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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민사 문제인 ‘부동산 이중매매’가 계속 형사처벌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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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1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8.06.11 11:38:56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민사(民事)와 형사(刑事)는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쉽게 말하면 민사는 기본적으로 채권·채무의 문제이고, 형사는 형벌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민사 문제를 다루는 민사재판과 형사문제를 다루는 형사재판은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하지만, 돈과 관련해서 얽히면, 민사문제가 형사문제가 되기도 하고, 형사문제가 민사문제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돈을 빌려주었는데 상대방이 못 갚았다면, 기본적으로 민사문제입니다. 이런 채무불이행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판결을 받아 집행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많은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합니다. 채무자가 돈을 빌리면서 돈을 갚을 능력도 없는데, 마치 갚을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을 속였다는 것입니다. 죄명은 ‘사기죄’가 됩니다. 민사문제인 채무불이행이 형사문제인 사기죄로 둔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민사문제가 형사문제로 진행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형사재판이 돈을 받아내는 데 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냥 돈을 갚으라면 안 갚던 사람들이 형사처벌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갚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든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관(官)의 입장에서는, 좀 더 빠른 해결을 위해 민사문제를 형사문제로 다루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채무를 형사문제로 다루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어졌는데…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 채무불이행을 사기죄로 다루는 수사기관은 거의 없습니다. 민사문제와 형사문제가 이제는 어느 정도 분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까지 모두 수사기관에서 담당하다 보면, 업무가 폭주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원래 민사문제이면서 형사문제와 경계에 있는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이중매매(二重賣買)입니다. 최근에 이 부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해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합니다. 부동산 이중매매란 매도인이 동일한 부동산을 2인 이상의 매수인에게 2중으로 매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매도인 갑이 어떤 건물을 을에게 매도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병에게 매매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런 경우에는 매수인 중 먼저 이전등기를 완료하는 자가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매도인이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중도금을 받은 후에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팔았다면 문제가 됩니다. 우리 대법원은 이 경우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 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 그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에 있습니다. 

 

부동산 이중매매의 형사처벌 지속 여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주목됐으나, 대법원은 결국 “형사처벌이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런데, 내 부동산을 파는 행위가 왜 “타인의 사무”일까요? 이중매매에 배임죄가 된다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있은 후에도, 이 문제는 계속 다투어져 왔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다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이면 대법원이지 전원합의체란 무엇인가요? 우리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의 대법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든 판결마다 이 14명의 대법관이 모두 판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은 대법관 3명 이상이 하나의 부(部)를 구성해서 재판을 합니다. 


그런데, 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 명령ㆍ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그 사건이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이상으로 구성된 합의체에서 재판을 해야 합니다. 이를 전원합의체라고 합니다. 대법관 14인 전원(全員)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정치ㆍ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고 파급력이 큰 것들도 있고, 기존의 법 해석체계를 변경하는 것도 있어 주목을 받습니다. 

 

대법원 “이중매매를 계속 배임죄로 처벌” 판결 


만약 대법원이 이중매매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기존의 판례를 바꾸려면,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중매매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사실 저를 비롯한 많은 법조인들이 판례가 변경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존의 판결을 유지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중도금이 지급된 이후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이중매매를 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부동산의 가격이 등락하는 시기에는 중도금을 지급한 이후에도 분쟁이 많이 발생합니다.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에 확실히 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제한 후에, 제3자에게 매도해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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