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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소비자 vs 보험사, ‘알릴 의무’ 논쟁 ‘처음과 끝’

‘계약 전 건강상태 고지’ 갑론을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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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2호 이성호 기자⁄ 2017.07.03 10:26:54

▲국회에는 계약전 고지의무 수동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사진 = 대한민국국회

(CNB저널 = 이성호 기자) 보험가입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본인의 건강정보 등을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 ‘고지의무’를 둘러싼 민원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알릴의무를 위반할 경우, 보험사는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해지·변경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것.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사례1. 부산에 거주하는 A씨는 한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가입당시 A씨는 몇 년 전부터 골다공증 약을 복용중이라는 사실을 보험설계사에게 고지했으나 모집인은 해당 병력을 기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안내했다. A씨는 설계사가 안내한대로 청약서에 서명하고 보험에 가입했다. 2년이 경과한 뒤 A씨는 자궁경부암 치료를 받고 치료비를 보험회사에 청구했으나, 해당 보험사는 계약 당시 골다공증 약 복용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사례2. 경기도에 거주하는 B씨는 모 화재보험사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중앙분리대를 추돌해 7일간 입원했고, 이에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에서 손해사정인이 나와 조사를 한 결과 운전자 보험에 가입하기 3년 전, 버스에서 손잡이를 놓쳐 넘어지면서 타박상을 입고 10일간 입원한 병력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B씨는 보험에 가입할 당시 7일 이상 입원한 기록이 있다면 보험사에 해당 사항을 고지해야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가입 당시에 기억이 나지 않아 기재하지 않았다. 보험사는 만약 B씨가 스스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기존 납부한 보험금은 주겠다고 안내했다.

#사례3. 정읍에 사는 C씨는 TV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모 보험사의 어르신용 보험 상품의 광고를 보고 어머니를 위해 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시 혈압은 원래 있어서 약을 드신다는 사항을 전달했고 당뇨는 없고 연세가 있어 병원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으신다고 답했다. 상담원은 “그 정도면 건강하시네요”라고 답해 줬으며, 본인과 통화한 후 가입완료됐다.

하지만 어머니 다리가 안 좋아져 인공관절수술을 받게 됐고, 이에 C씨는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물리치료 받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 수 없으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C씨는 가입 때 이런 사실을 알렸다면서 녹취록을 요청해 확인해봤지만 당시 상담원과 통화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 통화내용 녹취는 전화기 들 때부터 놓을 때까지 해야 하나 사전 상담내용은 녹취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소비자단체에 접수된 보험소비자의 계약전 고지의무(알릴의무)와 관련된 민원들이다.

‘고지의무’ 수술대 위에 오르나

상법에 적시된 고지의무란 보험가입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보험사가 계약의 체결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병력(病歷)·직업 등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보험업 감독규정 시행세칙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 캡처.

하지만 민원 다발의 온상이기도 하다. 삼성·교보·알리안츠·동부·한화·신한·KDB·메트라이프·현대라이프·흥국·하나생명 등 생보사 및 KB손해·삼성화재·메리츠화재·흥국화재·한화손해보험·현대해상·The-K손해·MG손해·동부화재·롯데손해보험 등 손보사는 보험약관에 근거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가입자가 고지한 건강상태를 자체 보험계약 인수기준에 따라 심사한 후 보험계약 인수여부를 결정(인수·거절·조건부 인수)한다.

그러나 보험계약체결 이후에 고지의무 위반 확인 시에는 이들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어 보험소비자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5년 4월 1일~2016년 3월 31일까지 알릴의무 위반에 따른 민원접수 건은 887건이며, 2016년 한 해에만 1424건에 달한다.

이처럼 보험가입자가 고지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해지를 당했다는 소비자 민원이 잦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에 최근 국회에서는 이 제도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정운천 의원(바른정당)이 대표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사가 요구한 사항에 대해 소비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한 경우’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즉 보험계약자가 무엇을 고지해야 할 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사가 알고자하는 내용(질의)을 준비하고 이에 대해 답변만하면 되는 ‘수동적인 고지의무’로 전환시키자는 것이다. 

6월 12일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 또한 같은 맥락이다. 보험사가 고지를 요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삼을 수 없도록 했다.   

국회는 지난 19일 이런 내용을 놓고 ‘보험산업의 발전과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과제 토론회’를 여는 등 법개정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사전에 ‘룰’ 정해 ‘뒤늦은 후회’ 줄여야

고지의무 수동화에 대한 업계 반응은 어떨까. 일단 나쁘지 않아 보인다. 질문지를 꼼꼼하게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6월 19일 이용주 의원(국민의당)·정운천 의원(바른정당)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산업의 발전과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과제’ 토론회 모습. 사진 = 이성호 기자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현재도 보험 계약 때 중대질병 등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고, 모니터링을 통해 2중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수동적으로 전환돼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도 “묻는 것에 대해서만 답변하는 것으로 고지의무를 다했다고 본다면 민원도 줄일 수 있고 상호간 ‘윈-윈’ 할 수 있다”며 “단, 보험 상품별로 질문 하는 게 다를 수 있어 문의 항목을 보험사 재량으로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바랬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에서는 보험계약청약서에 기재된 질문사항을 19개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보험사별로 보험 상품에 맞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해달란 얘기다.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CNB기자와 만나 “프랑스·독일·일본·영국 등에서는 수동제 응답의무로 운용하고 있는 등 세계적인 추세”라면서도 “각 보험사가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어려운 용어 남발, 면책을 위한 과도한 질문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처장은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염려했다. 5년 이내에 병력 기록에 대해 답해야 하는 등 소비자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문항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한 경우, 계약자의 자필사인과 모니터링 녹취가 있기 때문에 외려 보험사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소비자의 정확한 건강 정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처장은 “보험을 들 때 소비자가 본인의 병원진료기록 등을 조회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번거롭기 때문에 행해지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인정보가 침해당하지 않는 선에서 극히 일부로 제한, 코드화된 내용을 보험사에 제공한다면 고지의무 및 보험금 지급 시 발생하는 분쟁이 상당부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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