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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소각재 시멘트 속에 살면서 웰빙을?

우리는 가장 비싸지만 가장 위험한 집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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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5-516호(신년) 유경석 기자⁄ 2016.12.26 10:05:51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깨끗한 시멘트’를 원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창원, 오산, 전주, 부산, 기흥 등 아파트 재개발사업을 앞둔 지역주민들은 온·오프라인 등을 통해 깨끗한 시멘트 생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깨끗한 시멘트’ 생산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멘트 업체들이 각종 폐기물을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한 시멘트 생산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익과 직결된 문제인 탓이다. 국회 차원에서 논의된 시멘트 등급제와 원산지표시제, 성분표시제도에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결국 건강한 집을 원한다면, 주민들이 직접 아파트 분양사무소에 들러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아파트에 쓰이는 시멘트는 어떻게 생산된 것인가요?”   

‘소각재 시멘트’의 내막 

철을 용광로에서 생산하는 것처럼 시멘트는 소성로를 통해 생산된다. 소성로의 길이만 60~70미터에 이른다. 시멘트는 주원료인 석회석을 비롯해 부원료인 점토, 규석, 철광석을 일정 비율로 혼합·분쇄해 소성로에서 최고 온도 2000℃로 가열·용융시켜 생성된 클링커에 석고 등을 첨가, 미분쇄한 제품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부원료를 대체해 고로슬래그, 폐주물사, 석탄재 등 폐기물을 사용하고 있다. 유연탄을 대체해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폐유 등 가연성 폐기물이 보조연료로 쓰인다. 

▲국내 한 석회석 광산의 모습. 사진 = 최병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시멘트 업체가 폐기물을 부원료 및 보조연료로 사용한 것은 1995년 8월과 1997년 7월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1995년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부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1997년 폐타이어의 연료 이용이 허용됐다. 

특히 1999년 2월 시멘트를 제조할 때 폐기물이 부원료와 보조연료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건설경기가 위축됐다. 시멘트 값을 올려주지 않자 시멘트 업체는 자구책으로 폐기물 사용을 선택한 것이다. 이후 시멘트 업체는 원가절감을 위해 폐기물 사용량을 해마다 늘려가고 있다. 

현재 일본의 화력발전소 쓰레기인 석탄재를 수입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비로 일본으로부터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 호주,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백혈병 위험성이 알려진 반도체 공장의 산업폐기물까지 사용된다. 이런 결과 국내산 시멘트는 ‘소각재 시멘트’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시멘트 회사들은 한결같이 “안전하다” 

건설업계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5.6㎡(32평형) 규모의 아파트에 사용되는 시멘트는 비용으로 환산하면 225만 원 가량이다. 다만 아파트의 경우 천정과 바닥을 공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60만 원 내외일 것으로 추산된다. 아파트 분양가가 3억 원 내외라고 볼 때 0.5%에 불과하다. 만약 폐기물을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20% 가량 원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만 원 내외의 원가상승인 셈이다. 

이는 가구당 30만 원 내외만 더 지불하면 ‘깨끗한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각재 시멘트는 계속 생산되고 있다. 이는 시멘트 업체는 물론 아파트 시공사 측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파트 시공사의 경우 2000세대를 시공할 경우 소각재 시멘트를 사용할 경우 세대당 30만 원 즉 6억 원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시멘트 생산 업체들은 시멘트가 굳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폐기물의 유해 성분이 바깥으로 용출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멘트는 항상 집안의 물기를 머금고 내뿜기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다양한 폐기물들. 사진 = 최병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발암물질인 ‘6가 크롬’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시멘트 소성로에서 2000℃의 열을 가해 폐기물을 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폐기물에 섞여있던 크롬이 변형돼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이 만들어진다. 시멘트 중 중금속 함량에 대한 연구보고서(2006년, 한국요업기술원)에 따르면 국내 석회석 특성상 알칼리 함량이 높아 발암물질 6가 크롬으로의 전환율이 일본(10~15%)보다 한국(20~30%)에서 두 배 이상 높다. 

