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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벼랑 끝’ 車부품업계, 기술개발+수출다변화로 살길 찾는다

한온시스템·모토렉스·프라코… 첨단車 필수부품으로 글로벌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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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1호 윤지원⁄ 2018.10.19 15:11:12

2015 서울모터쇼에 마련된 한온시스템 부스. (사진 = 한온시스템)

한국의 자동차 부품업계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최근 몇 년 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된 탓에 이들 기업에 의존해온 부품업체들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진단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첨단 자동차 시대를 대비한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일찌감치 수출 라인을 다변화하고 소수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한 일부 부품업체들이 위기로부터 비켜나 있어 주목된다.

 

위기의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부품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상반기 현대차 부품 계열사를 제외한 상위 100개 부품 업체의 영업이익이 무려 49.24%나 급감했다. 100개사 중 82개 업체가 영업이익 하락을 보였고,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경우도 지난해 19개에서 올해 31개로 늘었다. 1차 협력업체, 그것도 회계감사 대상 업체들이 이 정도니 2차, 3차 협력업체의 상황은 뚜껑 열어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들에 대한 대출 회수를 자제해달라고 특별히 당부할 정도다. 이대로라면 80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공장 가동률 하락과 자금난 등으로 ‘줄도산’하는 재앙이 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해당되는 부품 업체들도 대부분 실적 하락을 겪으며 글로벌 순위가 떨어졌다.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지난 6월 발표한 2017년 기준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 순위에서 현대모비스는 전년대비 8.2% 감소한 약 25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와 같은 7위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2006년 25위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2014년부터 3년 연속 6위를 기록했으나 2016년에 일본 아이신 세이키에 밀려 지난해 한 계단 하락했고, 올해 같은 순위를 이어갔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매출이 2016년과 비슷한 약 70억 달러였다. 현대위아는 2016년 발표에서 29위에 올랐으나 지난해 34위로 5계단 떨어졌고, 올해 4계단 더 떨어진 3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9위를 기록했던 현대파워텍은 매출(약 40억 달러)이 19.7% 하락하며 57위로 떨어졌고, 현대다이모스는 1.9% 감소한 약 39억 달러 매출로 57위에서 59위로 미끄러졌다.

 

만도는 지난해 2계단 하락한 47위에서 올해 다시 1계단 회복한 46위에 올랐다. 만도는 2016년 매출이 전년대비 9.0%나 하락했었는데 지난해 약 52억 달러로 2.3% 증가했다. 2016년 매출 49억 달러로 지난해 처음 50위에 이름을 올린 한온시스템은 0.5% 소폭 상승한 지난해 매출에 힘입어 올해 2계단 상승한 48위를 기록했다.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2018년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 순위표 일부. (사진 = 오토모티브뉴스)

완성차 부진이 부품업계에 직격타

 

자동차 부품 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현대기아차를 위시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부진 장기화가 꼽힌다.

 

특히 협력업체가 가장 많은 현대자동차의 부진은 결정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기존 컨센서스 9496억 원보다 10% 이상 낮은 8000억 원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어 ‘어닝 쇼크’가 예상된다. 기아자동차도 3분기 실적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쌍용차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지난해 6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 손실 387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 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올해는 군산 공장 폐쇄와 한국 철수설 등의 대형 악재, 구조조정 등으로 적자 규모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두 곳의 거대 기업만 상대로 한 납품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배타적 종속 구조가 지금의 위기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계의 최대 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상위 기업들은 납품처가 다변화되어 있어 특정 완성차 업체에 위기가 닥쳐도 타격이 크지 않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 그대로다. 

 

이러한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이 부진한 와중에도 업계의 불황은 남 일인 듯 ‘나 홀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몇몇 부품업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현대-기아차 거래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일찌감치 벗어나서 수출 다변화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친환경,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 같은 미래 첨단 자동차 시장 확대에 대응할 새로운 기술의 연구·개발로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친환경차 배터리 열관리 공조장치 소개 영상. (사진 = 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부문 공략 가속화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중 48위로 언급된 한온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만도기계(한라그룹 계열)와 미국 포드 사가 합작으로 설립한 한라공조를 모태로 하는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단일품목 제조회사다. 여러 차례 지분 변화를 겪다가 2014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지분 50.5%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사들였다.

 

자동차 공조장치 시장에서는 일본의 세계적 기업 덴소에 이어 2~3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5조 원 이상의 매출과 468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올해에도 상반기 2.9조 원의 매출과 196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우량 기업이다.

 

한온시스템의 주요 고객사로는 현대기아차 외에도 BMW, 테슬라, 재규어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지난해 1월에는 중국 3대 완성차 업체인 이치기차(FAW)와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중국에서만 9개 합자회사를 만들었다. 지난 9월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사로부터 독일의 유체 압력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거래선 다변화에 나사고 있다.

