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행근 중국부자 칼럼] 꼴사나운 얼다이들이 쏴쏴(刷刷) 생겨나는 중국
(CNB저널 = 송행근 중국 경제문화학자) ‘刷(shua)’, 지난해 12월 중국의 주간지 ‘신주간(新周刊)’이 2016년 ‘올해의 한자’로 선정한 글자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빠르게 이뤄지는 것들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본래 ‘刷’는 ‘문지르다’ ‘솔질하다’ 등의 의미이다. 하지만 의성어로 쓰일 때는 ‘쏴쏴’, ‘휙’, ‘홱’처럼 빠르게 스쳐 가는 소리를 뜻한다. 여태까지 중국을 “만만디”의 나라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이제 재고되어야 할 것 같다. 분명 중국은 “만만디(慢慢的)”의 나라에서 “쏴쏴(刷刷)”의 국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쏴쏴”의 중국은 부자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이미 1000명 가운데 1명이 백만장자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 최고 권위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은 2017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6.5% 안팎으로 전망했다. 이런 경제성장의 추세라면 올해에도 부자는 “쏴쏴”하게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자가 빠르게 넘쳐나는 세상은 좋은 사회일까? 개혁개방 이후 부자의 탄생은 사회계층의 분화를 가져왔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도시 중심에서 한 블록만 가면 부촌(富村)이다. 그러나 반대 방향으로 한 걸음만 옮기면 빈촌(貧村)이다. 특히 부자의 양산은 상위계층 10%와 하위 10%의 소득차가 23배까지 벌어지는 계층의 분화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계층의 분화와 발맞춰 부의 세습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홍얼다이의 대표가 시진핑 주석
부의 세습화는 시진핑 정부가 직면한 최대의 사회적 문제이자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이런 문제점은 최근에 등장한 다양한 ‘얼다이(二代)’라는 신조어에 여실히 나타난다. 얼다이는 부와 권력 그리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 현상을 뜻한다.
부자에 관련된 얼다이 신조어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홍얼다이(紅二代)이다. 홍얼다이는 1949년 10월 1일 신중국을 건설하기 전에 공산혁명에 참가한 혁명원로들의 자녀를 가리킨다. 이들은 대부분은 1950∼1960년 사이에 태어났다. 현재 60∼70세 정도의 연령이 되었다. 홍얼다이는 중국 정관계의 주요 요직에 배치되었고 개혁개방이 되면서 최고의 권력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다. 예를 들면 2013년 3월 중국의 최고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개막되었을 때 2237명의 정협위원 가운데 24명이 홍얼다이였다. 그들이 전체의 1%를 차지한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부자 2세로서, 연예계 큰손이기도 한 왕쓰총.
대표적인 인물은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그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은 중국공산당 8대 원로 가운데 한 명으로 국무원 부총리를 지냈다. 마오쩌둥의 손자인 마오신의(毛新宇)는 중국군의 군사과학원 전쟁이론 및 전략연구부 부부장, 전국청년연합회 상무위원 등을 역임했다. 중국의 국가주석이었던 류사오치(劉少奇)의 아들인 류위안(劉源)은 중국군 총후근부, 병참 등 군수물자를 관장하는 부서 정치위원과 허난성 부성장 등을 역임했다.
둘째, 푸얼다이(富二代)다. 다시 말해 중국판 금수저이다. 푸얼다이는 대부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생겨난 새로운 자산계층이다. 80년대 이후 출생자로서 부모에게서 부를 세습 받아 부유한 삶을 사는 중국의 젊은 부유층 2세(재벌 2세)를 지칭한다. 그들은 대부분 1980~90년 사이에 태어난 바링허우이다. 부모와 조부모 4명의 관심과 집중을 독차지하며 소황제로 군림했다. 현재 중국 부유층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애완견에 아이폰 8대를 선물하는 푸얼다이의 뻘짓
푸얼다이는 보통의 바링허우보다 훨씬 부유해 부모의 재력을 바탕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다. 고급 승용차나 고가의 손목시계 등 사치품 구입과 해외여행을 선호한다. 이들은 59.3%가 대당 최소 20만 위안(약 3600만원) 이상의 자동차를 평균 2대 이상, 36.5%는 두 채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 74.7%가 명품을 즐긴다. 이들은 브랜드를 개성 표출의 도구로 사용하며, ‘특별함’을 갈망한다. 하지만 돈 많고 힘 있는 부모나 집안의 배경만 믿고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는 사고뭉치 신세대의 대명사다.
