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카드 수수료’ 인하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정치권은 자영업자와 서민을 위해 수수료를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익난에 처한 카드사들은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수수료 논란이 일면서 포퓰리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고객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카드로 계산을 하면, 가맹점들은 일정 부분을 카드사에 수수료로 낸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카드 사용 고객이 많을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소형마트와 슈퍼마켓 점주들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몇 년 새 수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을 조정해 왔다. 작년 6월에는 중소 가맹점에 대한 우대요율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연 매출 2억원 이하 중소 상인에게만 0.8%의 우대요율을 적용했다. 이를 연매출 3억원 이하로 조정했으며, 연매출 3~5억원 규모 상인들의 요율은 2% 내외에서 1.3%로 줄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요율을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주유소 등 대기업 가맹점들은 할인이 적용돼 1.5% 미만의 요율을 적용받는 반면, 대기업 계열이 아닌 곳은 2.5% 수수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계열이 아닌 곳에도 우대요율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 원내대표는 높은 온라인 가맹점 수수료(평균 3.5%)에 대해서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출규제에 수수료 압박 ‘산 넘어 산’
이에 업계는 수수료 인하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노조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실정이다.
우선 작년 8개 전업카드사(신한·롯데·KB국민·현대·삼성·우리·하나·비씨카드)의 순이익은 1조2268억원으로 전년(1조8132억원)보다 32.3%나 감소했다. 2005년(3000억원) 이후 12년만에 가장 낮았다. 2010년 2조7000억원에서 2015년 2조원으로 순이익이 감소한 후 더 준 것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작년 신한카드는 순이익이 4227억원으로 전년대비 41.8% 감소했다. 롯데카드(-115.9%), 하나카드(-100%), 우리카드(-45.5%), KB국민카드(-44.9%), 현대카드(-10.8%), 삼성카드(-2.5%) 모두 순이익이 줄었다. 비씨카드만 2.8%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의 재무 건전성 규제 강화도 부담이다. 금감원은 작년 6월 카드사의 고위험 대출을 대손충당금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작년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은 약 9000억원으로 전년(2133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수수료 인하와 재무 건전성 규제 강화에 이어 업계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도 증가했다. 업계는 이른바 ‘3중고’에 시달려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도 정부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카드사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조협의회(카노협)는 지난달 말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를 주축으로 공동투쟁본부를 만들었다.
카노협은 산업 자체가 고사 위기에 처해 인력 구조조정이 일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상인의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 대안으로 대기업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하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상인의 수수료를 인하하는 만큼 대기업 가맹점의 요율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걸 제도로 막아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