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9호 손강훈 기자⁄ 2018.12.24 10:20:04
(CNB저널 = 손강훈 기자)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들은 올 3분기까지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각 사 분기보고서를 CNB가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기업분할 뒤 새롭게 출범한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9개 건설사의 올해 1~9월까지 영업이익 합은 4조41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4016억원보다 29.7% 증가했다.
이는 과거 2~3년 동안 지속됐던 국내 주택시장 활황세 영향이 크다. 지난 2016년 완판된 분양 물량이 준공완료, 입주가 시작되면서 건설사의 정산이익이 늘어났다. 통상 입주 때 건설사에 잔금을 치르기 때문이다.
이 수익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 해 건설사의 실적이 작년보다 개선될 것이란 얘기다.
다만 내년 전망은 불투명하다. 각종 부동산 규제정책의 시행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들 때문이다.
올 하반기 들어 건설사의 주 수익원인 신규분양이 줄고 있다.
주택보증공사(HUG)의 보증이 있어야만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형태로 자금조달이 가능한데, 정부는 강화된 부동산 정책에 입각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일정정도 낮을 경우에만 HUG 보증서를 끊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분양가가 높다며 위례신도시, 성남 판교 대장지구, 과천 등의 분양보증을 미루기도 했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인 셈이다.
이같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수익이 악화되자 건설사들은 공급물량을 줄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공동주택 분양은 1만9484가구로 작년 동월 대비 22.7% 감소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올렸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은 건설사에 부담이다. 1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과 함께 주택 구매자들의 돈줄을 죄며 수요를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회사채’ 발행에 드는 이자를 증가시켜, 건설사 자금 확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와 관련, 한 대형사 관계자는 CNB에 “건설사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부정적 이슈밖에 없다”며 “과거 분양시장 호황기에 벌어뒀던 것이 끝나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분양 막아라” 노른자위 선점 경쟁
반면 일부 증권사들은 건설업종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내놓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내년 신규 분양물량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이라 내년에 신규물량이 나오면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삼성물산이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 미계약분 26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입주자 모집에 2만3229명이 몰려 평균 893.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신규 분양에 대한 수요는 상당하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에 분양 확정된 물량만 18만호 이상으로 향후 건설사별로 분양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이 숫자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주요 건설사들의 주택부문 실적 또한 입주 실적에 따라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설사들이 추진했던 해외사업 손실 선반영 및 이익개선 노력이 내년에 더욱 빛을 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미 수익감소가 진행될 만큼 진행됐기 때문에 이제부터 늘어나는 해외수주는 매출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조윤호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했던 것만큼 대형건설사의 ‘역성장률’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내년 건설업계의 실적전망을 단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분명한 점은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때를 기다리거나, 부동산 노른자위를 선점하기 위해 물밑경쟁을 벌이는 등 눈치작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되는 곳만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