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암동 박정희 동상’ 반대 결의안 부결…논란 재점화
‘동상 반대’ 역풍 맞아…마포구의회 표결 결과 9:9
▲18일 오전 마포구의회 전광판에 나타난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결의안’ 표결 결과. 사진 = 마포구의회
(CNB저널 = 도기천 기자) 더불어민주당 마포구의원들이 구의회에 제출한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결의안’이 12월 18일 표결 결과 부결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동상 건립 추진이 다시 재개될지 주목된다.
마포구의회(의장 한일용)는 18일 오전 11시 본회의를 열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하 재단)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이하 기념도서관)에 세우려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한 반대 결의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총 18명의 재적 의원 중 찬성 9명, 반대 9명, 기권 0명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마포구의회는 민주당 9명, 자유한국당 7명, 국민의당 1명, 바른정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CNB 취재 결과, 민주당은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의안을 최초 제안한 이봉수 마포구의원(민주당)은 CNB에 “이미 건립 반대가 민주당 마포구지역위원회의 공식입장으로 채택된 데다, 당 소속 의원들이 여러 차례 한목소리로 반대해왔다”며 “이탈표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9명 의원 전원 명의로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동상 예정지인 기념도서관 앞에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 민주당 지역위원회는 11월 12일과 13일에 걸쳐 동상건립에 반대하는 당원집중행사를 가졌다.
따라서 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7명), 국민의당(1명), 바른정당(1명) 의원 모두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친박(親朴)’과는 거리가 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 반대표가 나온 점은 예상 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제작해 경기도 고양시 외곽의 한 건물에 보관 중인 높이 4.2m 크기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사진 = 연합뉴스
반대표를 행사한 한 의원은 CNB에 “서울시가 조례에 따라 판단할 사항을 구의회 결의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동상의 호불호를 떠나 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동상 여론, 찬반 팽팽?
이번 동상 파문은 11월 2일 재단 측이 한 언론에 박 전 대통령의 탄생 100년이 되는 날(11월 13일) 기념도서관에 4.2m 높이의 청동동상을 세운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11월 13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동상 기증식에서 동상 반대 측과 찬성 측 수백여명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 = CNB포토뱅크
이 동상은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대표 박근 전 유엔대사)이라는 시민단체가 재단에 기증한 것으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든 조각가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상은 기념도서관에서 서북쪽으로 7km 떨어진 경기도 고양시 외곽의 한 건물에 보관돼 있다.
당시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정의당 지역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봉수 마포구의원은 지난달 초 동상 진입을 막기 위해 1인 시위와 밤샘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같은당 동료 의원들은 이 의원의 뒤를 이어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해당 지역구 위원장인 민주당 손혜원 의원, 정청래 전 의원도 동상 반대에 적극 나섰으며, 시민단체 회원과 당원들의 재단 항의방문, 집회, 기자회견이 줄을 이었다.
재단 측이 예정대로 동상 기증식을 강행한 11월 13일에는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동상 반대 측과 찬성 측 수백여명이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재단 측은 박정희 탄생 100주년인 올해 안에 동상을 세우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선회해 서울시 심의절차를 밟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봉수 마포구의원이 18일 오전 마포구의회 본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반대 결의안’의 제안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마포구의회
2010년 제정된 ‘서울특별시 동상·기념비·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기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시 소유의 공공용지에 동상·기념비·조형물을 건립하고자 하는 경우, 시에 사업계획서(동상건립계획)와 사후관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시는 이 계획서를 놓고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기념도서관의 경우, 건물만 재단 소유(부지는 시유지)이기 때문에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CNB 확인 결과, 재단은 18일 현재까지도 시에 동상심의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은 상태다.
재단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진실 규명 움직임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향으로 볼 때, 박정희 동상이 허가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라며 “심의신청서를 냈다가 불허되면 명분을 잃게 되는 만큼,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 동상을 세우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귀뜸했다.
이런 앞뒤 사정으로 볼 때, 이번 마포구의회의 표결 결과는 재단 측의 동상 추진에 힘을 실어준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초 분위기와 달리 동상 건립이 찬반이 팽팽한 사안으로 부각될 경우, 서울시 심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도기천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