▲홍얼다이의 대표적 케이스로는 현재의 시진핑 주석이 꼽힌다. 아버지 시중쉰과 함께 한 어린 시절의 시진핑(왼쪽).
대표적인 푸얼다이는 왕쓰총이다. 그의 아버지는 중국 최고의 부자인 완다그룹 회장 왕젠린이다. 왕 회장의 자산규모는 6340억여 위안(107조 여원)이다. 왕쓰총은 자신이 직접 키우는 애견에게 1대당 약 1500만 원에 달하는 애플워치와 아이폰7을 8대나 선물하는 뻘짓을 해 지탄을 받았다.
셋째, 꽌얼다이(官二代)다. 관얼다이는 푸얼다이와 핀얼다이(貧二代)의 용어가 생긴 후에 파생된 인터넷상의 신조어이다. 관얼다이는 중국 부자들의 한 축을 차지하는 정부 고위 관료의 자녀들이 관직을 세습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고위공직자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매우 쉽게 권력을 가지는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고급관료의 자식들이 불량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먼저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이 불과 41세에 2013년 자싱(嘉興)시 부서기가 된 것이다. 후자의 경우 그 실례는 2010년 10월 에 일어났다. 허베이(河北)대학 캠퍼스에서 리치밍(李啓銘)이라는 학생이 고급승용차를 타고 가다 두 명의 여대생을 치었다. 음주 운전이었고 그 중 한 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는 차를 세우지 않고 캠퍼스를 질주하다가 정문 경비의 제지를 받고서야 멈췄다. 그런데 그는 내리지도 않은 채 유리창을 내리면서 “힘 있으면 고소해, 우리 아버지가 리강이야(我爸是李剛)”라고 소리쳤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허베이 바오딩(保定)시의 공안국 부국장으로 밝혀졌다.
세습으로 사회 우울해지는데 대책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 네티즌들은 상위 1%를 차지하면서 대를 이어 부를 구축하는 주요 세력이 홍얼다이, 푸얼다이, 관얼다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이외에 부를 세습화해가는 집단들은 또 있다. 즈얼다이(職二代)는 부모의 좋은 직장을 세습하는 80년대 전후 젊은이를 일컫는다. 싱얼다이(星二代)는 스타 연예인 2세들이 부모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별 어려움 없이 스타가 되는 것을 말한다. 창얼다이(創二代, 창업2세)는 성공한 기업인 부모의 자녀들이 외국에 유학한 후 귀국하여 부모들이 세운 기업에 몸담고 새로운 창업을 하는 경우다.
분명 얼다이 관련 신조어는 권력과 돈이 곧 실력이 되고, 그것이 대물림되는 중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얼다이들은 인민들로부터 결코 인정받거나 존경받지 못한다. 아니 인민들의 지탄의 대상이고 공공의 적이다. 홍얼다이는 거대한 이익집단, 최고의 정치집단을 형성하면서 부패권력이 되고 있다. 관얼다이는 사회불신과 권력의 공신력 상실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사회 안정에 치명적인 독소가 되고 있다. 푸얼다이는 도를 넘는 꼴사나운 사치행각과 무절제한 행동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문제아로 전락되었다. 2017년 새해가 밝았다. 부의 얼다이들이 “쏴쏴”하게 양산되는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정리 = 최영태 기자)
송행근 중국 경제문화학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