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혹한 넘긴 현대중공업…떠난 이들은 언제 돌아오나
기지개 편 조선업계, 진짜 봄날은 언제?
▲현대중공업은 작년까지 이어진 수주절벽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일감부족을 이유로, 지난달부터 군산조선소의 가동을 중지하며 허리띠를 더욱 졸라맸다. 군산조선소 조감도. 사진=현대중공업
(CNB저널 = 손강훈 기자) 현대중공업이 빠르게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중이다. 실적회복과 수주량, 자구계획안 이행률에서 타사보다 앞서 나가고 있어 전문가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일감이 부족한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현대중공업은 ‘유턴’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동안 움츠렸던 조선업계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개선되고 수주가 늘어나는 등 재무상태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 그 중 현대중공업이 가장 눈에 띈다.
8월 1일 공시된 잠정실적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1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62억원)에 비해 69.2%(1290억원) 늘었다. 분기로 본다면 6분기 연속 흑자행진이다.
이는 조선3사 중 가장 발 빠르게 비용절감과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올 3월말 기준 직원 수는 2만1355명. 1년 전(2만7015명)에 비해 무려 6000여명이 줄었다.
사업구조 개편도 성공적이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레트릭·현대로보틱스를 독립시켰고 이들 모두 올 2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성과를 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동자금 확보도 성공적이다.
현대중공업은 7월 26일 비핵심자산 중 하나인 호텔현대 지분을 2000억원에 매각했다. 앞서 현대삼호중공업 프리IPO(4000억원), 현대미포조선의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3500억원)에 성공하며 올해에만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3조원 이상의 경영개선계획을 집행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서 목표로 한 3조5000억원의 90% 수준으로 타사의 자구계획안 이행률(삼성중공업 50%, 대우조선해양 39%)과 비교하면 상당히 앞서 있다.
기업의 건전성 정도를 나타내는 부채비율도 현재 90% 중반을 기록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통상 100% 이하면 양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건전성에 파란불이 켜진 것이다.
수주 성적도 견조한 흐름이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수주실적은 45억달러로 작년 기간(7월말) 17억달러에 비해 164.7%(28억달러) 늘어났다. 최근 수주한 물량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건조 작업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미래 전망이 긍정적이다.
▲현대중공업이 ‘기사회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과 수주량이 회복되고, 자구계획안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건조한 초대형 LPG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 = 현대중공업
이 같은 상황에 증권사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사업 분할로 인한 일회성 손익이 반영됐음에도 2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실적을 냈다”고 분석했고,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들어 수주 회복세가 이어지는 점은 긍정적이다. 내년에는 수주잔고가, 2019년에는 매출액이 각각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1년이 최대 고비
하지만 우려할 점도 있다. 실적개선이 투자와 성장 보다 구조조정으로 얻은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부터 작년까지 이어져온 ‘수주절벽’의 여파가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돼 ‘일감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통 수주가 일감에 반영되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린다. 즉, 올해 새로 수주한 선박의 건조가 바로 일감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의 6월말 기준 일감(수주잔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척 줄어든 85척에 그쳤다. 일감이 적다보니 완성품(건조물량)이 줄어들어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을 보면 9조4370억원으로 작년보다 26.6%(3조4215억원) 줄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CNB에 “일감 확보를 위한 수주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결국 수주회복세가 반영되는 시기까지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7월 1일부터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했으며 직원들로부터 ‘기본급 20% 반납’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2개의 도크 가동이 중단된 울산 본사 조선소의 도크를 추가로 중단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한동안 잠잠했던 노사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7월 27일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약) 타결을 노렸지만 무산된 데다가, 현재 노조가 호텔현대 지분 매각과 기본급 반납 등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어 협상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1배럴당 40~50달러 선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악재다. 유가 상승이 지지부진하면서 글로벌 대형석유기업들이 해양플랜트(해저에 매장된 석유, 가스 등을 담사·시추·발굴·생산하는 장비) 발주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는 조선사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로 현대중공업은 상반기에만 19억2600만 달러에 달하는 해양플랜트 4기를 인도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올 상반기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됐지만 아직 정상화에 돌입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감 부족 기간을 어떻게 넘기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