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에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오며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주요 국내 면세점이 올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강북과 강남의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부동산에선 '강남 불패'라지만, 면세점에선 그 반대다. 롯데면세점 소공본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 강북 면세점들은 매출과 방문객 수가 모두 상승세지만,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과 삼성동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등 한강 남쪽 면세점들의 매출은 기대에 못미쳤다.
국내 면세점, 올해 사상 최대 매출… 강북 맑고 강남 흐림
국내 면세점들이 올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20일 올해 10월 면세점 매출이 14억 3819만 달러(1조 6223억 원)로 역대 6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6% 증가한 규모다.
면세업계는 “사드 보복 여파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에 유커들이 다시 늘고 있다”며 “특히 면세점들은 중국인 ‘보따리상'(代工·다이궁: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한 뒤 다시 되파는 중국인)들의 싹쓸이 쇼핑 덕분에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든 면세점이 활황을 띠는 건 아니다. 면세점이 밀집된 지역인 강북과 강남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방문객이 많고 매출이 높은 매장은 강북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추경호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면세점 방문객 수와 매출 조사’에 따르면, 매출이 높은 상위 점포는 모두 명동에 위치해 있다.
올해 9월까지 점포별 매출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본점(3조 3160억 원)이었다. 이어 신라면세점 서울점(2조 1345억 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1조 4898억 원) 순이다. 3개 면세점 매출만 전체 면세 시장의 48.1%(14조 870억 원)에 달했다.
강북에 비해 강남 지역 면세점의 매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과 삼성동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매출액은 각각 2661억 원, 1594억 원으로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10분의 1에도 못미쳤다. 지난 7월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도 3개월 누적 매출이 784억 원에 불과했다.
방문객 수도 강북 우세… 성장 폭은 강남이 좋아
방문객 수도 강북이 우세했다. 지난 9월 하루 평균 면세점 방문객 수는 장충동 신라면세점이 760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 롯데면세점 소공본점이 7221명, 3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6484명이었다. 또 4위 서울 용산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5위 동대문 두타면세점은 각각 3300명, 3000명이 방문했다.
반면, 잠실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1783명으로 6위,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의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932명으로 7위였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하루 평균 300명으로 가장 적은 방문객 수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위주의 강북 면세점들이 접근성은 물론 상품 구성도 풍부해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강남 면세점들도 잠재적 성장 여건이 충분하다. 강남 지역 면세점들의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또 “11월에 오픈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의 성장세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전년 매출 대비 가장 많은 매출 증가를 이룬 곳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다. 월드타워점은 지난 9월까지 7642억 원의 매출을 올려 작년 한 해 거둔 5721억 원의 1.3배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 7월 18일 오픈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9월 말까지 78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하루 평균 약 1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의미다.
11월 1일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도 초기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현대백화점면세점 하루 매출이 약 1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되는데,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18년 총매출 6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다수의 수입 럭셔리 브랜드들이 오픈 전이라 입점률이 80%에 불과한 만큼 추후 매출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면세점 강남시대, 이제 시작일 뿐
강남 면세점들의 의지도 강하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은 향후 5년을 목표로 인근 지역의 인프라 성장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은 센트럴시티 인근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드는 데 5년간 3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강남 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에 300억 원, 지역문화 육성 및 소외 계층 지원에 200억 원 등 5년간 총 500억 원의 재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면세점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된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지난 7월에 열었고,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은 오픈한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다”며 “초기 성과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조금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