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4호 윤지원⁄ 2018.11.14 15:14:57
국토교통부가 항공운송사업 신규 사업자를 위한 면허 발급 기준을 수정하고 3년 만에 새로운 사업자 허가를 위한 심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신규 면허 발급의 장벽으로 기능해 온 항공사업법의 ‘과당경쟁 우려’ 조항을 삭제하고, 국내 항공 산업의 독과점 체제 해소에 나선 것. 이에 CNB는 바뀐 면허 발급 기준을 살펴보고, 신규 면허를 신청한 4개 항공사의 면면을 살펴봤다.
국토부, 신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접수 재개
국토교통부가 항공운송사업 신규 면허 발급을 위한 신청을 접수하고,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13일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말 새로운 항공운송사업자 심사 기준을 담은 항공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이달 1~9일 신청을 받아 내년 3월까지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의 면허 심사를 완료하고 면허 발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K),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등 4개 항공사가 국제운송사업자 면허신청서를, 가디언즈항공이 화물운송사업자 면허신청서를 각각 국토부에 제출했다.
신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심사는 다음과 같은 단계와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
우선 국토부는 새 기준에 따라 면허를 신청한 항공사들로부터 제출 받은 사업계획서를 한국교통연구원에 보내 수요 확보 가능성·재무 상황 예측 등 사업 타당성의 체계적 분석과 전문성 검토에 들어간다.
사업자는 항공기를 5대 이상 보유해야 하며 자본금은 15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사업자의 자본잠식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절반 이상의 자본잠식이 3년 넘게 지속되면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또한 국토부 내 항공 관련 7개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안전성, 노선 확보 가능성, 공항 수용 능력, 소비자 편익 등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이후 항공업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항공면허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 자문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최종 면허 발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항공 산업 독과점 체제 해소 기대돼
업계는 국토부의 이번 심사 결과 적어도 1곳 이상의 사업자가 면허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토부가 심사 조항 개선을 통해 기존 신규 사업자 진입 요건을 완화했고, 이례적으로 면허 심사 일정까지 공개한 것은 1~2개 사업자에게 면허를 내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는 국토부의 항공 산업의 독과점 체제를 해소하려는 의지로 분석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항공 산업은 9개 국적 항공사의 경쟁 체제라는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LCC 가운데 3곳이 대형항공사(FSC)의 자회사여서 사실상 2개 FSC의 비중과 영향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점유율은 70%에 가깝고, 제주항공을 포함한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은 81.7%나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2015년에 항공운송업을 ‘독과점 산업’으로 지정하고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하락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인 에어서울 이후 3년 동안 신규 면허를 전혀 발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플라이양양(현재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의 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을 반려하고, 이후에는 면허 기준 현실화를 추진한다며 신규 진입을 원하는 사업자들의 면허 심사 자체를 한동안 보류해왔다.
그런데 올 초부터 대한항공의 갑질 사건과 다양한 불공정 사례가 터져나왔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기존 업체를 보호하느라 그동안 신규 면허에 인색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고, 독과점을 방조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과 관련, 진에어의 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것을 두고 특혜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10월 8일, 위와 같은 내용의 항공운송사업 신규 면허 심사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또 새로운 LCC 면허 심사 기준이 담긴 항공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했다. 독과점 방조라는 의혹과 비판을 불식시키고, 늘어난 항공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번 면허 심사를 통한 신규 항공사의 시장 진입을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 항공권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질 정도로 항공업이 급격히 성장한 배경에 1978년 항공운송업 진입 규제 전면 철폐가 결정적이었던 것처럼, 좀 더 활발하고 공정한 경쟁은 국내 항공 산업 성장과 서비스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 LCC 면허를 신청한 사업체들이 양양공항, 청주공항, 무안공항 등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발전이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에어부산이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제주항공이 인천·김해에 이어 무안을 ‘제3의 허브 공항’으로 삼고 노선을 확대하며 LCC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신규 사업자의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항공업계에서는 여객기 1대를 추가 도입할 때마다 수십 명~100여 명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바뀐 심사 기준은?
신규 면허 발급을 위한 새 기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과당경쟁 우려’ 조항이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과당경쟁이란 기업 간의 생산·판매 경쟁이 도를 지나쳐 행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국토부는 그동안 항공사업법 8조 규정(항공운송사업 면허 기준)에 명시된 “사업자 간 과당경쟁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조항에 따라 신규 사업자의 면허 신청을 반려해왔다. 플라이강원(당시 플라이양양)은 2016년 4월과 지난해 12월 두 차례 면허 신청이 반려됐고, 에어로케이 역시 지난해 6월 반려된 바 있다. 매번 동일하게 ‘과당경쟁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과당경쟁 우려’ 조항은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기존 사업자들의 텃세의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조항이 항공사업자 면허 심사에 포함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항공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가 강력하다는 등의 이유에서 국토부가 더 많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올해 초 항공사 면허 요건 중 자본금을 1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항공기 보유 대수는 3대에서 5대로 강화하는 내용의 ‘항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이 기준도 수정을 가해 항공기 보유 대수는 5대로 정하고, 자본금 요건은 기존의 1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허가 요건을 완화했다.
