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복합쇼핑몰 의무휴무 찬반 논란…득실 따져보니
‘영업제한’ 최대 피해자는 누구?
▲문재인 정부는 복합쇼핑몰 영업제한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는 11월 20일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유통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지난 9월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은 중소상인의 경영여건 악화 및 지역상권 붕괴 가속화에 대한 우려로 복합쇼핑몰 영업제한 등을 담았다.
현행법에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 SSM)과 같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지자체장이 영업시간 제한(0시∼오전 10시) 및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아울렛의 경우 이러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영업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즉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롯데그룹의 롯데몰,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 등과 같이 영업시간 규제 및 매달 2회 쉬도록 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 긍정적·부정적 의견은 팽팽하다.
국회 산자위 검토보고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초대형·다업종·다기능의 복합쇼핑몰은 다른 유통업태에 비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유통업태 내 독과점 심화와 유통 생태계의 다양성 상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은 소비자들을 원거리 상권(반경 7-10Km)에서 근거리 상권으로 빨아들이는 ‘빨대효과’와 출점 전후 인근 점포들이 프랜차이즈나 고급점포로 간판이 바뀌고 기존 소상공인들이 사라지는 ‘내몰림 현상’을 동시에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복합쇼핑몰·아울렛 등 대형쇼핑몰 인근 중소유통상인 300명을 대상으로 대형쇼핑몰 입점관련 주변상권 영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대형쇼핑몰 입점이 경영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인근 중소유통상인의 74.3%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대형쇼핑몰 입점 전에 비해 인근 중소유통상인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비율은 76.7%이고 평균매출 감소액은 30.9%로 조사됐다.
또 2014년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대형쇼핑몰 출점이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태조사에서도 대형쇼핑몰 출점 후 소상공인 1개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46.5%, 일평균 방문고객 수는 4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복합쇼핑몰에 대해 영업제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통계 제각각, 효과 의문부호
반면, 의무휴일 도입으로 인한 주변 상권 보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가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16년 전통시장에서의 소비금액은 의무휴업 도입 전인 2010년보다 3.3% 줄었다.
▲주요 유통업태별 출점 동향. (단위: 개, 누적) / 자료 = 체인스토어협회(대형마트, SSM, 복합쇼핑몰 및 프리미엄아울렛), 통계청(백화점), 편의점협회, 국회 산자위
특히 대형마트가 출점하면 기존 전통시장 이용고객의 약 5%가 마트로 이동하지만, 대형마트를 이용하면서 신규로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이보다 3배 정도 많아 마트가 들어서면 오히려 인근의 전통시장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규모점포 출점 시 집객효과 공유 등 지역상권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
이밖에도 대형마트가 의뮤휴업일에 쉴 경우 일평균 매출액의 15% 정도만 전통시장으로 이동(연세대, 2012년), 의무휴업일 전통시장으로 9.4%만 고객이동(전경련, 2014년) 등의 데이터도 이미 제시된 바 있다.
국회 산자위에 따르면 여러 연구가 대형마트 매출감소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의 매출증가를 인정하나, 그 효과가 작고 소비자·농민·납품업체에는 부정적이라는 결과도 있는 상태다.
또한, 형평성 논란이다. 현재에도 복합쇼핑몰 내 대형마트는 영업규제 대상에 포함되는데 복합쇼핑몰 내 입점한 개인 임대점포로 영업규제 대상을 확대할 경우, 영세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매장 임차인까지 규제대상에 속해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취지에 반하고 형평성 측면에서 과도한 규제에 해당한다는 반론도 있다.
가령,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해 있는 국내최대가구업체 한샘의 경우,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가 의무휴업하게 되면 같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반면 한샘과 불과 3km 떨어진 외국가구업체 이케아 고양점은 쇼핑몰이 아닌 ‘가구 전문점’으로 분류돼 규제를 받지 않는다.
더욱이 골목시장 및 소상공인과 관계없는 수영장·영화관·놀이시설 등도 휴일 영업제한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 지역주민과 소비자의 편익 감소 및 집객효과를 공유하는 주변상권에 오히려 악영향을 줌과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복합쇼핑몰에 따른 집객효과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도시 등 규제를 원하지 않는 지역도 존재하고, 현행 유통법상 백화점·쇼핑센터·복합쇼핑몰 등의 업태 구분이 모호해 명확한 정의를 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유통업계에서는 복합쇼핑몰 출점으로 인한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의 규모보다는 복합쇼핑몰의 매장면적 등과 관련성이 높으며 외국계 기업은 대기업에 포함되지 않아 영업제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국내 기업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政 “반드시 추진” vs 업계 “매출하락”
이처럼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복합쇼핑몰을 대규모점포에 포함해 규제를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고, 실제로 당선된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2018년부터 복합쇼핑몰에 대해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제한 등을 통해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으로, 향후 국회에서 시작되는 법안 논의가 어떻게 매듭을 맺게 될 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당사자인 복합쇼핑몰 운영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토·일요일 매출이 전체 1주일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공휴일에 문을 닫으면 피해는 막심할 수밖에 없다”며 “최종적으로 법이 어떻게 개정될지는 알 수 없어 추이를 지켜볼 뿐”이라고 전했다.
월~금요일 5일간의 매출이 토~일 이틀간의 매출과 비슷해 공휴일에 쉬게 되면 타격이 더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라 대형마트의 경우 주변 상권·지자체와의 협의 등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쉬는 곳도 많기 때문에, 복합쇼핑몰에도 강제휴무가 도입되더라도 휴일을 비켜갈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성호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