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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기업 ①] 5억뷰 기록 삼성전자 동영상 “인도인 마음 깊은곳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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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0호 윤지원⁄ 2017.11.03 16:19:53

▲삼성전자 인도 법인의 QLED TV 유튜브 광고가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다. (사진 = 유튜브 웹페이지 화면 캡처)


“포털 뉴스도 이제 안 봐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근황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데, 굳이 포털에 들어가서, 기자들이 뒤늦게 정리한 기사를, 포털의 에디터가 차려놓은대로 읽을 필요는 없잖아요?” 20대 청년의 말이다. 

기업 광고에서도 이미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종이신문 → TV → 인터넷을 지나 이제 SNS 광고 시대로 접어든 뒤 한참이 지났기 때문이다. “종이신문-TV-인터넷 광고에서 아무리 승리해도 SNS 홍보에서 진다면 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NS 홍보팀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국내 기업들의 최근 동향을 보여주는 시리즈 [SNS와 기업]의 첫 순서는 국내 최대의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는 지난 1년 간 유튜브에서 총 5억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0월 30일 “8월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QLED TV의 광고 동영상이 54일 만에 1억 뷰(view, 조회수)를 넘어섰다”면서 “하루 평균 180만 명 이상이 본 셈”이라고 밝혔다. ‘영상이 전하는 사랑을 경험하라(Feel the picture, Feel the love)’라는 제목의 이 90초 광고 영상은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우던 딸이 아버지의 반대로 갈등을 겪다가 서로의 진심을 깨닫는 과정을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냈다. 

이 광고 영상은 11월 3일 현재 1억 39만 799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좋아요’를 4만 번 이상 받았다. 유튜브 사용자들은 이 영상 아래에 “삼성이 인도 최고의 광고를 만들었다”, “왜 눈물이 나지”, “가슴에 와 닿는 영상이다” 등의 댓글을 통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인도의 인구는 13억 2400만 명 정도이고, 이 중 유튜브 이용자 수는 4억 명 정도인 것으로 유튜브 공식 통계에 나와 있다. 유튜브에 가입된 인도인 4명 중 한 명이 이 광고를 본 셈이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이 집행한 광고 중 유튜브에서 1억 회 이상 조회된 광고 영상은 두 편이 더 있다. 지난해 말(12월 30일) 공개된 삼성전자 AS 관련 광고, 그리고 올해 6월 공개된 교통사고 줄이기 관련 공익광고가 각각 1억 5000만 뷰 이상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올해 5월 말 공개된 삼성 테크니컬 스쿨 관련 광고와 지난해 10월 공개된 삼성 스마트 클래스 광고 등이 각각 8천만 뷰, 3600만 뷰 이상을 기록해, 삼성전자 인도 법인의 동영상들 중 가장 많이 조회된 다섯 편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 다섯 편이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조회된 숫자는 총 5억 뷰가 넘는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이 내놓은 QLED TV 관련 광고 동영상 중 한 장면.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인도인의 뭣을 건드렸기에…

삼성전자는 세계 톱 클래스의 글로벌 브랜드다. 삼성전자는 인도 외에도 세계 곳곳에 현지 법인이 있고, 유튜브에는 삼성 인디아 외에도 많은 국가의 현지법인이 각자 채널(계정)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지난 1년간 만들어진 다섯 편의 광고가 끌어낸 반응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보다도 폭발적이다. 

삼성전자를 현재의 세계적인 지위로 견인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는 ‘갤럭시’ 관련 여러 광고 중에서도,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광고(갤럭시 S8 티저 광고)가 4100만 뷰에 그쳤다. 이는 스마트폰 부문의 최대 라이벌인 아이폰 광고 중 최다 조회수로 기록되는 2873만 뷰(아이폰X 소개 영상)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임에도 그 정도다. 글로벌 브랜드라고 해도 광고 영상으로 1억 뷰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처럼 인도에서 집행된 유튜브 광고의 남다른 인기가 인도의 문화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발리우드’라는 말로 대변되는 인도 영화 산업의 규모가 할리우드의 연간 제작 편수를 능가한다는 사실에서 보이듯,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영상이라는 매체가 특별히 익숙하고 인기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인도 광고 사상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달성한 광고는 손에 꼽힌다. 지난해 12월 30일 공개된 ‘삼성 서비스’ 광고가 그 기록을 달성한 첫 번째 광고였다. 인도에서 최근 삼성의 광고들이 사랑받는 것은 유튜브 영상을 사랑하는 민족성 때문만은 아니었나보다.

