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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이 사람잡네 ⑥ 스타벅스] 20% 아쉬운 ‘리저브’ 지나 ‘포워드’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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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4-555-556호 김광현⁄ 2017.09.26 16:59:30

요즘 스타벅스 매장들이 멋지게 옷을 갈아입고 있다. 기존의 스타벅스 매장이 그린 색의 경쾌함을 주조로 했다면, 새 스타벅스 매장 중에는 짙은 검정으로 차려입은 중후함에 돋보인다. 그 주인공은 2014년 도입된 '리저브(Reserve) 매장'과 작년 시작된 '포워드(Forward) 매장'이다. 가뜩이나 인기가 좋은 스타벅스가 이처럼 특화된 코너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점검해봤다. 

커피업계의 '애플'이라고도 불리는 스타벅스는 2014년 고급 커피 브랜드인 '리저브’를 도입했다. 리저브란 ‘특별한 경우를 위해 따로 남겨 놓다’는 뜻. 이름 그대로 리저브 커피는 단일 원산지에서 소량만 재배되어 한정된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고급 커피를 말한다. 한정된 수량이기 때문에 리저브 커피는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리저브 커피는 별도로 마련된 바(Bar)에서 판매된다.  

▲리저브 매장에는 별도의 메뉴판이 준비돼 있어 고객은 리저브 전용 좌석에 앉아 주문을 할 수 있다.(사진 = 김광현 기자)


리저브는 새 매장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고급 커피를 제공한다는 데 원래 의도가 있었다. 그래서 첫선을 보인 리저브 매장들은 스타벅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원두와 새로운 추출 방법으로 커피를 내리는 데에 집중했다. 

예를 들면 중요한 생물학적, 생태학적 보존지 중 하나인 엘 트리운포(El Triunfo)의 커피 농장에서 재배된 ‘핀카 누에보 멕시코’와 같은 독특한 원두를 갈아 진공 압착 기술을 이용한 커피 기기 ‘클로버’로 내려주는 등 제조 방식과 맛의 독특함에 중점을 두었다. 리저브 커피들은 가장 대중적인 톨 사이즈 기준으로 1잔에 최소 6000원인 고급 커피로 한국 시장에 도입됐다. 같은 사이즈의 아메리카노 가격 4100원보다 거의 1.5배 더 비싼 가격으로 시작하는 커피들이다. 

커피는 고급이지만 매장 설계엔 "왜 이래?”

커피 원두와 제조의 독특함을 강조하다 보니 ‘경험 제공'에서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리저브 커피는 고급 커피로서 역할을 한다지만 리저브 커피를 제공하는 리저브 바는 고급 커피를 즐기기에는 좁거나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리저브 매장을 직접 방문해보면 알 수 있다. 

리저브 바를 갖춘 홍대역점을 가보자. 일반 커피를 주는 카운터와 리저브 커피를 내주는 리저브 바가 사실상 하나의 카운터다. 일반 바에서 일하는 바리스타가 리저브 커피 주문을 받으면 자리를 옮겨 리저브 커피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리저브 바 전용 바리스타가 상주하지 않기에 일반 바의 직원을 리저브 바로 불러와서야 주문을 하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구차함이 있다. 

▲홍대역점의 리저브 바는 한눈으로 봐도 공간이 좁아 프리미엄 기분을 느끼기 어렵다.(사진 = 김광현 기자)


홍대역점의 리저브 바는 ‘특별한 경우를 위해 따로 남겨둔다’는 리저브의 의미와 어울리지 않게 모퉁이에 옹색하게 자리잡고 있다. 테이블도 좌석도 좁아 오래 앉아 있기조차 힘들다. 이런 공간에서 최소한 1.5배 값 커피를 얻어마시듯 해야 한다는 콘셉트가 이해가 안 된다.

다른 리저브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파미에파크점은 스타벅스 점장들이 추천할 정도로 아름다운 매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리저브 공간은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초라했다. 

파미에파크점의 리저브 바 역시 일반 바와 구분이 없는 일체형이다. 홍대역점과 마찬가지로 리저브 바의 상주 직원이 없다. 리저브 바의 테이블 위에는 스탠드 등으로 보이는 물건이 있어 공간마저 비좁다. 또 고객이 앉는 좌석 일부는 통로 쪽에 위치해 있어 고급 커피를 초라한 곳에서, 뒤로는 사람들이 연신 지나다니는 가운데 마신다는 느낌이다.

