편집했다. '핑크Remake'는 도시에서 인물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팔림세스트’와 결을 같이한다. 두 작품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사물의 무관심한 기록이란 점에서 같은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핑크Remake’가 전작 '팔림세스트'와 구분되는 첫번째 지점은 도시의 세부적인 부분들이 더욱 부각됐다는 점이다. 도시의 사소하고 세세한 흔적에 침잠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도시의 맨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두번째는 단순히 현상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이미지를 '지금'에 충돌시켜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군산이란 도시를 새롭게 이해하고 잊혀져가는 모습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