한 소셜 미디어 홍보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제일기획의 현지 법인이 콘텐츠의 현지화에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인들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편적 가치와 그들 특유의 정서가 잘 반영된 스토리를 브랜드가 강조하려는 메시지에 잘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인도는 넓은 국토에 수많은 민족과 종교가 뒤섞여 사는 나라다. 따라서 계급 갈등과 지역 갈등 등 크고 작은 내부적인 잡음이 끊이지 않아 가족이나 지역사회 같은 소규모 공동체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더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다. 인도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발리우드 영화는 대부분 가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가족 문제와 관련된 갈등이 결혼이라는 형태로 봉합되는 해피엔딩을 이룬다. 가까운 친지들이 모여 파티를 즐기는 인도인 특유의 문화가 반영되고, 흥겨운 음악과 춤은 빠지지 않는다. 

가족애를 중시하는 여타 사회 못지않게 인도 사회도 보수적인 편이며, 고질적인 성차별이 만연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와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도 널리 확산되는 중이다. 동시에 젊은 세대들의 세계관이 확장되었다. 출신 성별, 계급, 지역과 상관없이 자신의 희망 진로를 개척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대도시에서 새로운 야망을 추구하기 위해 이탈하는 청년 세대의 증가로 기존의 굳건하던 가족 중심의 지역 공동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일기획 현지 법인이 제작을 주도한 삼성전자의 5대 유튜브 광고는 모두 이러한 인도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실 반영을 위한 전략의 첫 단계는 삼성과 연관된 실제 사례를 모은 것이었다. 삼성이 인도 현지에서 펼쳐 나가는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의 여러 성공 사례 가운데 인도인의 공감대를 끌어낼 만한 사례들을 추려 광고로 각색했다. 

▲삼성이 인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테크니컬 스쿨(기술 학교) 분포도. (사진 = 삼성전자 인도법인 홈페이지)

▲삼성 '스마트 클래스' 광고의 실제 주인공 사다난드 우갈레의 집과 부모님. (사진 = 삼성전자 인도법인 홈페이지)


실화 바탕으로 "인도 여자도 해낸다" 보여줘

우선, 지난해 10월 공개된 ‘스마트클래스’ 편 광고는 삼성전자가 인도 현지에서 펼치는 삼성 스마트클래스라는 사회공헌사업(CSR)에 관한 것이었다. 이 광고는 현재까지 약 3600만 뷰를 기록했다.