 

특히 마그나 유체압력사업부 인수 금액은 12억 3000만 달러(약 1조 4000억 원)로, 국내 자동차 부품사 M&A 사상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약 80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인영 한온시스템 사장. (사진 = 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이 인수한 유체압력사업부는 전동 냉각수 펌프와 냉각팬, 변속기 오일펌프 등 친환경차의 핵심 부품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지난해 14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당 사업부는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에 10개 생산시설을 갖고 있으며 직원은 약 4200명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제조하는 친환경차가 늘어나면서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온도 관리 시스템 수요 또한 급증하는 데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냉각·공조 시스템이 자동차 효율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유진투자증권은 한온시스템의 마그나 유체압력사업부 인수로 현대기아차 매출 비중이 축소되고 글로벌 M&A 가능성이 상승했다는 이유에서 피인수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처 다각화로 한온시스템의 현대기아차 매출 비중은 지난해 51%에서 2023년 35%까지 하락할 전망"이라면서 "이번 M&A로 인해 잠재적 인수 주체가 소수의 국내 업체가 아닌 글로벌 플레이어들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모트렉스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 = 모트렉스 홈페이지)

모트렉스: 커넥티드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급

 

모트렉스(MOTREX)는 완성차에 AVN(Audio, Video, Navigation 시스템), RSE(Rear Seat Entertainment: 뒷좌석 승객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문 기업으로 2001년 창업해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하나금융투자의 자동차 부품업체의 해외 진출 현황 관련 자료에 따르면 모트렉스의 지역별 매출 비중은 한국이 7% 정도고, 미국·중국·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해외 시장이 93%나 된다.

 

모트렉스는 2007년 말부터 현대기아차에 PIO(Port Installed Option: 출고 후 선적될 때 제품을 장착하는 방식) 방식으로 차량 내비게이션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차량 중 신흥국 시장 70여 개 국가로 선적되는 차량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112개 종류의 내비게이션·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신흥국 수출 차량의 약 20% 정도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는 모트렉스의 매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모트렉스가 주목되는 것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커넥티드 카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 부분의 기술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커넥티드 카가 네트워크에서 수신하는 수많은 정보 중 운전자나 탑승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정보는 결국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디스플레이에 표시되거나 소리로 전달되어야 한다.

 

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동차 부품이지만 갈수록 IT 기술의 비중이 이 부품 분야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모트렉스는 IT 기업들 못지않게 신기술 도입 및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것도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첨단운전자 보조장치(ADAS)의 개발은 이미 완료했고, 차량과 유무선으로 연결되어 다른 기기들과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인 텔레매틱스를 개발하고 있다.

 

모트렉스가 최근 공급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후방카메라, TPEG(실시간 교통정보) 등의 기능도 탑재된다. 또한, 국내 중소기업들 가운데 구글 안드로이드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의 인증을 받은 유일한 기업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모트렉스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수출 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이러한 구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최근 들어 모트렉스는 중국의 알리바바, 독일 컨티넨탈, 일본의 알파인마케팅 등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선진시장에 진출하며 매출처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맺은 일본 전장기업 알파인(Alpine)마케팅과의 업무 협약은 유럽, 미국, 호주, 아시아 등에 폭넓게 갖춰진 알파인의 판매망을 통해 이제껏 신흥국에 치우쳐있던 모트렉스의 거래선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프라코가 생산하는 자동차 외장 플라스틱 부품. (사진 = 프라코 홈페이지)

프라코: 자율주행차 핵심 플라스틱 부품 기술력 자부

 

삼보모터스의 자회사 프라코(PLAKOR)는 범퍼, 스포일러, 글로브박스 등 자동차의 내·외장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1967년 설립된 대한 Paint & Ink Plastic Division이 모체로 1989년 창립했으며 삼보모터스가 2013년 일본 금형업체 아크(ARRK)로부터 인수했다. 플라스틱 부품 제조용 틀인 금형이 프라코의 주력 생산 품목이다. 플라스틱 사출업체로서 최대 규모의 금형 공장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프라코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748억 원, 영업이익은 16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5%, 영업이익은 45.7% 증가한 수치다. 삼보모터스가 인수하던 2013년 매출은 3762억 원 수준이었으나 이후 연평균 15.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한 2952억 원, 영업이익은 31.1% 증가한 65억 원을 각각 올렸다.

 

프라코에는 연결기준 자회사로 체코법인과 나전 등 두 곳이 있는데, 이 두 자회사가 매출의 54.9%를 차지한다. 프라코 관계자는 “체코법인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폭스바겐 등 유럽 현지 글로벌 완성차와 신규 거래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향후 체코 현지법인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코의 플라스틱 금형 공장. (사진 = 프라코 홈페이지)

프라코의 최근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커버’다. 이는 자율주행을 위한 부품의 덮개를 말하는데, 긴급자동제동시스템(AEB), 능동형자동항법제어(ASCC), 차선이탈경고시스템(LDWS) 등에 사용되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스캐너 등의 각종 센서들을 주행 중 파편이나 기후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센서의 전파 및 시야를 방해하지 않고 온전히 투과할 수 있게 해야 하므로 까다롭고 특수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프라코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제안으로 2014년부터 SCC커버 및 금형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기존에 독일 업체가 특허를 내고 독점 판매해오던 부품이다. 프라코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도 SCC커버와 관련된 특허를 가진 업체는 전 세계에 벤츠와 토요타, 그리고 프라코뿐이다.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는 신규 자동차에 AEB를 의무적으로 채택하는 법규가 마련될 예정이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또한 안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자율주행 기능을 기본으로 장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SCC커버의 보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 메이커에 종속되지 않은 부품 업체들이 해외 시장 다변화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종속 부품 업체들은 위기를 겪고 있어 정책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어 향후 대처 방안에 눈길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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