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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도시바 인수전, 최태원 SK 회장이 美·日과 손잡은 4가지 이유

초유의 한미일 연합군…‘글로벌 공생’ 선언한 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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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1호 황수오 기자⁄ 2017.06.26 13:16:5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황수오 기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SK하이닉스는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미국의 사모펀드 등과 손을 잡고 ‘한미일 연합전선’을 구축해 6월 21일 유력 후보로 꼽히던 브로드컴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실상 연합군이 승리한 셈이다. 한때 후순위로 밀렸던 SK가 미국, 일본과 손을 잡는 ‘신의 한 수’를 두게 된 이유는 뭘까. 

이번에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지난 5월 ‘도시바 인수전’ 2차 입찰 때까지만 해도 미국 브로드컴 컨소시엄과 폭스콘, 미일연합, SK하이닉스·베인캐피탈 컨소시엄 등 4곳이 각축을 벌였다. 당시 매수가격을 가장 높이 제시한 곳은 30조를 제시한 폭스콘이었다. 하지만 일본 여론과 정부가 대만기업인 폭스콘으로 반도체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경계해 사실상 폭스콘은 후보에서 제외됐다. 

브로드컴 컨소시엄은 폭스콘 다음으로 높은 22조2000억원을 제시하면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 뒤로는 미일연합이 20조2000억원, SK하이닉스·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이 10조를 써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낸 SK하이닉스·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경쟁력이 가장 낮아 보였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가격이 낮았던 이유는 전체지분이 아닌 51%에만 배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15일 발표예정이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날이 다가오면서 판도가 뒤집혔다. SK하이닉스·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이 미일연합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몸집이 커진 ‘한미일 연합’은 브로드컴을 위협하는 강력한 후보로 등극했다.

SK가 연합전선에 가세한 이유는 4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첫째는 성공 가능성이다. 미일연합은 일본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 펀드로 구성돼 일본 정부가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경쟁자들과 비교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단 얘기다.

▲일본 요카이치에 있는 도시바 반도체 공장. 사진 = 도시바

다음으로는 자본력이다. 당초 미일연합은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20조2000억원을 배팅했지만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SK·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이 가세하면서 충분한 자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양측이 합친 뒤에 도시바 측에 제시한 금액은 21조5천억원에 이른다. SK도 자본 마련 부담을 덜게 돼 서로 ‘윈-윈(Win-Win)한 셈이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이 ‘협력·공생’이라는 점도 한미일 연합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 됐다. 

애초부터 SK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전체를 인수할 생각이 없었다. 지난 4월 최 회장은 도시바 메모리 인수와 관련해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사는 것 보다 더 나은 개념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100% 소유에 집착하기 보다는 상호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차 입찰에서 SK측이 전체 지분이 아닌 51% 지분에만 배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한미일 연합군을 형성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여러 기업들과 협력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협력·공생 방안을 택한 것이다. 

SK가 미국·일본과 경제적 교류 뿐 아니라 오랜 세월 문화교류를 해온 점도 이들 기업과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된 이유로 보인다. 

SK그룹은 고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인 1974년부터 지금까지 43년 간 장학 사업을 통해 미국에서 546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이처럼 한미교류에 공헌했다는 점에서 최종현·최태원 부자가 모두 ‘밴 플리트’ 상을 수상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1억엔의 구호 성금을 기탁하는 한편 지진 피해 주민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 건립을 지원키 위해 SK임직원 및 대학생 자원봉사단을 현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일 연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도시바 인수전’에 성공하더라도 여러 업체가 얽혀있어 SK가 원하는 방향대로 사업을 펼치기가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분 배분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한편, 도시바 측은 6월 15일 발표예정이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한차례 미룬 바 있다. 도시바의 기존 파트너(합작사)였던 웨스턴디지털이 매각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시바는 21일 ‘한미일’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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