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제약업계는 새해에 신약 개발과 기술수출에 희망을 걸고 있다.
올해는 실적이 좋지 않았다. 주요 제약사들 대부분이 3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는데, 4분기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뚜렷한 성장요인도 없기 때문. 제약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야만 하는 시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유한양행, 대웅제약, 종근당, 메디톡스 등 주요 제약사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전망치)가 연이어 하향 조정됐다.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다.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은 3분기(별도기준) 매출 3756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보였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0.3%, 77.3% 감소했다. 셀트리온은 매출(2311억원), 영업이익(739억원)이 각각 0.4%, 44% 작아졌다.
다른 주요 제약사들은 매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얘기다.
GC녹십자는 3분기 매출(3523억원)이 3.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279억원)은 1.1% 줄었다. 종근당도 매출(2350억원)이 7% 늘었지만 영업이익(210억원)이 11.3% 감소했다. 대웅제약은 매출(2320억원)이 2.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80억원)이 44.77% 작아졌다. 한미약품도 매출(2353억원)이 3.4% 늘었지만, 영업이익(215억원)이 22.8% 줄었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에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회계감리로 분위기도 얼어붙고 있다. 투자자들이 제약업종을 외면하거나, 단기적으로 제약업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제약업계는 힘든 한해를 보했다. 새해에는 출시가 임박한 신약, 신약에 대한 임상3상, 기술수출 등 R&D(연구개발) 모멘텀에 기대를 걸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기다리고 있거나, 글로벌 임상3상이 예정된 제약사들이 상당수 있다”며 “여기에다 새해에는 기저효과로 올해보다 소폭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술수출로 로열티 ‘호재’
실제로 일부 대형제약사들은 2015년 임상 초기단계였던 신약을 내년에 출시하거나, 후기 임상단계에 돌입할 계획이다. 몇 년 전에 뿌린 씨앗을 수확할 시기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한미약품은 조만간 미국 FDA에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의 판매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의 미국 현지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최근 유방암심포지엄에서 ‘롤론티스’의 임상3상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계획을 전했다.
한미약품은 새해에는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인 ‘HM12525A’가 임상 후기에 접어드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GC녹십자는 면역·항체 작용을 하는 단백질인 ‘IVIG-SN’에 대한 추가자료를 FDA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2019년 중순에는 시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최근 미국 FDA에 뇌전증(간질) 신약 후보물질인 ‘세노바메이트’ 판매 신청서를 제출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말에 ‘세노바메이트’의 현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새해에 보톨리눔 톡신 ‘나보타’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유럽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허가 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제약사의 기술수출이 많은 점도 긍정적이다. 총 2조7000억원 규모(7건)에 달한다.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1조4000억원),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6700억원), 인트론바이오의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SAL200’(7500억원) 등이다. 이 제품들의 판매가 지속되면, 기술을 수출한 제약사는 추가적으로 로열티를 받게 된다. 새해 제약사의 수익이 증가할 수 있는 호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