▲파미에파크점은 큰 규모와는 대조적으로 리저브 공간의 테이블과 좌석이 좁아 마치 구석에 끼어서 커피를 마신다는 느낌을 준다.(사진 = 김광현 기자)


고급 원두에 공간마저 레벨업 시킨 ‘커피 포워드’ 매장

이에 스타벅스는 고급 원두를 넘어 특별한 경험까지 제공하기 위한 전략에 착수했다. 2016년 6월 기존 리저브 매장을 특화 매장인 ‘커피 포워드(Coffee Forward)’ 매장으로 바꾸는 작업에 돌입한 것. 전진이라는 의미 그대로 고객과 소통하면서 커피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커피 포워드 매장인 강남점은 리저브 바 주변으로 공간이 넉넉하다.(사진 = 김광현 기자)


포워드 매장의 특징은 리저브 공간이 따로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강남점을 기자가 가서 보니 일반 바와 분리된 별도의 리저브 바에 2~3명의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고 있었다. 

상주 바리스타가 있으니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기자가 리저브 좌석에 앉자 바리스타가 주문서를 건네며 원하는 맛을 물었고, 대답에 따라 기자 입맛에 알맞을 원두와 추출 방식을 추천해줬다. 그 중 하나를 고르니 바리스타는 눈 앞에서 직접 커피를 제조해 제공했다. 커피를 주문하고 호명되면 커피를 받으러 가던 기존 스타벅스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다. 주문한 커피가 제조되는 과정을 코앞에서 지켜보는 것은 물론 원두에 대한 대화를 바리스타와 나눌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커피를 주문한 고객은 눈 앞에서 자기 음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사진 = 김광현 기자)


아예 별도의 층을 리저브 공간으로 꾸민 매장도 있다. 광화문점은 매장 리뉴얼을 통해 2층을 리저브 특화 공간으로 꾸몄다. 광화문점에는1명의 리저브 전용 바리스타가 상주하며 주문을 받고 바로 앞에서 커피를 내려준다. 강남점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고른 원두 향을 맡아보게 해준다. 공간이 다양해 리저브 바에서는 물론 좀더 편안한 다른 좌석으로 옮겨 앉아 커피를 즐기는 고객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커피 포워드로 재단장한 광화문점은 2층에 별도의 리저브 바를 두었다. 널찍한 테이블과 좌석이 인상적이다.(사진 = 김광현 기자)


청담스타점도 2층을 리저브 특화 공간으로 꾸몄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보이는 2층 중앙에 위치한 리저브 바에서 3명의 바리스타들이 고객 취향에 맞춘 원두와 추출 방식을 추천하고 고객의 눈 앞에서 커피를 내린다. 리저브 전용 좌석과 테이블은 넓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기에도 넉넉하다. 

▲국내 스타벅스 1000호 매장인 청담스타점의 리저브 바는 어느 고급 바(bar) 못지 않게 외관이 고급스럽고 공간이 넉넉하다.(사진 = 김광현 기자)


반면 커피 포워드 매장임에도 전용 바리스타가 상주하지 않는 매장도 있다. 한 커피 포워드 매장은 리저브 전용 바가 일반 바와 구분돼 있지만 상주 바리스타가 없어 처음 이용 고객에겐 문턱이 높다고 느낄 만했다. 또 테이블과 좌석이 상대적으로 좁은 점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기자가 돌아본 커피 포워드 매장은 전체적으로 기존 리저브 바에 비한다면 훨씬 넓고 쾌적했다. 좁은 공간에 ‘끼어’ 비싼 커피를 마시는 기존 리저브 바에 비해 커피 포워드 매장은 바리스타와의 1:1 소통 등을 통해 다른 차원을 보여줬다.

▲한 커피 포워드 매장은 리저브 바를 따로 구분만 해 놨을 뿐 상주 바리스타가 없어 고객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고품격 경험 제공이라는 철학에 못 미쳤다.(사진 = 김광현 기자)


스타벅스는 현재 19개인 커피 포워드 매장을 점차 확대하고, 고객과 바리스타 간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교육을 통해 고품격 커피 경험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시도는 한국 커피업계에도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경쟁사인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 등에서도 고급 커피 특화 매장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업계 관계자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고객 니즈가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를 선두로 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높은 '하이 그라운드'에서 새롭게 한 판 붙을 판세지만, 스타벅스의 앞서 달려나가는 질주가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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