다만, 면허 발급 기준은 완화했더라도 문턱을 무방비로 낮춘 것은 아니다. 신규 면허를 발급받게 되는 사업자라 해도 항공사의 조직·인력·시설 등 안전 운항 체계를 검증-심사하는 운항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을 취득해야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
이 같은 진입 규제 완화는 국정 기조에도 부합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1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시장진입·영업규제 혁신 방안’을 확정했는데, 항공사업법의 ‘과당경쟁 우려’ 조항이 모호하며 신규 사업자의 진입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혁신 방안에는 그밖에도 온라인 쇼핑몰 등 통신판매업의 신고제 폐지, 가상현실(VR) 게임의 특성을 반영한 VR 게임 콘텐츠 등급 분류 기준 신설, 공원 내 퀵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개인형 이동수단) 탑승 기준 제정 방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누가 과연 제10의 국적항공사 자격을 얻게 될 것인가로 향하고 있다.
4개 후보 항공사, 저마다 다른 자신감
① ‘삼수생’ 플라이강원, 인바운드 수요 창출 준비 끝
플라이강원은 2일 국내·국제항공 운송사업 면허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지난 4월 기존 ‘플라이양양’에서 사명을 바꾼 플레이강원은 지금까지 LCC 면허 취득을 위해 세 번 신청을 했다가 반려된 바 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국토부가 제도 개선 이후 재신청할 것을 요청하며 접수 자체를 미뤘다.
이에 플라이강원은 그동안 면허 신청이 반려된 이유를 분석하고 사업 계획을 보완했다. 5월에 신청할 당시 302억 원 가량 자본금을 확보했던 플라이강원은 현재 납입 자본금을 400억 원까지 확대했다. 운영 여객기는 보잉 737-800 기종으로 2023년까지 총 1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해외 여행객의 국내 입국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 대만 등의 여행업계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현재는 취항을 대비해 운항증명(AOC), 인력 채용, 사업 지역에 대한 계획 수립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면허가 발급되면 내년 4분기부터는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② 에어로케이, 450억 자본금에 항공기 8대 마련
충청북도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에어로케이는 7일 면허 발급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6월 면허에 도전했다가 반려되었고, 지난 9월에도 다시 면허를 신청했으나 접수되지 않았다.
에어로케이는 AIK의 자회사다. AIK의 지분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 쿠첸의 최대 주주인 부방, 강병호 에어로케이항공 대표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앞서 160억 원을 지분투자 했다가 회수한 바 있다.
에어로케이가 마련한 납입 자본금은 지난 9월 기준 450억 원이다. 항공기는 A320 기종 8대를 직도입 및 리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면허가 발급되면 과당 경쟁의 우려가 없는 자유화(오픈 스카이) 노선이자 외항사에 비해 국적사 점유율이 낮은 노선인 나리타, 나고야, 칭다오 등에 우선 취항하고, 일본, 중국, 대만 등의 동북아 노선을 중심으로 동남아로 확대 취항할 방침이다.
③ 에어프레미아, ‘하이브리드’ 항공사로 중장거리 집중
에어프레미아는 이번에 신청한 사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공항을 허브로 삼아 미국과 유럽 등 중장거리 해외 노선을 겨냥하고 있다. FSC와 LCC 사이의 ‘하이브리드 서비스 캐리어’(HSC)라는 새로운 항공사 모델을 통해 합리적 가격으로 프리미엄 좌석을 추구한다는 전략을 표방한다.
에어프레미아는 면허 취득을 위해 제주항공 대표를 지낸 김종철 대표 등 항공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착실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가 준비한 자본금은 370억 원이고, 보잉 787-9와 에어버스 330 Neo 두 기종 중에서 7대의 항공기를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단일 기종의 최신 중형 비행기를 도입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단일 기종 운용 전략은 김종철 대표가 2009~2012년 제주항공 대표로 재임하면서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낸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면허 취득 후에는 국내 LCC에겐 무리이고 FSC는 취약한 틈새 노선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호치민,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처럼 외항사가 국내 여행객을 대상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는 곳을 우선 공략하고, 이후 호주 케언즈를 비롯해 미주와 유럽으로 차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④ 에어필립, ‘유일’ 소형항공 운항 경험 내세워
광주와 무안공항을 기반으로 한 에어필립은 신규 면허 신청 기간 마지막 날인 9일 신청서와 사업계획서를 접수했다. 이날 에어필립은 올해 3번째 항공기도 도입했다.
에어필립은 이미 지난 6월부터 50인승 이하 규모의 항공기인 ERJ-145 세 대를 운항하고 있는 소형항공기운송사업자로 이번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한 4개 사업자 중에서 유일하게 실제 운항 중인 항공사다.
지난 6월 광주~김포 노선 개설을 시작으로 현재 광주~제주, 김포~제주 노선에 운항하고 있으며, 11월 말에는 무안~인천 노설을 개설할 예정이다. 28일에는 무안~블라디보스토크 취항으로 첫 국제선 운항도 시작한다. 12월에는 4호기 도입과 일본 오키나와 취항도 예정되어 있다.
에어필립에 따르면 취항 이래 평균 탑승률은 75%이며, 9월 12일에는 1만 고객을 돌파했다. 특히 1만 번째 탑승객에게 기아자동차의 준중형차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파격 마케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에어필립은 신청 기준 자격을 갖추기 위해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자본금 150억 원 납입을 의결하면서 300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했다. 5번째 항공기가 될 보잉 737-800 항공기 리스 의향계약(LOI)을 체결해 항공기 보유 대수 기준도 충족했으며, 2022년까지 12대의 기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에어필립은 5개월의 운항 경험이 신규 면허심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