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실적을 내놓은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물론 양호한 성적을 거둔 기업도 미·중 무역전쟁, 환율·금리, 국제유가 등 글로벌 불확실성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CNB는 업종별로 3분기 실적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편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제약업계다.
제약업계는 3분기 실적 저하로 우울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대부분 줄어들었기 때문.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은 3분기(별도기준) 매출 3756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3%, 영업이익은 무려 77.3%나 줄었다. 1~3분기 누적으로 보면 매출(1조951억원)은 조금 성장했지만, 영업이익(539억원)은 18.8%나 줄었다. 순이익(670억원)도 14.3% 급감했다.
GC녹십자도 상황이 비슷하다. 3분기 녹십자는 매출(3523억원)은 3.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279억원)은 1.1% 감소했다. 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매출(6359억원)은 2.8% 성장했지만, 영업이익(277억원)은 38.2% 축소됐다. 순이익(371억원)은 40.3%나 줄었다.
셀트리온도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3분기 매출(2311억원)과 영업이익(739억원)이 각각 0.4%, 44% 작아졌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2946억원)과 순이익(2162억원)은 각각 16.6%, 23.4% 빠졌다.
종근당은 3분기 매출(2350억원)이 작년 동기보다 7% 늘었지만, 영업이익(210억원)이 11.3%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588억원)은 3.6% 성장했지만, 순이익(293억원)은 25.3% 감소했다.
대웅제약은 3분기 매출(2320억원)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지만, 영업이익(80억원)은 44.7%나 하락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260억원), 순이익(171억원)도 각각 31.9%, 41.3% 축소됐다.
한미약품도 우울한 시즌을 맞았다. 3분기(연결기준) 매출(2353억원)이 3.4% 성장했지만, 영업이익(215억원)은 22.8% 줄었다. 누적 영업이익(676억원)과 순이익(350억원)도 전년 같은 시기보다 각각 16.2%, 41.2% 내려갔다.
제일약품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기업분할이 이뤄지고 있어서 정확한 실적이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올해 매출목표(7000억원)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약품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국내 전문의약품과 해외 원료의약품, 전문의약품 시장 확대, 원료와 완제에 대한 수탁생산과 수탁시험, 제네릭 제품 등을 통해 매출 7000억원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영업이익은 다른 제약사들과 마찬가지로 다소 줄었을 추정되고 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광동제약, 동아에스티(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 보령제약, 동성제약, 동화약품, 일동제약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매출은 양호해도, 실질적 이익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수출 한방’ 노리는 제약사들
이처럼 제약업계가 3분기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R&D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기준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한 제약사는 무려 62곳에 이른다. 매출 1조원이 넘는 빅3(유한양행·GC녹십자·광동제약) 외에도 최소 연매출 300억원 이상의 중견회사들이다. 그만큼 제약업계 내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도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에 의하면 한미약품(451억원), GC녹십자(338억원), 종근당(216억원), 유한양행(203억원) 모두 전년 동기보다 두자릿수 이상 R&D비용을 늘렸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치료제인 ‘레이저티닙’의 임상 2상을 진행하면서, GC녹십자는 노인용 고용량 독감백신인 ‘GC3114’의 임상 2상 등의 이유로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종근당은 황반변성치료제인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CKD-701’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고, 한미약품은 기술을 이전한 비만·당뇨치료 바이오신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비용 일부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NB에 “이전에는 신제품 개발비용 중 일부를 자산으로 처리하기도 했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개발비용의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바꾸면서 이전보다 회계상 비용이 늘어난 것처럼 보여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전망이 어떨까. 전문가들은 올해 주요 제약사들의 임상시험 등이 내년 이후부터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다. R&D 투자는 미래 수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멀리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이투자증권 김재익 연구원은 “내년에는 한미약품의 ‘롤론티스’, 대웅제약의 ‘나보타’ 등 다수의 임상종료와 허가가 기대된다”며 “국내 주요 제약사의 신약 개발 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내년 전망을 밝게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의하면 올해 우리 제약업계는 7건(총 2조7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했다. 이중에는 유한양행의 임상단계 신약 ‘레이저티닙’의 기술수출(1조4000억원 규모) 같은 ‘빅딜’도 포함돼 있다. 기술수출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제약사의 영업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