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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너리스크’ 늪 빠진 기업들…전문경영인이 구원투수 될까

얼굴마담, 바지사장? 급조된 CEO ‘집중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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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9호 김유림 기자⁄ 2017.08.21 09:55:18

▲최근 오너의 비리나 일탈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오너리스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이 7월 6일 구속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유림 기자) 최근 중견 기업에 ‘전문경영인’ 바람이 불고 있다. 성추행, 갑질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너가 경영권을 내려놓으면서 전문성 있는 인재 영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이들은 ‘오너리스크’에 골병 든 회사를 위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기업의 위기는 천재지변, 잘못된 트렌드 판단, 제품의 치명적 하자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이 같은 상황이 예측불허이긴 하지만, 통상적인 경영 활동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원인 파악을 통한 발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 탈세, 외도, 횡령, 경영권 분쟁, 폭행, 스캔들 등 사주 일가의 비윤리적인 불법 행위로 회사가 큰 손해를 입는 ‘오너리스크’는 일반적인 경영 위기와 차원이 다르다. 사건의 진실을 100%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회장님’ 뿐이기 때문에 위기 대응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춘 그룹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오너리스크가 주는 타격은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 특히 B2B(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보다 소비자와의 직접 거래로 매출을 창출하는 B2C 회사는 직격탄을 맞는다. 

실제로 치약, 치킨, 대형마트, 우유 등 B2C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나면 한 순간에 실적과 주가가 급락하는 ‘어닝 쇼크’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제를 일으킨 오너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업들은 발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그 자리를 전문경영인으로 채우는 ‘극약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 눈총도

미스터피자를 운영하고 있는 MP그룹은 7월 내부인사를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상은 신임사장은 2002년부터 미스터피자 영업·마케팅본부장을 맡아 우먼스데이를 도입하는 등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며 2008년 미스터피자가 국내 1위로 올라서는 데 공을 세웠다. 2015년 6월부터는 미스터피자 베이징법인장을 맡아 지난해 베이징법인 설립 이래 첫 영업흑자를 이끌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내부인사를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재계에서는 오너 2세 체제 출범 전에 등돌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얼굴 마담용’ CEO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뗐다지만 여전히 최대 주주이고, 아들 정순민 부회장의 경영 수업이 막바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여전히 중요 결정은 오너 일가가 하고, 전문경영인은 ‘바지 사장’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P그룹 관계자는 CNB에 “오너 공백 상태에서 최적임자라고 판단돼 내부 인사를 총괄사장으로 선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스터피자를 만든 정우현 전 회장은 2년 연속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서 28년 만에 경영권을 내려놨다. 탈퇴한 가맹점주들에게 보복하고, 총 150억원대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또 지난해에는 60대 경비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외부인사 영입, 발빠른 대응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최호식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이후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7월 본사 HOSIGI타워에서 취임식을 가진 전문경영인 이명재 대표는 화려한 식품업계 경력을 지녔다. 

1987년부터 1998년까지 덴마크우유에 근무하며 대표이사자리까지 올랐으며,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파파이스 극동아시아지역 담당이사를 거쳤다. 2012년에는 체리브로 계열사인 델리퀸 대표이사를 지내며 경영관리 총괄에 대한 많은 이력과 노하우를 가진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사진)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진 = 연합뉴스

호식이두마리치킨 관계자는 “이명재 대표는 식품기업 경영관리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더이상 CEO자리를 비워둘 수 없기에 선임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건강식품 전문기업 천호식품은 33년 만에 총수 일가 경영 체제의 막을 내리고 새롭게 출발했다. 

창업주 김영식 전 회장은 지난해 중국산 가짜홍삼 원료 논란과 촛불집회 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이 일자 최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의 아들 김지안 대표가 뒤를 잇긴 했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지금은 이승우 전 아워홈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김 회장 일가와는 무관한 인물이다. LG그룹의 다양한 계열사에서 최고경영자 자리를 역임하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3년 LG화학에 입사해 헝가리 주재원, 자동차부품 사업부장, LG하우시스 장식재 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10년부터 범LG가 식품기업 아워홈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단체 급식 사업과 식자재 유통 사업 부문을 업계 1위로 정착시켰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과 가정간편식 시장의 확장을 주도하며 아워홈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호식품 관계자는 CNB에 “이승우 대표는 수년간 국내 굴지의 종합식품기업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업계 안팎에서 경영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전문경영인”이라며 “앞으로 이 대표를 중심으로 조직 및 제품 재정비 등을 진행, 국내 건강식품 업계 1위로 거듭 나겠다”고 말했다. 

6개월 새 두번 물갈이 “왜”

6개월 만에 전문경영인이 2번 바뀐 곳도 있다. 화장품 로드샵 네이처리퍼블릭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정운호 전 대표가 인수한 후 줄곧 오너 단독 체제로 운영돼왔다. 

그러나 2015년 10월 정 전 대표가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 실적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증시 상장작업도 잠정 중단됐다. 당초 네이처리퍼블릭은 정 전 대표가 해외도박 혐의로 구속됐을 때만 해도 경영자 자리를 비워두고 9개월 가까이 기다렸다.  

하지만 일명 ‘정운호 게이트’로 확대되면서 뒤늦게 전열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 전 대표는 검사장 출신과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기면서 엄청난 수임료를 건넸고, 그 돈이 브로커를 통해 로비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감 생활이 장기화 될 것으로 확정됐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해 6월 LG생활건강과 더페이스샵을 거쳐 네이처리퍼블릭 설립 초기부터 근무해오던 김창호 전무를 부랴부랴 CEO로 선임했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비상 경영에 참여하던 내부인사인 김 전무가 통솔력을 갖추고 있고, 내부사정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발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그 해 12월 6개월 만에 아모레퍼시픽 출신의 호종환 대표로 돌연 교체됐고, 김 전 대표는 부사장 자리로 강등됐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두번의 대표이사 교체와 관련해 “해외 진출을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경험까지 있는 호종환 대표를 영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 신임대표는 1958년생으로 1990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에 공채로 입사해 20년이 넘게 화장품업계에서 종사해온 화장품 마케팅·영업 전문가다. 2005년부터는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인 에뛰드하우스로 소속을 옮겼으며, 2011년 에뛰드하우스 영업본부장(상무)으로 근무했다. 

특히 호 대표는 소문난 노력파로 유명하다. 20년 이상 뷰티업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만큼 화장품 사업에 대한 철학과 노하우를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때문에 오너리스크를 극복하고 차질을 빚고 있는 사업을 다시 안정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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