삼성 스마트클래스는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영재 대안학교 시스템인 JNV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삼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현대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삼성이 세운 학교다. 특히 기존의 농어촌 지역 청소년들이 현대적인 교육에서 소외되어 왔으나, 삼성 스마트클래스에서만 지금까지 20만 명 이상의 JNV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해당 광고는 농촌 외진 곳에 살던 부부가 인근 도시에서 따로 살면서 삼성 스마트클래스에 다니고 있는 아들을 만나고 오는 여정을 담았다.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아버지는 아들이 집을 떠나서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못마땅한데, 아들이 하필 호주의 한 의대에 장학생으로 뽑히게 되었다는 소식까지 전해 듣는다. 영영 고향을 떠날 것 같은 아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아들은 의사가 된 뒤 고향으로 돌아와서 평생 고향에서 봉사할 생각이라고 대답한다. 아버지의 우려는 자랑스러움으로 바뀐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이 지역(마하라슈트라 주)의 삼성 스마트학교 출신으로 호주 의대 장학금으로 선발된 사다난드 우갈레라는 소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광고에 주목한 인도 현지 매체 'afaqs'는 이 광고가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변화한 인도 전통 사회의 한 양상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예전 같으면 이 지역 농가의 아들이 장차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일이 드물었겠지만,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한 번 쓸어 넘기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꿈을 성취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삼성 '테크니컬 스쿨'의 인도 현지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삼성 '테크니컬 스쿨'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우리는 소녀들을 염려합니다’라는 또 다른 광고는 삼성이 인도 현지에서 운영하는 테크니컬 스쿨(기술 학교)에서 수집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삼성 기술 학교는 인도 전역에 20개곳이 있다. 그중 10개는 인도 중소기업부와 공동으로, 나머지 10개 학교는 델리, 비하르, 케랄라, 라자스탄, 벵갈 등의 주 정부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CSR 사업이다. 이 학교는 인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술의 인도(Skill India)’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고의 주인공은 라자스탄 주 삼성 기술 학교 출신의 시마 나가르라는 여성 엔지니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마는 아버지 형제들과 그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에서 태어났다. 큰아버지와 아버지는 시마가 딸로 태어난 것에 실망했고, 아버지는 그녀를 아들처럼 키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런데 아들처럼 크다 보니 시마는 보통의 인도 여자애들과는 다른 관심사가 있었으니, 바로 기계에 관한 관심이었다. 아버지는 시마를 삼성 기술 학교에 보내주고 싶어 하지만, 보수적인 가장인 큰아버지는 여자아이에게 고등교육을 시키는 것을 반대했다. 인도에서 여성은 결혼하기에 적합한 수준의 교양 교육만 마치면 된다는 성차별적인 고정 관념이 만연해 있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시마와 아버지는 큰아버지의 결정에 저항했다. 아버지가 큰아버지를 설득한 논리는 “시마는 아들이나 다름없이 키웠으니 다르게 봐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큰아버지의 지원 없이 학교를 마친 시마는 당당한 삼성의 엔지니어가 되어 자이푸르의 삼성 서비스 센터에서 일하게 되었고, 지난해 라자스탄 주지사로부터 다른 인도 소녀들의 귀감이 된다는 치하를 받기도 했다. 광고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른 아들들이 아무도 고치지 못한 집의 발전기를 시마가 고쳐내자 큰아버지가 “아들답게 잘 키웠다”며 시마의 실력을 인정했고, 그 말에 아버지는 한발 더 나아가 “아들이 아니라 나의 소중한 딸”이라고 대답해 여성이라는 시마의 정체성까지 인정해주는 것으로 끝난다. 

▲삼성 '테크니컬 스쿨' 광고의 실제 주인공인 시마 나가르(오른쪽)가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모습. (사진 = 삼성전자 인도법인 홈페이지)


이 광고는 올해 5월 말에 공개되어 현재까지 8천만 뷰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청자는 이 광고의 완성도가 높고 인도 사회에 반성을 촉구하는 진보적인 영감(inspiration)을 준다며 호평했다. 

하지만 현지의 홍보 및 영상 전문가들 가운데는 이 광고의 한계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인도의 한 여성 광고 기획자는, 교육에서 소외된 인도 소녀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반영한 것까지는 칭찬받을 만하나, 삼성이 ‘여성 교육을 중시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이 광고의 소재인 삼성 기술 학교는 여성 교육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삼성이 여성 전문학교를 세웠거나 관련 프로그램이나 장학제도를 설립한 것이 아니며, 심지어 광고에서도 시마가 기술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장면에서 여성은 시마뿐이고 나머지는 다 소년들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덧붙여 인도 소녀들의 교육 소외 문제는 2017년 현재 이미 첨예하거나 신선한 주제가 아니며, 벌써 많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진행된 주제이기 때문에, 광고라는 콘텐츠가 트렌드를 반영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창의성이 부족해 아쉽다는 비판이었다.