시멘트 업체 주변의 환경도 크게 해친다. 특히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시멘트 업체가 있는 주변 마을은 분진이 수북하게 쌓인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둘 수가 없다. 빨래 말리기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시멘트 업체 주변 마을 사람들 중 진폐증과 호흡기 질환을 앓는 주민들이 많다. 마을 지붕에 쌓인 분진을 분석한 결과 망간, 바륨, 크롬, 니켈, 납, 수은, 아연, 카드뮴, 비소 등 유해물질로 가득했다는 보고도 있다. 중금속 광산이 없는 시골마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유해물질들이다. 이들 유해 중금속이 시멘트 제품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원 영월 소재 쌍용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이 제작한 플래카드. 사진 = 최병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성분 및 미량 중금속은 콘크리트 제품화 때 내부에 안정화돼 외부로 나오지 않아 안전하다”며 “특히 1450℃에 이르는 높은 온도로 원료를 구워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순 소각처리 시 우려되는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은 대부분 분해되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폐기물 활용을 위한 환경부의 무한 사랑

환경부는 시멘트 업체의 안전을 관리한다. 하지만 관리가 부실하다는 평가다. 실제 2009년 감사원 감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감사원은 “A시멘트 공장이 허가받은 폐타이어 1만 6553톤보다 1만 5870톤이 많은 3만 2423톤을 사용하는 등, 5개 시멘트 공장에서 허가받은 폐기물 8종 14만 9010톤보다 무려 21만 6364톤이 많은 36만 5374톤을 사용했다. (중략) 시멘트 공장에 맞는 대기오염 방지시설 선정을 위한 대기오염 종류 및 배출량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관리감독이 부실한 탓에 시멘트 업체들이 허가받은 양보다 더 많은 폐기물과, 신고하지 않은 폐기물까지 사용한 것이다. 그 결과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들어있는 시멘트가 생산돼 건축에 사용됐고, 대기오염으로 공장 주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면서 ‘소각재 시멘트’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그 영향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가 제작해 배포한 ‘시멘트 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 웹툰.

환경부는 시멘트를 생산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폐기물을 연료 및 원료의 폐기물 재활용이라고 표현한다. 담당부서 역시 ‘자원재활용과’다. 시멘트 공장에서 폐기물을 사용하는 것을 재활용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재활용보다는 소각에 가깝다. 

시멘트 공장이 폐기물을 소각할 경우 국가적으로 연간 1740억 원의 폐기물 처리 비용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1인당 3480원 꼴이다. 국민 안전과 비교할 때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시멘트 생산을 위한 안전관리기준을 참고해 관리하고 있고, 계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며 “국내산 시멘트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주거공간을 요구하는 시민들

이에 시멘트 등급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폐기물을 넣은 시멘트와 그렇지 않은 시멘트를 구분하는 등급제를 시행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화력발전소 쓰레기인 석탄재를 수입하고 있는데, 시멘트 제품에 원산지와 성분을 표시할 경우 일본에서 건너온 쓰레기가 들어간 시멘트는 근절될 것이라는 데 따른 것이다. 시멘트를 안전품질대상 공산품에 포함시키면 성분표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멘트 제품에는 원산지와 성분 표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결과 업체들은 미국, 호주,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위너리서치가 2014년 10월 실시한 산업쓰레기가 들어간 시멘트와 관련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2.5%가 아파트 시멘트에 산업쓰레기가 섞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72.7%는 발암물질과 유행중금속이 포함된 사실도 알고 있었다. 산업쓰레기가 들어간 시멘트로 건축하는 데는 83.2% 반대했다. 깨끗한 시멘트 아파트에 사는 데 비용부담 의사를 묻는 질문에 86.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부담 가능한 비용은 50만 원(35.9%), 100만 원(30.7%), 250만 원(12.1%), 500만 원(7.2%), 1000만 원(14.1%)로 나타났다. 

▲강원 영월 소재 쌍용시멘트 공장 모습. 사진 = 최병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해결책은 쉽지 않다. 다만 건설회사가 앞장서면 가능하다. 2013년 시멘트 출고량은 쌍용시멘트(20%), 한일시멘트(13.2%), 동양시멘트(12.5%), 한라시멘트(12.8%) 순이다. 건설회사가 이들 시멘트 업체에 폐기물 없는 시멘트를 주문하면 깨끗한 시멘트를 생산할 수 있다. 국민들은 시멘트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건강한 집을 원하고 있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파트 또는 오피스텔 분양회사는 ‘깨끗한 시멘트’로 홍보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경기 고양시에 들어설 예정인 목암 신안실크밸리 분양 담당자는 “상담고객 중 어떤 시멘트를 사용하냐고 묻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면서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공사 측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의동에 공급예정인 구의 파라곤 분양 담당자 역시 “시공 단계가 아닌 까닭에 사용하는 시멘트 등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고객은 없다”면서 “다만 깨끗한 시멘트를 사용할 경우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깨끗한 시멘트 생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최병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목사)는 “국민 건강을 먼저 고려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며 “시멘트 등급제를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성분표시제를 통해 안전한 시멘트 생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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