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6-617합본호 김수식⁄ 2018.11.27 11:41:55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
팀부스터의 이민석 대표와 김종민 개발이사는 이 마음 하나로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지금까지 몇 번의 도전을 했다. 그들은 지나간 도전을 실패라고 생각하기보다 ‘하우스플래너’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경험을 쌓으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는 것.
하우스플래너는 ‘온라인 CM(Construction Management) 서비스’다. 공사 현장, 공정 결과 등 집 짓는 과정을 실시간 영상으로 공개하고, 전문가의 현장 관리와 계약 이행 보증보험 등의 도움을 받는 공사관리 시스템이다. 오래된 낡은 집을 다시 짓는 데 사용됐던 하우스플래너는 최근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을 형성하는 규모 있는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민석 대표와 김종민 개발이사는 하우스플래너가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에도 유용할 거라고 자신한다.
“사람 중심의 기술 만들고파 시작”
이민석 대표와 김종민 개발이사는 둘 다 과거 ‘삼성맨’이었다. 소프트웨어에 재능 있는 대학생들을 발굴해 육성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진행한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을 수료하고, 취업했다.
안정적인 생활이었지만 그들은 항상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다. 이 대표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명확했다. 그는 하고 싶은 건 다 해보자는 주의다. 김 이사도 같았다. 대기업을 비롯해 프리랜서,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일을 해봤고, 이를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만들어 가는 것이 자신과 어울린다는 걸 알았다.
두 사람은 ‘사람 중심의 기술’을 만들어 보자는 공동 목표 아래 만났다. 김 이사는 “이 대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개발자 출신이지만 AI나 블록체인 등 하이테크(Hightech) 기술보단 사람의 일상에서 변화를 바로 느낄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쉽게 말해 사람이 좀 더 좋은 삶을 누리는 데 바로 사용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은 안 된다.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 서비스가 아직 적용되지 않은 분야를 찾았다. 두 사람은 건설 분야에서 해답을 찾았다.
<4차 산업혁명 건설 산업의 새로운 미래>의 저자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건설산업의 위기이자 기회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산업이 디지털화가 가장 뒤처진 산업이지만, 거꾸로 뒤집어 본다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 건설산업은 조금만 더 디지털화하더라도 생산성 향상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감했다. 그는 “내 집을 짓는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건축주들이 건물을 짓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건축주들은 보통 농담반 진담반으로 '집 한 번 짓고 나니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하우스플래너, 바쁜 건축주 대신 건설 현장 지켜봐
이 같은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건축주, 그리고 현장에서 건물을 짓기 위해 현장에 투입하는 설계사, 시공사 등 세 주체 사이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우스플래너는 신뢰를 쌓는 역할을 자처한다.
이 대표는 “신뢰는 데이터다. 건축주는 건물을 지을 때 오로지 건설사의 말만 믿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 공기(공사하는 기간)가 길어져도, 추가 비용이 나와도 왜 그런지 알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진행한다”며 “하우스플래너와 만나면 건축주가 중심이 돼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우스플래너는 현장에 CCTV를 설치해 바쁜 건축주를 대신해 공사 현장을 지켜보고 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또 일일 현장보고서와 자체 감리 시스템을 제공하며 날림공사를 원천 봉쇄한다”며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건축주는 안심하고 본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 강한 시공사는 더 큰 신뢰를 준다. 김 이사는 “시공사 입장에서 현장을 그대로 공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현장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며 “하우스플래너는 실력은 물론 투명하게 건물을 짓는 시공사 여덟 곳을 선별해 함께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이사는 건축주가 아무리 공사 현장을 보고 들어도 건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집을 처음 짓는 건축주들은 영상을 아무리 봐도 뭐가 잘하고 못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보는 만큼 아는 것도 신뢰를 쌓는 중요한 요소다.
하우스플래너는 비전문가 건축주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세미나, 오픈하우스 등을 진행한다. 또 설계, 시공, 인테리어 등 4명의 전문가들이 컨설팅과 공정별 관리를 해주며, 전담 플래너로부터 모든 공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 이사는 “무엇보다 초보 건축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많은 분들이 우리를 찾아와 집을 짓는 데 평당 얼마냐고 묻는다. 이는 잘못이다. 예산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건물은 저마다 재료도 크기도 모양도 다르다. 가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집을 짓는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다”며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처음에 저렴하게 시작한 공사가 나중에 추가 비용이 생기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관심
이러한 노하우를 통해 하우스플래너는 하나의 건물이 아닌 단지를 형성하는 규모의 공사 현장에서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49필지의 ‘별내 베네우스더가든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다. 하우스플래너의 성공적인 완공 사례를 확인한 시행사 (주)한강하니카운티가 직접 의뢰를 했다.
김 이사는 “시행사와는 그 회사의 분양 홍보 일을 도우면서 알게 됐다. 일을 마친 이후에도 연락을 하며 지냈는데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는 하우스플래너를 보고 별내 베네우스더가든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에 적용하자는 제안이 왔다”며 “신뢰로 쌓아온 기분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우스플래너 서비스는 이보다 더 많은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의 입에서 ‘도시재생 사업’이라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도시재생 사업이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침체된 기존 도시 주거지를 다시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지정과 함께 그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8월에는 노후화로 낙후된 지역 500곳을 5년간 50조 원을 들여 활성화하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윤곽이 공개됐다.
이 대표는 바로 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최근 부동산을 보면 아파트에 많이 집중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돈이 되니까”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는 땅이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땅 위에 집을 짓고 먼 훗날 필요에 따라서는 새로 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수요가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건설 산업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한다. 그곳에서 하우스플래너가 신뢰를 바탕으로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하나의 도구로서 함께 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