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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2강, D램 전문가 내세워 비수기 돌파 노린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 승진…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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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9호 정의식⁄ 2018.12.11 11:24:13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진 = 각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도 임원 인사에서 반도체 전문가에게 실권을 몰아줬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DS부문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SK하이닉스는 이석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D램 분야 전문가여서 업계는 두 회사의 내년 반도체 사업도 D램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D램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2019년을 맞아 두 전문가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 리더가 임원 인사 최고 수혜자

‘반도체 빅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19년 정기 임원 인사가 막 마무리됐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두 회사 모두 ‘성과주의’ 기조하에 올해 가장 놀라운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사업 책임자를 승진시키거나 신임 수장으로 임명한 것. 삼성전자의 김기남 DS부문장과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 6일 디바이스솔루션(DS)사업부문 대표이사인 김기남(60)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IT모바일(IM)사업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인 노태문(50)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실시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DS사업부문 대표직을 유지했고, 스마트폰 사업 등을 담당하는 IM사업부문의 고동진 사장과 TV·백색가전 등을 맡은 소비자가전(CE)사업부문의 김현석 사장도 자리를 지켰다.

다만 3개 사업부문 중에서 DS사업부문 책임자인 김기남 사장만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최근 몇년간 이어진 ‘성과주의’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해석됐다. 삼성전자의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인 17조 5000억 원의 77.7%에 해당하는 13조 6500억 원이 DS사업부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약 64조 원(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900억 불 수출의 탑을 수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900억 불 수출의 탑 수여는 국내 최초 사례다. 사진 = 연합뉴스

같은 날 SK하이닉스도 이사회를 열고 사업총괄 이석희(53)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CEO)로 선임하고, 김동섭 부사장은 사장으로, 오종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실시했다. 이외에 8명의 임원이 승진했고, 13명의 임원이 신규 선임됐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단연 ‘CEO 교체’였다. 지난 6년간 SK하이닉스 대표직을 맡으며 매년 역대 최대의 실적을 냈던 박성욱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고 이석희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된 것.

 

실적 면에서 부족함이 없었던 박 부회장이 ‘용퇴’를 선택하고, 그룹 차원에서 세대교체를 실시한 것은 마침 SK하이닉스 조직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할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한 해 다양한 실적 신기록을 세웠지만, 내년에 반도체 업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신임 대표이사의 선임 배경을 “최근 반도체 고점 논란과 신규 경쟁자 진입, 글로벌 무역 전쟁 등 산적한 과제를 타개할 최적의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미래기술연구원장·D램개발사업부문장·사업총괄 등 요직을 두루 걸치며 전문성을 쌓았고, 그간 ‘포스트 박성욱’으로 종종 거론되던 인물이다.

김기남‧이석희 공통점 ‘D램 전문가’

재미있는 것은 두 회사의 이번 인사에서 주인공이 된 김기남 삼성전자 DS사업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신임 대표이사가 ‘D램 분야의 전문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KAIST와 UCLA에서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줄곧 반도체 기술 개발에 전념해왔다.

이후 그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차세대연구팀장(2002),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2007), 반도체연구소장(2009), 종합기술원장(2010),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2012),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2013),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겸 S.LSI사업부장(2014),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 총괄(2017)을 거친 후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 겸 종합기술원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D램 고집적화와 플래시메모리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한다. 지난 2003년 ‘삼성펠로우’에 선정됐는데 이는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핵심 인력에게 부여하는 칭호다. 국제전기전자기술협회(IEEE) 펠로우도 맡고 있다.

2017년 2월 'SK하이닉스 2017 딥 체인지' 행사에 참석한 박성욱 부회장(가운데)와 이석희 대표이사(오른쪽). 사진 = SK하이닉스

이석희 신임 대표이사도 SK하이닉스에서 비슷한 행로를 걸었다. 1965년생인 이 대표는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석사, 미국 스탠포드대 재료공학 박사를 거쳐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그는 인텔과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를 거쳐 2013년 SK하이닉스에 다시 합류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미래기술연구원장, D램개발사업부문장, 사업총괄 등을 역임했다.

인텔 재직 시 최고 기술자에게 수여되는 ‘인텔 기술상(Intel Achievement Award)’을 3회 수상했고, 국제전기전자기술협회(IEEE) 산하 국제전자장치회의(IEDM) 기술 위원회 위원장도 맡은 경력 등 이 대표는 SK하이닉스 내에서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DRAM개발사업부문장을 역임했던 경력에서 드러나듯 이 대표는 SK하이닉스의 D램사업 급성장에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다 뛰어난 글로벌 역량과 합리적이면서도 과감한 추진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램 성수기 끝났지만, 가격 하락이 호재 될 수도

업계에서는 이번 두 사람의 승진을 두고 그간의 실적에 대한 보답과 함께 D램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모색하라는 숙제를 내준 것으로 분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D램 업황은 올 4분기부터 비수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 시장은 물론 서버 시장의 수요까지 둔화되고 있고, 제품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제품가격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출하량을 줄이고 장비 증설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년간 D램 가격 변동 추이(단위: 달러). 자료 = D램익스체인지.

하지만 D램 가격 하락이 제조업체에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현재의 기가비트당 1달러에서 약 0.7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경우 그간 둔화됐던 수요가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D램 가격 하락세가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지겠지만 3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업의 조타수가 된 김 부회장과 이 대표는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해쳐나갈 전략적 안목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도 두 사람의 승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임원 인사 결과 양사는 D램 사업에 대해 공격적 점유율 확대보다 공급 조절과 이익 방어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임원 인사가 단기적으로 양사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D램 사업의 전략 방향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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