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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추진한다 vs 안한다

지주사 전환 성공하면 기업가치 재평가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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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4호 정의식⁄ 2018.06.29 11:12:43

삼성물산 사옥 입구. 사진 = 연합뉴스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높아지면서 삼성그룹의 양 날개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단계별 지주사 전환을 권고했지만, 삼성물산 측은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 상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과 “이미 지주사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는 의견이 교차되고 있다.

 

김상조 “2016년 보고서 참고해 지배구조 개선하라”

 

지난 5월 30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조 3000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삼성전자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제시한 단계적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할지 여부다.

 

앞서 5월 10일 김상조 위원장은 10대그룹 간담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촉구하면서 자신이 201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작성한 보고서를 참고하라고 제언했다.

 

이 보고서는 김 위원장이 2016년 2월 이은정 경제개혁연대 실행위원(공인회계사)와 함께 작성한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 분석과 전망’을 말한다. 이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이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3단계의 수순을 밟으면 점진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1단계에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의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2단계에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금융계열사들의 일반지주회사를 설립한 후, 마지막 3단계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허용되는 것을 전제로 1‧2단계의 두 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종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 자료 = NH투자증권

1단계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방법에 대해 김 위원장은 두 가지 선택 옵션을 제시했다. 하나는 삼성물산을 인적분할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금융지주회사(가칭 ‘물산금융지주’)로 만드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생명을 인적분할해 자사주와 기타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금융지주회사(가칭 ‘생명금융지주’)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는 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거나,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될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주장들이 있는데 이 두 가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삼성생명)가 비금융계열사(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이는 최다출자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지, 주식을 전혀 보유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따라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1대주주인 삼성물산에 이어 2대주주가 되는 정도로만 지분조정을 하면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공정거래법 위배… 불가능한 시나리오”

 

김 위원장이 제시한 3단계 중 1단계의 두 가지 옵션 중에서 증권가가 주목하는 건 첫 번째 옵션이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방안이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7.2%를 보유했고,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와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각기 5.5%,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9%를 보유하는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37.3%에 달한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 삼성전자 지분 4.7%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중공업, 삼성SDS 등을 삼성전자와 함께 지배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가 되기에 가장 적당한 회사라는 의미다.

지난 5월10일 열린 공정위원장과 10대 그룹 간담회. 사진 = 연합뉴스

그렇다면 삼성그룹은 과연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돌입할까?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놓고 따져봤을 때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라며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요건을 고려했을 때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거래법 제8조의2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상장된 자회사의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되면 현재 4.65%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최소 15.35% 이상 더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6월 28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97조 8567억 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약 45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는 삼성물산이 확보하기 어려운 규모라는 것.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은 2015년 2.1조 원에서 올 1분기 기준 3.0조 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자산유동화 작업이 마무리되면 총 현금성 자산은 약 4.6조 원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서초동 사옥 매각과 한화종합화학 지분 처분에 성공한다 해도 총 확보 가능한 현금 규모는 5~6조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약 10배의 자금이 필요한 삼성전자 지분 매입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공정거래법이 지주회사가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하는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도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을 불가능하다고 보는 근거”라며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지주회사 전환 뒤 2년 안에 삼성생명보험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봤다.

 

“차근차근 준비 중… 삼성물산 기업가치 커질 것”

 

반면 삼성그룹이 결국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 순환출자를 최종적으로 해소할 것으로 보는 분석가들도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삼성그룹이 두 차례에 걸쳐 계열사 간 지분을 처분했다. 4월 10일에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1%를 매각했고, 5월 30일에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0.42%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는데 이는 규제환경 준수를 위해 예상된 이벤트였다”며 삼성그룹은 핵심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급한 영향을 받지 않지만 정부와 시장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의 어려움 등을 종합하면, 결국 지배구조 개편 이벤트가 이어 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만약 7월 10일 이후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각 2.6%와 1.4%, 합계 4.0%를 처분할 경우 삼성그룹의 순환출자는 완전 해소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지주회사 전환을 모색한다면 금융부문만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삼성생명영업회사가 삼성전자 일부 소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초 김상조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주장한대로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삼성물산 또는 삼성생명의 인적분할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인 삼성생명(영업회사)은 비금융회사인 삼성전자를 지배(1대주주)할 수는 없지만, 소유(2대주주 이하)할 수는 있으므로 최소한의 지분이전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다”며 “삼성생명(영업회사)이 유예기간 5년(최장 7년) 이내에 삼성물산에게 삼성전자 지분 1.8%(시가 약 5.6조원)를 처분하면 된다”고 분석했다.

 

조용선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물산이 지주사가 되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물산이 상반기 지주사 동반 하락의 영향과 순환출자 해소 및 삼성전자 지분 확보 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이 리스크로 작용하며 주가 부진을 겪었지만 삼성전자 지분의 추가 인수를 위한 현금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으며, 실제로 현금성 자산은 지속 증가 중”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이 매각 추진 중인 서울 서초동 사옥. 사진 = 연합뉴스 

삼성물산은 2017년 제일기획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했고, 최근에는 한화종합화학 지분과 서초동 사옥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한화종합화학 지분 20% 가치는 1조원을 상회하고, 지난 2월 매각 의사를 공개한 서초동 사옥의 장부가액은 5600억 원 수준인데 인수자가 속속 나서고 있어 본 입찰에 약 10곳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이들은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순환출자 완전해소와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가정한다면, 삼성물산의 경우 4.0% 오버행(대량대기매물) 및 삼성전자 지분 1.8%(시가 약 5.6조 원)를 매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유예기간이 최장 7년으로 길고 한화종합화학 지분, 서초동 사옥 등 비핵심자산 유동화가 가능하므로 삼성전자 1대주주로서의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 연구원도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위치해 7개 상장 계열사와 9개 비상장 계열사 지분 보유 중이며 순수 투자지분가치만 37.4조 원(상장사 33.6조, 자사주 3.1조, 비상장사 0.7조)으로 현재 시가총액 21.9조 원에 비해 과도한 디스카운트(-41.6%)로 거래 중”이라며 “거버넌스 이슈로 과도하게 확대된 순자산가치와 시가총액의 갭(gap)에 주목하며, 그룹 지배회사로서의 적정 가치가 점진적으로 부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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