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 “기아 스팅어, BMW·아우디와 맞먹겠는데?”
▲해외 매체의 취재진들이 2017 디트로이트 북미 모터쇼에서 공개된 스팅어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 =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지난 1월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7 북미 모터쇼에 처음 선보인 '스팅어(Stinger)'에 대한 해외 매체의 관심이 높다. 올해 북미 모터쇼는 다소 맥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스팅어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다양한 매체들이 스팅어의 성능과 디자인에 주목하며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중요한 차”의 하나로 꼽았다.
기아차의 최신 스포츠 세단 스팅어는 이 모터쇼에서 ‘아이즈 온(Eye's On) 디자인상’ 양산차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모터쇼에 출품된 40여 개 양산차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디자인을 갖췄다는 평가 덕분이었다.
그런데 많은 해외 매체는 스팅어의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다수 매체가 같은 차급의 BMW 4시리즈 그랑쿠페(Grand Coupe)나 아우디 A5 스포츠백을 언급하면서, 스팅어가 이들 독일 고급차 업체 대표 선수들과 경쟁하기에 충분한 성능과 상품성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또한, 북미 시장에서 늘 도요타랑 비교되면서 ‘싸고 나쁘지 않은 차’로 여겨져 오던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스팅어를 계기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보인 매체도 많다. 그들은 스팅어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경기에서 전세 역전의 계기가 되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라고 칭하며, 독일 고급차 업체들이 장악한 고급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그로 인해 앞으로 기아자동차의 위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주목했다.
▲BMW 4시리즈 그랑 쿠페(Grand Coupe). (사진 = BMW)
스팅어를 BMW·아우디와 비교해보니
다수 해외 매체가 언급한 스팅어의 경쟁 모델은 BMW 4시리즈 그랑 쿠페와 아우디 A5 스포츠백이다. 공개된 스팅어의 사양과 이들 고급 독일차의 사양을 수치만으로 비교해보면 스팅어가 밀리는 부문이 거의 없다.
■ 사이즈
스팅어는 그랑 쿠페 및 A5보다 더 크다. 차체 크기만 따지면 스팅어는 D-세그먼트와 E-세그먼트 중간 정도에 놓일 만큼 크다. 다만, 스팅어의 차고가 다른 두 스포츠 세단보다 높다는 점은 주행 성능만을 고집하기보다 ‘여유 있는 실내 공간’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런 점은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차 총괄 부사장인 알버트 비어만이 1월 8일 공개 행사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과도 상통한다. 비어만은 스팅어를 전형적인 스포츠카나 세단이 아닌 GT, 즉 그란 투리스모(Grand Turismo)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 거리 운전으로 여행하기에 적합한, 빠르고도 편안한 차’가 스팅어가 추구하는 지점이라는 것이었다. 성능을 최대한 끌어 올리더라도 실내의 편안함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강조였다.
▲알파-로메오 줄리아(Giulia) 쿼드리포글리오. (사진 = 알파로메오)
■ 스타일
스팅어는 패스트백 타입의 4도어 쿠페다. 이런 형태의 원조는 바로 아우디 A5 스포츠백이다. 그 때문인지 많은 매체가 스팅어와 A5 스포츠백을 비교하면서 많이 닮았다고 지적했다. ‘디트로이트 뉴스’의 헨리 페인은 스팅어를 "아우디 A7의 도플갱어"라 표현하기도 했다.
BMW 4시리즈 그랑 쿠페는, 4시리즈 쿠페의 4도어 쿠페 버전으로, 쿠페 기반의 낮은 키가 특징이면서 패스트백 타입의 트렁크가 적용되었다.
‘카스닷컴’의 아론 브래그먼은 스팅어의 전반적인 스타일이 알파-로메오의 쥴리아(Giulia)와 닮았다고 평가했다. 긴 본네트에 비해 프론트 오버행이 짧은 점이나 앞바퀴 바로 뒤쪽에 위치한 ‘아가미’ 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낮은 스탠스와 역동적인 비율을 통해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을 공격적으로 어필했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스팅어 디자인은 기존 기아차들과 차별화되고, 유러피안 고급 스포츠 세단을 더 닮아 있다.
‘카 앤드 드라이버’의 마이크 더프는 이렇게 닮은 점들을 열거하고는 “이 차를 산 뒤 친구들에게 차의 옆모습만 보여주면서 제조사가 어딘지 맞춰보라고 하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뒷면 높은 곳에 작게 배치된 후미등과 V6 GT 모델에 달린 4구식 배기구는 확실히 알파 로메오와 닮았다”고 견해를 밝혔다.
■ 파워트레인 및 성능
모터쇼에서 발표된 스팅어의 엔진은 직렬 V4 2.0 터보와 V6 3.3 트윈터보의 2종이었다. 그리고 19일 유럽 판매용 사양에 V4 2.2 터보 디젤 엔진이 추가된다고 발표됐다. 변속기는 8단 오토매틱이다. 후륜구동이 기본이고, 추후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이 추가될 예정이다. V6 3.3의 최고 출력은 370마력이고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5.1초다.