한국의 한 광고인은 이 광고가 기술적 완성도와 배경음악 등은 뛰어나지만, 여성 문제를 직시하기보다 시청자의 ‘신파적 정서’에 기대어 억지스러운 감동을 끌어낸다며, 진보의 가면을 쓴 보수적 이야기에 그쳤다고 아쉬워했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의 '삼성 서비스'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반전 거듭하는 스토리-감동은 전진배치, 삼성은 뒤로

삼성이 흥행시킨 이 다섯 광고의 공통점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장점을 결코 노골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며, 심지어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름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인도는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다. 세계적인 제품들이 저마다 소리 높여 첨단의 기능과 장점을 부르짖고 있을 때, 자신의 브랜드를 차별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반대로 자신들의 이름을 한발 뒤로 빼내고, 스토리텔링으로 인도인의 마음을 사는 광고를 만들었다. 30초짜리 TV 광고였다면 스토리텔링을 쉽게 구사하기 힘들지만, 유튜브에서는 러닝타임 4분 정도의 동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4분의 영상은 마음을 흔들 스토리를 담아내기에 충분한 그릇이다.

인도에서 유튜브 광고 영상 중 최초로 1억 뷰를 돌파한 ‘삼성 서비스’ 편 광고는 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 정책에 관한 것이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은 지난해 10월, 기존 서비스센터에 쉽게 방문하기 힘든 오지 마을의 고객들을 위해 355대의 전문 서비스 차량을 배치하는 새로운 서비스 정책을 도입했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의 마케팅 최고 이사 란지비지트 싱은 “삼성 인도법인은 언제나 고객의 필요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제품의 혁신은 물론 서비스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우리는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확장해 전문적으로 훈련된 서비스 엔지니어를 갖춘 서비스 센터를 더욱 광범위하게 제공하기로 했다”며 “이 팀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도의 가장 깊은 오지까지 찾아갈 것이다. 7개 유니언 지방, 29개 주에 걸친 6천 개 이상의 탈루카(마을)에 분포된 고객들에게 삼성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며 이 서비스 정책에 관해 설명했다.

이 광고는 이 서비스의 취지에 맞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삼성 서비스 차량의 엔지니어가 TV를 저녁 일곱 시까지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여자 고객의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그녀가 사는 마을은 오지의 언덕 마을이고, 가는 길은 도로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험하기 짝이 없다. 도로에는 나무가 쓰러져 있거나 염소 떼가 가로막기도 한다. 우회와 우회를 거듭하는 동안 기다리느라 초조한 고객은 거듭 전화를 한다. 시간 맞춰 갈 수 있다고 안심시키자 고객도 닦달하지 않는다. 두 남녀가 화기애애한 통화로 서로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니, 고된 여정의 끝이 궁금해진다.

기사가 드디어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 때 스토리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넘어간다. TV를 빨리 고쳐달라던 여성 고객은 놀랍게도 시각장애인이었다. ‘보는 행위’가 중심이라고 여긴 TV의 고객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간극은 주인공인 서비스 기사와 시청자 모두의 뒤통수를 때린다. 

기사는 커다란 의문이 생겼지만, 자신의 임무를 다 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TV를 고친다. 그렇게 험한 길을 뚫고 이곳에 온 이유는 (삼성의) 서비스 정신이자 자신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자기가 판단할 자격은 없다. 기사는 약속한 시각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TV 수리를 마친다.

반전은 계속된다. TV가 작동하는 소리를 들은 여성 고객은, 종을 울려서 아이들을 소집한다. 이곳은 시각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특수 시설이었다. 앞을 못 보는 아이들 십수 명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TV 앞에 모여 앉는다.

