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제주항공 기내식 황당 치맥세트, 영문표기 없는 이유?
‘닭다리맛 과자’가 ‘치맥’으로 둔갑…소비자들 부글
▲제주항공이 8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 라운지에서 여행사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기내 사전 주문 서비스 등 온라인 부가서비스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유림 기자)국내 1위 저가항공사 제주항공의 유료 기내식 ‘치맥세트’가 화제다. 제주항공은 총 2개의 치맥세트를 판매 중이다. 이 중 메뉴판에 영문 표기가 없는 것은 가짜(?) 치맥(닭다리 맛 과자+맥주)이고, 영문표기가 있는 것은 진짜 치맥(치킨+맥주)이다. 이를 두고 한국 고객만 ‘호갱’ 취급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 LCC)는 기존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보다 최소 30% 이상 낮은 운임으로 운항하는 항공사다. 현재 국내에는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총 6곳의 LCC가 있다.
이들은 기내식, 담요, 등 FSC가 무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던 서비스를 별도로 돈을 받는 방식으로 비용을 보전한다. 특히 별도의 규정이 없다 보니 항공사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와 청구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LCC 중 서비스가 가장 야박하다고 알려진 곳은 업계 1위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LCC를 이용한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서비스 품질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실례로 제주항공은 항공권 구입 가격에 따라 무료 수화물 무게를 차등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정규운임료를 낸 고객은 20kg, 할인혜택을 받은 고객은 15kg까지밖에 못 싣는다. 제일 저렴한 항공권인 특가운임을 결제한 고객은 짐을 실으려면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제주항공의 기내식 가짜(?) 치맥(닭다리 맛 과자+맥주)세트.
특히 기내에서는 물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에 돈을 받는다. 탄산음료 2000원, 커피 4000원, 주스 3000원, 빵 3000원, 컵라면 5000원 등 일반 소비자 가격 보다 4~5배 비싼 값에 판매한다. 이밖에 사전주문 기내식(미리 주문, 결제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음식)은 9000원부터 2만원까지이다.
고객들은 저가항공의 특성상 ‘추가 부담’은 이해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메뉴판에 있는 가짜(?) ‘치맥(치킨+맥주) 세트’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 기내 음식에는 총 2개의 치맥세트가 있다. 이중 하나는 닭고기가 아닌 과자로 구성된 세트다. ‘과자(닭다리맛) 1봉지+맥주 2캔’을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SNS상에는 “진짜 치킨을 주는 줄 알고 시켰다가 황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소비자들의 후기가 수두룩하다.
게다가 모든 메뉴에는 외국인 고객을 위해 영문명이 표기돼 있지만 ‘가짜 치맥세트’만 유일하게 한글로 ‘치/맥세트’라고 적혀있고, “치맥,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홍보문구가 함께 달려있다. 또 메뉴책자 표지와 첫 페이지에는 ‘앙념 닭다리’를 홍보하는 문구(진화된 치맥! 이번엔 양념 닭다리다)도 실려 있다. 여기서 말하는 ‘양념 닭다리’는 양념치킨이 아니라 양념치킨맛이 나는 과자를 지칭하는 것이라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반면 진짜 후라이드 치킨이 들어있는 사전기내식 ‘치맥세트’에는 ‘Fried Chicken with Beer Set’라는 영문 이름이 표기돼 있다. 외국인들은 이 영문표기를 보고 주문하기 때문에 한글로만 표기된 ‘가짜 치맥’을 먹게 될 확률은 낮다. 이 때문에 한국 고객만 호갱(호구+호갱 줄임말) 취급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제주항공은 가장 저렴한 가격인 특가운임으로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에게 무료 위탁수하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CNB에 “영어는 제작할 때 실수로 빼먹은 것”이라며 “닭다리 과자 개별 품목에는 영문(Chicken flavor snack)이 적혀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혼돈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영문 표기를 빼먹은 것이 아니라 가짜 치맥세트를 한국어로만 소개하고 있는 행위 자체다. 제주항공을 이용한 한 고객은 CNB에 “영문 표기를 넣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과자를 ‘치맥’이라는 이름으로 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더구나 지금은 (가짜치맥에 영문표기가 없어) 한국 고객만 낚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문표기를 실수로 빼먹었다는 해명도 석연치 않다. 가짜 치맥세트는 지난해부터 판매하고 있었고, 제주항공은 계절에 맞춰 매월 메뉴판을 리뉴얼해 내놓는다. 1년이 넘도록 실수를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구나 메뉴책자에는 ‘플라밍고 타고 온 에이드 자몽맛/한라봉맛’(Grapefruit or hanrabong Ade + Flamingo Cupholder), ‘왕비행기 인형 목베게’(Airplane toy inflatable neck pillow King size) 등 제품들의 다양한 특성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영어 이름이 있다. 유독 ‘가짜 치맥’에만 영문 표기가 없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김유림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