BMW 4시리즈 그랑 쿠페는 엔진 라인업이 다양하다. 북미 시장에는 430i(2.0 터보)와 440i(3.0 터보)만 판매된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고, X드라이브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440i의 최고 출력은 320마력으로 스팅어보다 약하지만, 제로백은 스팅어보다 빠른 4.7초다.
아우디 A5는 엔진이 네 종류다. 고성능 트림인 S5만 3.0 TFSI 엔진이 탑재되고, 일반 모델에는 2.0 TFSI, 2.0 TDI, 3.0 TDI가 탑재된다. 변속기는 7단 S트로닉 DCT와 8단 팁트로닉 토크컨버터가 사양에 따라 조합된다. 기본적으로 전륜구동이다. 하지만 기계식 4륜구동 콰트로를 선택할 수 있다. S5의 최고 출력은 354마력이고, 제로백은 역시 4.7초다.
스팅어의 최대 장애물은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
스팅어는 기아자동차의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 다르게 고급스러운 고성능차라는 평가가 해외 매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표현한 매체들은 스팅어가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승격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아차가 스팅어에게 기대하는 점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스팅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매체들도 있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스팅어의 멋진 외양과 뛰어난 성능을 인정하면서 “기아는 고급차 시장으로 올라가고 싶어하고, 스팅어는 그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기아에게서 BMW 스포츠 세단 같은 차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겠나? 이런 차는 현대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에서 만들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 폭스바겐이 야심차게 시도한 고급 대형세단 페이톤(Phaeton)이 시장에서 실패한 것을 언급하면서, 기아차가 본래 속해 있지 않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 사장 겸 최고 디자인 책임자 피터 슈라이어.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한편, 기아차는 현대차의 제네시스나 도요타의 렉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론칭을 고려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엔 'E'라는 이니셜로 시작하는 ‘에센서스’, ‘에센투스’ 등의 브랜드명 네 개를 상표등록 해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2014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했던 GT 콘셉트카(스팅어의 전신)를 양산차로 개발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이와 같은 소문은 거의 사실로 드러날 것처럼 여겨졌다. 업계는 스팅어가 기아자동차가 아닌 ‘E'로 시작하는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출시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스팅어 공개에 이어진 여러 인터뷰에서 기아차 관계자들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해 부인했다. 스팅어의 스타일과 성능을 책임진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고성능 차 총괄 부사장은 “기아에 또 다른 브랜드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스팅어 공개에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슈라이어 사장은 “기아는 강력한 브랜드로 전 세계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명성을 확고히 했다”며 “스팅어로 인해 그 브랜드 이미지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해외 매체의 말, 말, 말
“기아는 보기 근사하고 상품성 있는 차를 대량 생산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회사다. 하지만 기아차는 운전하는 맛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스팅어가 기아를 변화시키고 있다.” - ‘CNET 로드쇼’, 앤드류 크룩
“이 물건이 기아 제품이라니 믿을 수 없다. 이 녀석(스팅어)의 스타일과 힘은 훨씬 고급차 브랜드인 BMW나 아우디를 연상시킬 정도인데, 지금 기아가 만든 차를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 하겠다.” - ‘제이로프닉(Jalopnik)’의 앨라니스 킹
▲기아자동차의 새 스포츠 세단 스팅어(Stinger). (사진 = 기아자동차)
“요즘은 자동차에 어떤 테크놀로지가 들어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풍조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차를 보고 있는 일이 정말 신난다는 건 인정하자.” - ‘더 버지(The Verge)’, 타마라 워렌
“스팅어는 마세라티만큼 잘생겼고, BMW만큼 잘 달린다. 스팅어의 문제점이라면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이렇게 인상적인 성능과 사양이면 틀림없이 4만 달러는 될 텐데, 누가 한국 차에 그런 거금을 내려고 하겠나? 그런데 돌이켜보면 제네시스 G80은 (높은 가격에도) 나름 선전한 편이었다. 그러니까 내 예상이 틀릴 가능성은 아주 높다. 스팅어 같은 차라면 제발 내 예상이 틀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뉴욕 데일리뉴스’, 브라이언 레온
“기아가 몇 년 전에 선보인 GT 콘셉트카를 정말로 만들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여기 후륜구동과 터보차지 엔진 같은 독일 스포츠 세단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아우디의 최신 A4보다도 세련됐고, 재질도 더 훌륭하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이 차는 기아차를 대표하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궁금증은 남는다. 왜 제네시스의 고급차 라인이 만들었어야 하는 차를 기아가 만들고 있는 거지?” - Cars.com, 아론 브래그먼 |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