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보안업계 2위 기업 ‘ADT캡스’ 인수에 성공하면서 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업계 1위 에스원은 물론 업계 3위 KT텔레캅을 보유한 KT, 그간 ADT캡스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이어오던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ICT융합을 통한 차세대 보안 서비스라는 큰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4사의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보안업계 ‘대어’ 낚다
지난 수년간 보안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의 가장 큰 매물이었던 ADT캡스가 마침내 SK텔레콤의 소유가 됐다. 8일 SK텔레콤은 이사회를 열어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이하 맥쿼리)과 공동으로 ADT캡스 지분 100%를 1조 276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SK텔레콤은 7020억 원을 투자해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의 지분 55%와 경영권을 확보하고, 맥쿼리는 5740억 원을 투자해 나머지 지분 45%를 보유하게 된다.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는 글로벌 사모투자 운용사 칼라일그룹이 ADT캡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ADT캡스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SK텔레콤과 맥쿼리 컨소시엄은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의 기업가치를 약 2조 9700억 원으로 평가했다. 부채 1조 7000억 원을 포함한 수치다. 이는 ADT캡스의 에비타(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의 약 11배 수준으로 해외 주요 보안기업의 인수·합병 시 평균 평가액이 11.7배인 것을 고려하면 적정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DT캡스는 국내 보안업계 2위 기업으로 약 57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주된 사업영역은 ‘물리보안’으로 알려진 출입·시설 관리 등 재화에 대한 물리적 보호 서비스다. 지난해 매출 7217억 원, 영업이익 1435억 원의 실적을 달성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약 30%다.
SK텔레콤은 ADT캡스의 물리보안 서비스에 자사가 강점을 가진 영상보안기술·AI·IoT·빅데이터 등 최신 ICT 기술을 적극 도입한 ‘차세대 보안 서비스’를 개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분야는 최근 구글, 아마존 등 해외의 ICT 대표기업들도 대거 뛰어들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는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가 여러모로 긍정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KB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으며,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ADT캡스와의 중장기적인 사업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도전 vs 수성, 2강 격돌 코앞
이미 보안업계 4위 기업을 보유한 SK텔레콤이 2위 기업까지 인수하면서 이번 인수전은 여러모로 보안업계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보안 시장 규모는 약 9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 성장했다. 이 중 물리보안(출동보안) 부문의 매출이 약 6조 5888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70%에 달하며, 정보보안 매출은 약 2조 4540억 원으로 나머지 약 30%를 차지한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정보보안의 성장률이 물리보안의 3배에 달한다는 것. 2017년 물리보안 매출액 증가율은 3.2%였지만 정보보안 매출액 증가율은 무려 10.3%에 달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ADT캡스는 물리보안 시장에서 1위 에스원(50%)에 이은 2위 기업으로 점유율은 약 30%다. 3위는 KT의 보안부문 자회사 KT텔레캅으로 점유율은 약 15%다. 4위는 NSOK로 SK텔레콤이 지난 2014년 인수했다. 현재는 SK텔링크의 자회사로 점유율은 약 5%다.
앞서 지난 2014년 SK텔레콤은 보안산업과 ICT의 시너지를 위해 당시 매물로 나왔던 ADT캡스 인수를 검토했으나 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자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았던 NSOK를 인수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기대했던 수준의 시너지는 얻지 못하자 알뜰폰 자회사인 SK텔링크 산하로 넘겼다.
따라서 이번 ADT캡스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텔레콤의 보안업계 점유율은 약 35%로 상승한다. 1위 에스원과 자웅을 가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ADT캡스와의 인수 시너지로 보안업계 1위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스원은 삼성그룹과 일본 세콤의 합작사로 세콤 지분이 약 25.65%로 삼성 계열사 지분 약 20.76%보다 우세하다. 보안시스템 서비스와 건물관리 서비스, MVNO사업 등이 주된 사업 영역이며, 삼성계열사의 매출 기여도가 높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에스원의 경쟁력이 물리보안 부문에 집중돼 있어 정보보안 부문에서는 이통 3사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에스원 측은 이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에스원 관계자는 “아직 인수가 최종적으로 완료된 건 아니어서 대응전략을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을 융합한 융합보안은 우리 경쟁력의 핵심 부문”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KT‧LG유플러스 “상황 주시 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KT와 LG유플러스다.
먼저 KT의 경우 자회사 KT텔레캅과 2위 ADT캡스와의 점유율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위 NSOK와 2위 ADT캡스가 SK텔레콤 소속이 되면서 그간 ‘2강 2약’ 구도였던 것이 ‘2강 1약’으로 재편될 경우 KT텔레캅의 점유율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앞서 KT텔레캅은 지난 4월 CJ그룹 계열의 경비보안업체 ‘SG생활안전’의 무인경비사업 부문을 약 28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에 대비한 KT측의 몸집 불리기 전략으로 추정됐다.
KT텔레캅 측은 일단 상황 변화를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KT텔레캅 관계자는 “당장 이렇다 할 점유율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의 상황은 좀더 심각하다. 그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파트너사가 라이벌로 바뀐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ADT캡스가 매물로 나왔을 때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인수를 검토했었다. 하지만 인수보다는 제휴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2014년 통신·보안 융합사업 분야에서 포괄적 제휴를 맺었고, 이후 현재까지 양사는 LTE 기반 보안관제 서비스, 스마트빌딩, IoT캡스, 드론 관제 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로 과거 같은 수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계획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제휴 관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