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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대림·현대산업…‘디벨로퍼’의 빛과 그림자

대형건설사 ‘그들만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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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0호 손강훈 기자⁄ 2018.06.04 15:00:46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타워 전경. 사진 = HDC현대산업개발

(CNB저널 = 손강훈 기자) ‘건설업’이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시공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지매입에서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토지개발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디벨로퍼’가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대기업 건설사가 중소시행사 영역을 침범했다는 점에서 ‘건설업판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난도 나온다. 디벨로퍼는 안착할 수 있을까. 

 

디벨로퍼는 부동산 관련 상품개발 및 기획을 비롯해 부지 매입, 시공사 선정, 설계 및 시공, 마케팅 등 부동산 개발의 전 과정을 수행하는 업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도시주택 관련 사업을 주로 한다. 


개발사업의 전 영역을 다루다보니 단순 시공보다는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대형건설사들이 이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올해 신설한 개발운영사업본부(영업, 설계, 운영 등을 총괄)를 통해 작년 12월 수주한 총 사업비 2조5000억원의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종합 부동산 개발업체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대림산업은 자산관리 회사인 ‘대림AMC’, 민자발전산업을 담당하는 ‘대림에너지’ 등을 출범하며 대형사들 중 가장 먼저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자체 호텔 브랜드인 ‘글래드’를 비롯해 에너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SK건설은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국내 건설사 중 해외에서 가장 많은 개발형(디벨로퍼형) 사업을 수주·진행하고 있다.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관통하는 ‘유라시아해저터널사업’과 대림산업과 공동 수주한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 대교’ 프로젝트, 지난 2월 한국도로공사 등과 함께 따낸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건설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대림산업의 마포 글래드 호텔. 사진 = 대림산업

4월 한국자산관리연구원과 복합개발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현대건설 역시 ‘시공’ 위주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광교 복합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화건설도 자체·복합개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자금조달력’이 성패 좌우


이 같은 대형사들의 행보는 결국 ‘수익’ 때문이다. 건설 경기가 둔화 되면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복합개발이라는 형태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


실제로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가 시행되면서 건설사들이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서울 부동산’, 특히 재건축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거래절벽에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은 교육, 상업, 문화시설이 몰려있어 수요는 높은 반면, 공급은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정돼 있어 과잉공급, 미분양 등이 발생하는 지방과 달리 분양흥행이 보장돼 왔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해외시장도 안개속이다. 수주액이 부진했던 작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구나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원화 강세로 인한 수주전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최근 발생한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는 국제유가가 오르며 중동 산유국의 발주량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처럼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한 영역 확장의 필요성이 증가하자, 대형사들이 디벨로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가 부동산 개발에 직접 뛰어들면 고부가가치 사업에 속하는 프로젝트 기획과 설계 등에서부터 이윤을 창출 할 수 있다. 


또 경쟁입찰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미 기획단계에서 참여했기 때문에 수의계약으로 시공을 따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


분양도 직접 시행하게 되면 마케팅비용, 대행수수료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단순 도급일 때보다 이익률이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는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대림산업은 터키 차나칼레대교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16년2개월간의 교량운영권을 확보했고, SK건설은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를 완공한 후 15년10개월 동안 운영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SK건설이 수주한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조감도. 사진 = SK건설

한 대형사 관계자는 CNB에 “일부 건설사들이 이미 디벨로퍼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사업 확장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반면 자금조달이나 분양과정에서 실패했을 때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중소형사들은 부지 매입, 마케팅 등 새로운 사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자금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자금력이 있는 대형사만의 잔치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결국 대기업 자본이 건설업 전체를 좌지우지 하게 됨으로써 중소건설사와 시행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건설업판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난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CNB에 “사업이 잘 안됐을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가 큰 편이기 때문에 중견·소형사들은 위험이 낮은 도급사업을 여전히 중시할 것”이라며 “반대로 자금조달력이 왕성한 대형건설사들은 디벨로퍼로 영역을 넓힐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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