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존 금리에서 0.25%포인트 오른 1.75%가 현재 기준금리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섰고, 시중 은행들의 수신금리는 2%대로 올라섰다. 이제 2%대의 예·적금 상품 찾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여전히 이자율이 높진 않아 사실상 저금리 기조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몇몇 시중은행에서 출시한 고금리 적금상품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Sh수협은행 ‘쑥쑥 크는 아이적금’, 정부 출산장려 지원금과 맞아떨어져 부모들 문전성시
“오늘 드디어 신청했습니다. 어제도 창구에 왔었는데, 7시에 마감되는 바람에 허탕치고 출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각오하고 6시 20분에 왔는데도 제 앞에 줄 선 분들이 세 분이나 있었습니다. 아침잠 줄여가며 신청한 만큼, 좋은 상품에 가입한 것 같아서 기쁩니다”
13일 오전 7시20분, 수협 영등포지점에서 ‘쑥쑥 크는 아이적금’을 ‘드디어’ 신청했다는 A씨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회사와 집이 멀어서 적금을 신청하고 출근하기 위해 새벽 5시30분에 집을 나섰다. 정말 피곤하긴 하지만 보람차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수협은행이 출시한 ‘Sh쑥쑥 크는 아이적금’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 해당 상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창구를 열기 전부터 신청자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인기의 이유는 쑥쑥 아이적금의 금리가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최대 3%포인트 높은 고금리 적금상품이기 때문이다. 출시 두 달 만인 지난달 기준 8만 1400여 좌가 팔리며 수협은행의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부상했다.
수협은행이 영유아 맞춤형 고금리 상품인 쑥쑥 크는 아이적금을 출시한 것은 정부의 ‘아동수당제도’ 시행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6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에게 매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이 지급된다는 점에 착안해, 가입 대상과 시기를 6세 미만의 자녀 명의로 월 10만 원까지 최대 5년으로 설정했다. 5년 만기로 저축할 경우 연 0.5%의 금리가 제공되고, 올해 연말까지 가입하면 0.5%포인트의 추가금리가 제공돼 총 5.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대신 ‘자동이체납입’을 수협은행으로 국한하는 것을 조건으로 붙였다. 자동이체 신청 등으로 우대 금리를 적용하면 가입기간 1~2년에 최고 3%, 3년에 연 4%, 5년에는 최고 연 5%의 금리를 받는 식이다. 월 10년씩 5년간 납입하면 만기 때 약 684만 원(세전)을 수령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일반 예·적금 금리가 2%대에 머무는 것에 비하면 2배가량 높은 금리다.
수협은행 측은 이 같은 인기가 반가우면서도 고객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아동수당제도 시행에 맞춰 영유아 맞춤형 고금리 상품을 출시했는데, 예상치 못한 큰 인기 탓에 본래 예상 한도를 벗어났다. 해당 상품 업무 처리로 인해 다른 업무 처리도 지연돼 민원이 크게 늘었고, 연말결산 시기인 탓에 영업점 자체가 바빠 전담창구 축소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따라서 연말까지 모든 영업점의 일일 신규 계좌수를 10좌로 제한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아동수당 지급에 맞춰 고금리 아이적금 상품을 출시한 곳은 수협은행만이 아니다. 전북은행과 경남은행, 광주은행, KEB하나은행도 아이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 가운데 전북은행과 경남은행도 시중 2%대의 금리 이상이다. 전북은행의 ‘우리아이 최고! 정기적금’ 역시 월 10만 원 한도로, 5년 만기 최대 5%의 금리를 제공한다. 경남은행의 ‘아이행복 두배드림 적금’은 1년에 최고 3.3%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산업은행, 특색 있는 고금리 적금으로 인기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특색 있는 고금리 적금 상품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최고 연 6%의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여행적금’을 출시했다. 여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혜택이 포함된 적금 상품으로, 월 납입 금액은 최대 50만 원이다.
이 상품의 기본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1.8%에 불과하지만 우대금리가 4.2%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시중 최고금리인 6%의 상품으로 은행권은 물론 고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우리은행 첫 거래 고객이거나,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연금 이체 신청 및 공과금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0.7%의 포인트가 추가 제공되고, 우리카드 이용액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3.5%의 포인트가 제공된다.
상품 가입 고객에게는 제주항공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등과의 제휴 서비스가 제공된다. 특히 만기 시에는 제주항공 마일리지인 리프레시 포인트를 구매할 수 있고, 제주항공 국제선 왕복 항공권을 할인받는 등의 혜택이 따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여행적금은 높은 금리뿐만 아니라 여행 자금 마련에서부터 항공권 구매 및 적립, 쇼핑 할인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여행을 준비하는 고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5월 최대 4.1% 금리의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을 출시했다. 이 적금은 체크카드 결제와 연계해, 체크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설정한 금액 단위 미만의 자투리 금액을 자동으로 적립하는 일상밀착형 적금이다. 해당 상품은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8월에는 출시 3개월 만에 1만 좌를 돌파했다. KDB산업은행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짠테크(짠돌이+재테크) 등의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전했다.
데일리 자유적금은 적립 유형에 따라 금리가 다르다. 일반적인 적금 형태인 ‘자유 적립’은 기본 금리가 연 2.0~2.1%로 비교적 낮지만, ‘체크카드 결제 자투리 저축’과 ‘데일리 절약 재테크’는 가입기간(1~3년)에 따라 연 3.5~3.6%의 기본 금리에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면 0.5%포인트를 추가해 최대 연 4.1%의 금리를 제공한다.
체크카드 결제 자투리 저축은 고객이 설정한 1000원, 5000원, 1만 원 등의 단위 금액에 따라 체크카드 결제 시에 결제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이 산업은행의 계좌에 자동 적립되는 식이다. 데일리 절약 재테크는 미리 설정한 금액이 수시입출금 계좌에서 매 영업일마다 적금으로 자동 적립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최신 상품을 많이 출시하는 은행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출시하는 만큼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고, 타행 대비 고금리로 출시해 차별화했다”며 “자투리금액을 저축한다는 취지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고 고객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장기가입·과도한 카드 실적 등 문제점 제기되기도
시중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높지 않은 탓에 고금리 상품에 대해 환영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해당 상품들의 고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이다. 고금리 제공 조건으로 장기 가입이나 과도한 카드 실적 등을 요구해 ‘미끼 적금’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은행의 6% 고금리 적금 상품의 경우, 기본 금리 1.8%에 최대 4.2%의 우대금리가 더해져 6%다. 하지만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카드 사용 실적이 충족돼야 한다. 우리카드 자동이체 실적이 1건 이상이면 0.5%포인트가 제공되고, 1년 만기 상품 기준으로 우리카드 사용 금액이 연간 1000만 원을 넘으면 2%포인트를, 2000만 원을 넘으면 3%포인트가 우대금리로 적용된다.
조건 충족이 까다로워 고금리 적금 상품 가입을 포기했다는 한 소비자는 “우대금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를 감안하면 고금리 상품이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며 “꼼꼼히 따져보고 일반 적금을 드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