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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전기차로 일자리-미래-환경 다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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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7호 윤지원⁄ 2017.05.26 14:55:1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광주 광산구 오선동 광주그린카진흥원을 찾아 기아 쏘울 전기차를 시승해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새 정부 들어 청와대 내 대통령 집무실에는 대형 일자리 현황판이 마련되었다.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1순위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한 방편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특히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공약은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발표한 '10대 대선 공약집'의 첫 페이지에서 강조되었다.


전기차 지원 내팽게쳤던 한국 정부

우리나라는 세계 5위 규모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자동차 강국이다. 그러나 미래 자동차 부문에서는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 국내 보급률은 2015년 겨우 0.2%에 불과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문제는 기업이 아니라 정부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나름 국제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친환경차 기술과 관련해서는 토요타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 현기차를 중심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친환경차 전문 매체인 '그린카 리포트'는 최근 현대 아이오닉과 기아의 니로가 토요타의 프리우스 시리즈보다 우수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라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현대의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은 영국의 한 매체가 주관한 시상식에서 BMW i3와 테슬라 모델S 등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친환경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 확대의 발목을 잡아온 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책과 지원 부족이었다.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전기차 육성책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목표조차 주먹구구식으로 마련하고 업체에 맡겨 놓기만 했다는 평가다.

2010년에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가 선행되지 않고는 달성되기 어려운 목표였다. 2014년 말 전기차 보급 대수는 3000대에 불과했다. 머쓱해진 정부는 2020년까지의 전기차 보급 목표를 20만 대로 대폭 줄였다. 올해 3월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차량 등록 대수는 2199만 4213대지만 이 중 친환경차는 1.2%인 26만 1195대, 그 중 순수 전기차는 1만 3188대에 불과하다.

전기차 충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에 설치된 급속 충전기는 750기, 완속 충전기(공용 및 개인)는 9258기에 불과했다. 내연기관 차에 주유하는 시간에 비해 훨씬 긴 전기차 충전 시간을 고려하면, 급속 충전기의 확충이 시급하다. 그러나 전국 주유소 1만 2400여 곳과 비교하면 급속 충전기는 그 6%에 불과했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지원금도 지난해 400만 원에서 올해는 300만 원으로 깎았고, 전기차 충전 요금도 원래 무료였지만 지난해 4월 1kWh 당 313원을 책정했다가 8월부터 다시 절반 정도로 낮췄다.

보조금 정책도 오락가락했다. 2015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대당 1500만 원이었다. 이를 지난해 초 1200만 원으로 낮췄다가 기존 구매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해 7월 다시 1400만 원으로 올렸다.

▲현대자동차가 독일에 설치한 수소전지 자동차 ix35 전용 충전소.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 전기차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다른 국가들에선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지원에 나선 국가들에서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이 무섭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은 '전기차 굴기'를 천명하고 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전기차 육성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중국은 생산량 기준으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43%를 차지해 미국,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5월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25만 7천 대나 된다. 

노르웨이는 2015년 기준으로도 이미 전기차 비율이 23.3%나 됐다. 2025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운행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노르웨이 정부의 친환경차 육성 계획은 이미 30년 전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 왔고, 그 결과 친환경차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일반화되어 있다.

독일은 2020년까지 100만 대 규모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전기차 의무 판매 제도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1회 충전으로 1000km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에 정부 차원에서 3500만 유로(약 440억 원) 이상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독일의 전기차 보급률은 1%로 우리나라의 다섯 배였다.

미국은 10개 주가 캘리포니아 식 전기차 의무 판매 제도를 채택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반 환경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지원 정책이 오히려 강화되는 분위기다.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文 정부, 미래차 산업 적극적 지원 공약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 환경 문제 해결, 미래 먹거리 육성 등의 방안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 육성에 집중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등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뉘어 따로 노는 경향이 있었다면,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설치되고 나면 관련 정책이 일원화되어 중요한 이슈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협업으로 정부부처·산업 간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문 대통령 정부의 미래차 개발 관련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스마트 카와 관련해서는 무인주행, 자율주행, 자율협력주행기술 등을 고도화하고, 도심 무인셔틀 운행을 실시하며, 시범 스마트 도로 건설 등 자율협력주행 맞춤형 커넥티드 카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차와 관련해서는 LPG하이브리드,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엔진 개발을 지원하고, 대용량 배터리로 주행하는 무가선 트램 등 친환경 교통을 육성하며, 친환경 오토바이 보급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민관 투트랙 육성책을 진행할 전망이다. 즉 기술개발 부문은 현기차 등 완성차 제조업체가 담당하고, 전기차 충전소 및 자율주행 관련 플랫폼 구축은 정부가 직접 챙긴다는 구상이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주행 거리 300km 이상의 2세대 전기차, 커넥티드 카 등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정부는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갖춰진 스마트 고속도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도심을 중심으로 미래차 개발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할 전망이다. 특히 광주와 대구를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관련 산업 기술의 융합 클러스터 생산기지로 지목했다. 광주는 전기자동차와 수소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생산지로, 대구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생산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해결 및 친환경차 산업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경유 승용차를 완전 퇴출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사진은 5월 15일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 알기 방문교실'에 참석해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세먼지 해결 위해 경유차 퇴출

친환경차 관련 공약은 보다 구체적이고 공격적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경유 승용차를 완전 퇴출시키고자 한다. 또한, LPG 차량 사용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기관 차량의 친환경차 구입 의무 비율을 50%에서 70%로 상향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친환경 자동차 밸리를 조성하고, 전기차 렌터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중에서는 경유 승용차 완전 퇴출 공약이 특히 눈에 띈다. 경유차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인 쌍용자동차나 수입차 업체들에게는 부담이 크겠지만 현 정부의 의지는 강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탈석탄·탈원전·친환경으로 요약되는 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며, 특히 미세먼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이미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다음달 일시 가동 중단하는 셧다운을 지시했다.

친환경차 구입 보조금 확대 및 전기차 충전 인프라 조기 구축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예산 규모 및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설치되어 콘트롤타워 역할을 시작하면 일관되고도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과감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크다"며 "인센티브 강화와 인프라 확충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면 기술 및 산업 발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았다.

한편, 문 대통령의 공약에 발맞춰 국토부도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전기차 활용에 대비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주택법 하위 규정인 ‘주택법 시행령’,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5월 10일~6월 19일)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새로 건설되는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주차장에는 이동형 충전기를 이용한 전기차 충전 콘센트의 의무 설치" 부분이다. 신축되는 500세대 이상 주택단지에는 주차장에 설치된 주차면수의 1/50에 해당하는 개수 이상의 콘센트를 설치하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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