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이성호 기자) 김정태 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김 회장은 최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았으며,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신임 받게 될 예정이다. 김 회장이 장기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하나금융에 ‘김정태 3연임’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최근 김정태 현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후보로 추천했다.
앞서 회추위는 후보자 압축과정에서 개인별 전문성·장점을 개진할 수 있는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한 후, 지난 16일 김정태 회장,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최범수 전 한국크레딧뷰로(KCB) 사장 등 3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확정했다.
이어 이들에 대해 프레젠테이션(PT), 추가 심층면접, 질의응답을 진행해 김정태 회장을 차기 회장후보자로 정했다.
회추위는 김 회장이 그룹의 시너지 창출 및 이익 극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돼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하면서 은행맨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992년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합류해 송파지점장, 지방지역본부 본부장, 부행장 등을 거쳐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08년 하나은행 은행장 겸 하나금융그룹 가계금융 Business Unit 대표를 맡았고 2012년 하나금융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어 2015년 연임에 성공했고, 이번에 다시 최종 단독후보로 확정되면서 오는 2021년 3월까지 3년 간 더 하나금융의 수장으로 일하게 된다.
사업개선→재무건전→실적·주가 ‘선순환’
관련 업계는 하나금융이 김정태 체제 속에서 수익성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곧 연임 성공의 배경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재직기간 중 여신포트폴리오를 개선했고, 이는 보통주자본비율 상승 및 실적증대를 가져와 주가상승으로까지 이어졌다.
하나금융 측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9월 하나은행·외환은행 간 통합 이후 대기업 여신 감축 등 여신포트폴리오 개선에 힘입어 위험가중자산(RWA)이 감축되고 있다.
대기업에 편중된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대기업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조정, 지난해 9월말 대기업 대출 비중은 19.8%로 2015년 9월 27.7% 대비 7.9%P포인트 감소됐다. 주기적인 신용위험 점검 실시 및 감축 계획을 수립해 실행한 결과였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은 30.5%에서 34.2%로 3.7%P 증가했다. 수익성이 높고 동일 기업에 여신이 편중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중소기업대출 위주로 여신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 결과, 2015년말 408조원이었던 그룹의 총자산이 459조원(2017.3분기 기준)으로 51조원(12.5%) 증가했다.
또 자본적정성(보통주자본비율)도 향상되고 있다. 2015년말 9.79%에 머물던 보통주자본비율은 2016년말 11.77%로, 2017년 9월말에는 12.74%까지 올라갔다.
이런 결과들은 실적증대를 이끌고 있다. 하나금융의 2017년 3분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은 1조5410억원으로 2015년말 9097억원에 비해 무려 70%가까이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도 상승세다. 2015년 말 이후 이달 초까지 70% 넘게 주가가 올랐다. 하나금융 측은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CNB에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바탕으로 한 수익개선 기반 확보, 여신포트폴리오 개선, 보통주자본비율 상승 등으로 인한 시장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각종 검사 줄이어
이처럼 경영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김 회장이지만 앞날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금융감독원의 후보자격 적격성 심사를 비롯, 지배구조 검사, 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및 중국 특혜 투자 의혹 등에 대한 검사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에 김 회장은 단독 회장후보로 추천된 직후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헌신하겠다”며 “금융당국의 금융혁신 추진방안과 지배구조 관련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운영의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 선임 관련 객관성 및 투명성 강화,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한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의 내실화 등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김 회장의 숙제다.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김정태 회장 3연임을 위한 거수기 회추위의 결정을 규탄한다”며 “회장 후보로서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수익성에 기반을 둔 성과가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연임 반대 총력투쟁을 선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