이날 이들이 꼭 보고자 했던 프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날 이 특수 시설 출신의 출연자(시각장애인)가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TV에서 드디어 친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은 모두 신이 난다. 의아해하는 기사에게 여성 고객은 “우리 학생 중 하나에요. 제 가장 친한 친구이고요.” 천사의 목소리를 가진 소녀가 노래하는 소리에 아이들 모두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춤을 추며 즐긴다. 이미 해가 진 어두운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서비스 기사의 표정은 시청자들이 느꼈을 감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뛰어난 반전이 담긴 스토리다. 기사와 시청자는 의심조차 하지 못했던 내 안의 편견을 확인하고, 따뜻하고 소박한 사연을 통해 그 편견을 극복한다. 그리고 그것은 쉽게 잊기 힘든 감동으로 남는다. 뛰어난 감동을 전하는 스토리는 많지만, 주로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었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를 연출해낸다는 사실도 어쩌면 하나의 큰 반전이다.

마지막 나래이션은 이렇게 말한다. “때때로 우리는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평소보다 조금 더 멀리까지 모험해야 할 때가 있다. 삼성 서비스 차량이 전국의 오지를 다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의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삼성 QLED TV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기업과 고객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

제일기획 인도법인 관계자는 afaqs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제품은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고객과의 관계가 이어지게 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브랜드와 고객이 지속적인 신뢰를 구축하며 관계를 오래도록 이어가는 것을 중시하는 삼성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이 광고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1억 5천 뷰 광고인 교통사고 줄이기 공익광고는 30초짜리 짧은 광고다. 아름답지만 왠지 서글픈 선율과 함께, 사랑하는 가족과 보낸 소중한 시간이 아름답게 편집되어 펼쳐진다. 그런데 이것은 한 남자가 죽음 직전에 자신의 행복한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임사 체험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듯 아스팔트 도로에 얼굴을 묻고 죽어가는 남자는 슬픔과 후회가 가득한 표정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 놓인 스마트폰의 깨진 액정에는, 오토바이를 타면서 찍은 그의 마지막 셀프카메라 사진이 떠 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라”는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가 충격적으로 전달된다. 광고 끝에 인도의 도로교통부 장관이 직접 등장해서, 인도가 도로에서의 셀카 찍기 때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율 세계 1위라는 사실을 밝히며, 제발 책임감 있게 운전해 줄 것을 당부한다. 이 광고 역시 반전이 돋보이는 스토리텔링이 압축되어 있다.

가장 최근에 1억 뷰를 돌파한 QLED TV 광고 역시, 아버지의 편견 때문에 꿈을 접을 뻔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성취한 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가치가 회복되는 스토리가 중심이다. TV를 통해 부녀가 화해하는 감동의 스토리에서 UHD 대화면이니, QLED의 고화질이니, 현장감이 풍부한 사운드니 하는 언급은 필요 없다. 그간 세계적으로 QLED TV의 ‘최상급 화질’ 프리미엄을 강조해 온 마케팅 기조와는 다르지만, 지금 인도에서는 이 전략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이 광고 아래에는 “삼성이 만드는 광고들이 최고”라는 내용의 댓글이 거듭 달리고 있다. 올해 초 삼성 서비스 광고를 비롯한 여러 광고에 거듭 감동했던 네티즌들은 이미 삼성 인도법인의 여러 광고에 담긴 스토리텔링의 팬이 되고 말았나 보다. 이들은 이제 SNS를 통해 삼성의 광고들을 자발적으로 전파한다. 소비자가 기업 광고를 광고해 주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5억 뷰라는 숫자는 그렇게 가능해졌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승자는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과도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임이 틀림없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선전하며 이런 시대를 앞당기는 데 공헌했지만, 열매의 가장 달콤한 부분은 이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빼앗겨 왔다. 하지만 결국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핵심은 그 플랫폼 안에서 기업이 사용자 및 그들의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 나가는가에 달렸다. 삼성은 올해 무려 5억 번 이상 사용자와 관계를 맺었다. 인도인들과 인도라는 사회가 삼성의 이야기 솜씨에 보인 지금까지의 반응은 향후 더욱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1억 뷰란 도대체 어느 정도?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지난해 말 공개한 '삼성서비스' 광고가 1억 5천만 뷰를 돌파했다. (사진 = 유튜브 웹페이지 화면 캡처)


유튜브 조회수 1억은 얼마나 높은 수치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1억 뷰를 기록하는 동영상은 전체 순위 1000위 권 밖이다. 

