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떼일 염려 없는데…보험사 약관대출 고금리 “왜”
내 보험료 담보로 돈 빌리는데 ‘연 9.5%’…소비자가 ‘봉’
(CNB저널 = 이성호 기자)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자는 시중금리에 비해 다소 높은 편. 고금리의 약관대출 증가는 대출자의 상환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보험계약의 해약과 효력 상실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은 보험의 보장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해지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사실상 자신의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이라 신용등급에 따른 제한이 없으며, 까다롭고 번거로운 심사절차도 없어 서민들이 쉽게 이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12월말 기준 약관대출 잔액은 5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4000억원(4.5%) 늘었고 신규 이용건수는 연간 300만건 수준이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비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약관대출의 상당수가 9.5%를 넘는 고금리로 책정돼 있는 것.
국회입법조사처·생명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한화·삼성·흥국·교보·현대라이프·DGB·ABL·KDB·미래에셋·농협·라이나·푸르덴셜·ING·하나·동부·메트라이프·동양·PCA·처브라이프·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전체 생보사 중 9곳의 일부 약관대출상품이 연 9.5%가 넘는 고금리다.
8월 기준 9.5% 이상 적용하고 있는 약관대출 금리(금리확정형) 취급비중은 한화생명 34.8%, ABL생명 22.8%, 삼성생명 66.5%, 흥국생명 28.3%, 교보생명 25.2%, 현대라이프생명 38.7%, 메트라이프생명 22.9%, 동양생명 21.2%, 처브라이프생명 20.7% 등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9.5% 이상 받는 곳은 거의 드물고 대체적으로 생보사들 보다는 금리가 낮은 편이지만 현대해상·동부화재 등은 8%~9.5% 구간 비중이 50%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고금리가 적용되고 있는 이유는 보험 상품과 가입 시기에 따라 금리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약관대출 금리체계는 2가지다. 금리확정형의 경우 예정이율(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이율)에 업무원가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가 더해져서 정해진다. 또 금리연동형은 공시이율(변동)+가산금리로 결정된다.
현재 생보사들의 가산금리는 1.50%~2.58%다. 예를 들어 금리확정형 보험을 가입해 예정이율이 7.5%인 경우, 약관대출 이자는 ‘7.5%+가산금리’가 된다. 문제는 과거 고금리 시절 가입한 금리확정형 보험계약의 경우다. 예정이율이 7% 내외로 높기 때문에 약관대출 금리도 9%~10%로 껑충 뛴다. 반면, 저금리 때에 가입해 예정이율이 낮게 계약된 보험상품의 경우 덩달아 약관대출 금리도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시 말하면 보험을 언제 가입했고 예정이율이 얼마인지를 기본적으로 따져서, 가입 상품 당 적용되는 약관대출 금리를 비교해 가장 이자가 낮은 대출부터 이용하는 것이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한 셈이다.
“저금리 시대 맞게 금리 낮춰야”
사정이 이러다 보니 손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험계약대출의 개선방안’이라는 정책자료를 통해 “연 9%가 넘는 고금리로 약관대출자의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이는 곧 보험계약 해약·효력 상실 위험의 증가로 이어질 요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즉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자 본인이 가입한 상품의 보험료 적립액에서 대출을 받는 것으로 신용도가 낮아 일반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는데 제약이 있거나, 긴급하게 단기자금이 필요할 경우 등에 이용하게 되지만 추후 상환부담으로 결국 보험계약 해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들도 고금리 대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CNB에 “타 대출의 경우 부실률 즉 돈을 떼일 염려가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이 다르지만, 역으로 약관대출은 기 납부한 해지환급금 범위에서 빌려줘 리스크가 없는데 높은 이자를 받아 보험사들이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