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내 회사 이름의 인터넷 도메인을 법정에서 뺏어오려면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지난 10여 년간 인터넷과 대한민국의 IT 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습니다.
필자는 이제는 사라져 버린 하이텔(HITEL)을 사용했던 세대입니다. 일명 ‘X세대’라고도 했었지요. 당시 필자는 PC통신을 할 줄 알고,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최첨단 대학생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시 하이텔에는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고시동호회 F1’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통신 세계에서 관련 정보도 교환하고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정모(정기모임)’를 가지고 정보도 교환했습니다. 그때 만난 멤버들은 여전히 동종 업계에 근무하며 나름 같은 추억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 ‘야후’를 필두로 한국에 인터넷 세상이 열렸습니다. 필자는 그 시점에 본격적으로 고시 공부를 시작하고, 컴퓨터를 멀리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세상에 발을 담글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러다 필자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당시, 사무실을 임차하고, 사업자등록을 하고, 집기류를 사고, 직원을 고용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마지막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인터넷 홈페이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습니다. 사무실 이름을 정하고, 인터넷 도메인을 설정하고, 서비스표를 등록하는 절차는 필자에게 너무나 생소했습니다.
특히 필자의 사무실인 ‘고우’라는 도메인을 등록하려고 보니, 유사한 도메인을 누군가 이미 다 등록을 해 놓아서 ‘kohwoo’로 등록해야만 했을 때는 꽤 힘이 빠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도메인을 등록할 당시만 해도 지금과는 달리 워낙 무명의 변호사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도메인 주소를 등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누군가가 어떤 유명한 제품 또는 상표의 도메인을 선점해버린다면, 그 제품이나 상품의 소유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인터넷 주소에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표, 상호 정해도 도메인 권리 갖는 것 아냐
먼저 우리가 인터넷 주소라고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주소와 관련된 내용은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약칭: 인터넷주소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인터넷 주소는 IP주소(인터넷 프로토콜 주소, internet protocol address)와 도메인(domain) 이름으로 나뉩니다.
▲www.line.co.kr은 차선도색협회가 사용 중인 도메인이다.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코퍼레이션은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에 해당 도메인의 말소 취지로 조정을 신청했고, 도메인 말소가 결정됐다. 이에 해당 도메인 소유자 A씨는 법원에 “도메인 말소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원고패소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A씨가 해당 도메인을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으며, A씨가 한때 해당 도메인을 라인의 경쟁사인 다음카카오 웹페이지로 포워딩한 점, 라인코퍼레이션에 도메인 양수의 대가로 미화 10만 달러(약 1억 2천만 원)를 요구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사진 = 차선도색협회 웹페이지 캡처
IP 주소라는 것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에는 각기 특정한 숫자로 이루어진 주소가 있는데 이것을 말합니다. 이 IP주소는 숫자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인터넷 주소를 기억하기 쉬운 알파벳으로 된 이름으로 대신 사용하는 것이 도메인 이름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사무실은 IP 주소가 183.111.174.103이고, 도메인 이름은 www.kohwoo.com입니다.
상호, 상표가 등록되었다고 해서 도메인 이름을 쓸 수 있거나, 도메인 이름에 대한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도메인 이름과 상호·상표는 기본적으로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에, 처음에 상호-상표를 정할 때 도메인 이름까지 고려해서 정해야 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도메인 이름은 인터넷 호스팅 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대에, 이 도메인 이름은 회사의 상호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도메인 이름의 부정 사용과 관련된 판결이 있어 소개드리겠습니다.
사업 하려면 도메인부터 선점해야
B회사가 A회사의 국내 에이전트가 된 후 A회사의 제품을 소개하기 위하여 A사의 도메인이름을 등록하여 사용하였으나 그 후 그 에이전트 계약이 종료되었고, B사와 A사는 경쟁업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B사는 자신이 등록한 A사의 도메인 이름을 B사의 웹사이트 주소로 계속 사용하면서 자신을 A사의 해외 거래처라고 지칭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B사가 아직도 A사의 한국 공식대리점이라는 혼동을 초래한 사건입니다. A사는 법원에 B사가 보유한 도메인 이름을 A사에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www.twitter.co.kr 도메인을 보유했던 한국인 고모 씨는 미국 트위터(twitter.com) 사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앞서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로부터 도메인 말소 결정을 받은 데 불복한 소송이었지만, 법원은 고 모 씨가 3180개에 이르는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었고(2009년 기준), twitter.co.kr을 여행업 사이트인 것처럼 꾸몄지만 사업자등록조차 하지 않은 허위 사이트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고 씨가 해당 도메인을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은 트위터 본사의 모습. 사진 = 트위터
인터넷주소법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습니다.
제12조(부정한 목적의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 이름 등의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 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제1항을 위반하여 도메인 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한 자가 있으면 법원에 그 도메인 이름 등의 등록말소 또는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
즉 내가 당연히 소유해야 할 도메인 이름을 다른 사람이 부정하게 등록·보유·사용하고 있는 경우에, 권리자는 그 도메인 이름의 등록 말소·이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주소법에서 정한 부정한 목적이 있는 행위에는 정당한 권원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위뿐 아니라 도메인이름의 등록을 방해하는 행위 등과 같이 부당한 이득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행위도 포함합니다. 즉 다른 사람이 등록할 도메인을 미리 예상해서 등록한 후,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인터넷주소법에 따라 금지됩니다. 법원도 B사의 부정사용을 인정하여, A사에게 B사가 보유한 도메인을 넘겨주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사례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도메인 이름을 찾아오는 절차일 뿐입니다. 이 과정은 시간도 상당히 소요되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갑니다. 그래서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방은 간단합니다. 인터넷 호스팅 업체를 통해, 내가 앞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도메인과 유사도메인을 선점해 놓는 것입니다. 크지 않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상호, 상표의 선정도 중요하지만, 도메인 이름도 먼저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생각해 놓은 사업 혹은 아이템에 필요한 도메인 이름이 있다면 상표 등록과 함께 도메인 이름도 선점해 놓으시길 바랍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