현재 유튜브에는 전 세계에서 60억 개 이상의 동영상이 등록되어 있다. 그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동영상은 푸에르토리코의 가수 루이스 폰시(Luis Fonsi)의 최근 곡 ‘Despacito’의 뮤직비디오로, 올해 1월에 게시된 후 10개월 동안 42억 번 이상 재생되었다. 2위는 위즈 칼리파(Wiz Khalifa)가 부른 영화 ‘분노의 질주 7’의 주제곡 ‘See You Again’으로 지난 2015년 4월 게시된 이래 32억 뷰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3위는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년 7월 게시, 약 29억 8283만 뷰)이다. 1000위에 해당하는 영상도 2억 9천만 뷰에 육박한다. 1억 뷰를 넘게 기록한 삼성전자의 저 광고는 아마도 상위 3000위 안에도 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 조회수 상위 수천 개 영상은 대부분이 뮤직비디오라는 특징이 있다. 톱30 영상 중 뮤직비디오가 아닌 영상은 단 두 건뿐이다. 범위가 넓어질수록 뮤직비디오 이외 특정 유형의 동영상이 많아지는데, 그 대부분은 바로 ‘어린이용’ 콘텐츠다. 따라서 뮤직비디오와 어린이용 콘텐츠를 제외한 동영상 중에서만 따져보면 삼성의 해당 광고의 조회수 순위는 대폭 올라간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세계적인 바이럴(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됨) 현상을 기록한 영상으로, BBC뉴스의 로버트 켈리 교수 인터뷰 영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지난 3월 10일, BBC뉴스와 원격 화상 인터뷰를 하던 부산대학교 정치학과의 로버트 켈리 교수가 무심코 방문을 열고 들어온 어린 자녀들과, 그 아이들을 데려나가기 위해 뛰어든 아내의 난입으로 당황하는 장면이 그대로 생중계된 것이다. 이 1분짜리 동영상 클립은 트위터 및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삽시간에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로 퍼져 나갔고, 3일 만에 페이스북과 유튜브 합계 3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방송사고 영상은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를 모은 영상 중 하나였는데, 이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겨우(?) 2488만 회를 조금 넘는다.

호날두+네이마루 광고가 겨우 7500만 뷰인데…

인기 브랜드의 광고 영상들만 두고 봤을 때 1억 뷰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나이키가 호날두, 네이마르 등 글로벌 축구 올스타들을 캐스팅해 만드는 각종 광고들은 공개될 때마다 전 세계 축구팬들과 유튜브 이용자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다. 이 중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이긴 팀만 남기(Winner Stays)’ 편의 조회수는 7500만 회에 조금 못 미친다.

삼성이 지금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지위를 얻게 된 일등 공신은 바로 삼성의 스마트폰이다. 올해 상반기에 갤럭시 S8의 티저 영상이 공개되었는데, 이 영상은 현재 4800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 모바일과 관련된 모든 광고 영상 가운데 가장 많이 조회된 영상이다.

유튜브에서 이처럼 크게 화제가 된 인기 동영상들의 주요 키워드들을 차례로 검색한 뒤, 조회수 순으로 정렬한 다음 거기서 뮤직비디오와 어린이용 콘텐츠를 제외하면, 1억 뷰 이상을 기록하는 영상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QLED TV 광고 영상은 관련 키워드에 해당하는 영상들의 조회수 순위에서 거의 언제나 톱3 안에 있다. LG전자의 인도 법인이 올린 20주년 기념 광고도 최근 유튜브에서 1억 뷰를 돌파한 바 있으니 아예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1억 5천만 뷰라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기자는 시각장애인이 등장한 삼성 서비스 광고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 광고 영상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 삼성전자 인도법인 QLED TV 광고



■ 삼성전자 인도법인 '삼성서비스' 편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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