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밸류파트너스, 경동도시가스에 주주권 행사 논란
행동주의 사모펀드, 왜 ‘뜨거운 감자’ 건드렸나
▲지난해 9월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실 주최로 열린 도시가스 공공성 관련 토론회. 사진 = 조배숙의원 블로그
(CNB저널 = 도기천 기자) 국내 최초로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주)이 도시가스업계 3위 기업인 경동도시가스를 상대로 주주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한 사실을 CNB가 단독 확인했다. 국민연료로 자리 잡은 도시가스에 대한 공공성 강화가 최근 정치권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사모펀드가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CNB가 내막을 들여다봤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밸류파트너스)은 지난해 11월 27일 경동도시가스 나윤호 사장 앞으로 A4용지 7페이지 분량의 주주서한을 보냈다. 밸류파트너스는 경동도시가스 주식을 1%이상 갖고 있다.
밸류파트너스는 서한에서 “경동도시가스는 사업 모델에 맞지 않는 재무구조로 인해 자기자본이익률(ROE·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낮아져 시장에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도시가스 사업은 지역 독점적 특성과 투하자본(배관투자 등) 회수율 보장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보장되는 사업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현금배당)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경동도시가스는 울산광역시와 경남 양산시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데 보급률이 93%에 이른다. 도시가스 사업은 정부가 지역별로 할당을 주고 있어 사실상 경쟁사가 없는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적인 비즈니스모델이다.
이 회사는 유가상승에 힘입어 2011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57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국제유가가 급락한 2015~2016년에도 180억원(2015년), 230억원(2016년)의 영업이익을 내며 안정적인 포지션을 유지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도시가스 공급가격 인하와 국제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현재 약 1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기준 자본총계 예상치가 29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가총액은 1698억원(1월 9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다.
더구나 이 회사는 최근 5년간 순이익 규모에 상관없이 동일한 배당금을 책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연도별로 순이익 차이가 큰데도 배당금 총액은 40억원대 초반으로 일정하다보니 배당성향이 해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된 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울산광역시 북구 염포로 경동도시가스 본사. 사진 = 경동도시가스 홈페이지
이 회사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가장 높았던 2014년(729억원)과 가장 낮았던 2015년(155억원)의 배당금 총액이 43억원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배당성향은 2014년 6%, 2015년 28%로 큰 차이가 벌어진다. 한마디로 순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배당정책을 펴고 있단 얘기다.
이에 밸류파트너스 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내유보금(잉여현금)을 쌓아둘 것이 아니라 투자와 주주환원을 늘려 자기자본이익률과 주식가치를 끌어올려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밸류파트너스 관계자는 9일 CNB에 “국제유가의 등락폭이 커지면서 순이익이 해마다 급변했지만 배당금총액이 5년간 변동이 없으며, 누적배당성향률은 14%에 불과하다”며 “시장독점적 사업자로서 엄청난 이윤을 얻고 있는 만큼, 주주친화적인 재무정책을 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화두로 부상한 ‘주주권 강화’와 맞물려 파장을 낳고 있다.
‘주주친화정책’ 경제민주화 핵심
정부는 대주주에게 편중된 의사결정권을 다수의 주주가 나눠 갖는 쪽으로 경제개혁의 방향을 잡고 있다. 국회에서는 전자투표 의무도입,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또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2016년 12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강화 등 7대 원칙(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을 제정했고, 이에 따라 삼성·미래에셋·한화·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 50여개사가 이 원칙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 스튜어드십코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이번 밸류파트너스의 주주행동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밸류파트너스처럼 기업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기관투자가들이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도시가스 업종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공사업’이라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경영 쇄신’이 요구되고 있다. 도시가스의 공공성과 관련해 국회에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요금격차와 보급률 편차 문제 △도시가스 요금인하와 에너지복지 △독점적인 사업구조 문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밸류파트너스의 이번 주주행동이 공공성 강화 논란과 맞물려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어떤 태도를 취할 지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거수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추진 등 주주권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경동도시가스 측은 CNB에 “회사의 기존 방침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밸류파트너스는 지난해 5월 금융업계 최초로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표방한 이후 현대홈쇼핑 배당확대, 한국타이어그룹 자회사 아트라스비엑스(BX)의 상장폐지 반대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주주행동을 펼치고 있다.
도기천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