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집에서 화장품을 ‘구독’하는 시대다. 과거의 구독 개념이 신문이나 우유 등 한정적인 상품을 받아보는 서비스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신선식품·생활용품은 물론 화장품 영역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화장품 구독 서비스의 장점은 생산한 지 얼마 안 된 ‘신선한’ 화장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내 피부 상태를 점검받고 그에 따른 상품을 추천받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앞으로도 구독자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날로 진화하는 화장품 서비스, 구독경제와 만나다
구독경제는 잡지나 신문을 정기구독 하듯이 일정 금액을 미리 지불하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이처럼 ‘구독’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개념이지만, 그 범위가 무제한 영상 서비스, 고가의 자동차·명품, 패션 등으로 확대되면서 구독경제가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뷰티 업계에서도 구독 서비스는 새로운 트렌드다. 국내 화장품 구독 서비스는 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주도해왔지만,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애경 등 국내 뷰티 대기업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구독 서비스가 뷰티업계에서 각광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인 증가와 편리함 때문이다. 화장품 구독 서비스는 주로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고 정기적으로 배송 받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바쁜 소비자들은 직접 매장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때가 되면 필요한 화장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공간적 불편함을 해소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화장품 정기구독은 방문판매, 홈쇼핑, 매장 판매를 벗어난 차세대 판매 방식으로서도 주목된다.
애경산업, 큐레이션 기반 구독 서비스 제공으로 차별화
애경산업은 지난 4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스킨케어 브랜드 ‘플로우(FFLOW)’를 선보였다. 플로우의 차별화된 특징은 뷰티 전문 에디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온라인 큐레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해당 제품을 정기배송 해준다는 점이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개인의 취향을 분석하고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을 뜻한다.
플로우 홈페이지에 있는 ‘내 피부 진단하기’가 큐레이션 서비스다. 애경 측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피부 고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소비자들은 큐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피부를 셀프 진단하고, 라이프 스타일과 피부 상태·사용 용도에 맞게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정기구독을 신청한 소비자는 2주에 1회씩 정기적으로 상품을 배송 받는다. 한 번의 신청으로 매번 주문할 필요없이 주기에 맞춰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현재는 소용량 제품들만 정기구독으로 받아볼 수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피부에 닿는 화장품 역시 유통기한이 있다. 오픈 시점이 중요한데, 개봉한지 오래될수록 신선함이 떨어진다. 대용량 화장품을 두고 오래 사용하는 것 보다 피부 상태에 따라 소용량의 화장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며 “따라서 소용량의 제품들에 한해 정기구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는 매거진 스타일로 구성돼 제품 정보 외에 피부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플로우의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반응 역시 뜨겁다. 애경 측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구독자가 늘어나고 있다거나 수익이 늘어났다는 수치를 파악할 수 없지만 구독형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피부 주기 변화에 따른 맞춤형 관리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스테디(STEADY:D)는 피부 사이클에 맞춘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1일 1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사용행태에 따른 서비스일 뿐만 아니라, 매번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피부 주기에 맞춰 설계됐다.
스테디는 아모레퍼시픽의 사내벤처인 ‘디스테디’로 시작해 지난 4월 현재의 이름으로 재출시됐다. 브랜드 재출시 이후 한 달 만에 예상보다 200% 넘는 주문이 들어왔고, 구독 중인 소비자의 80%가 3회 이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테디 역시 비대면인 온라인을 주요 판매처로 활용하고 있다. 공식홈페이지와 오픈마켓에서 마스크팩이 판매되며,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스테디 제품이 판매된다. 따라서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제품과 주기, 배송 요일을 신청하면 5일 동안 4단계로 구성된 마스크팩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당 브랜드와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리뉴얼을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고정비 지출 vs 업계 새로운 수익원? … 구독자 맞춤 서비스가 화장품 구독 주도할 전망
이처럼 뷰티업계에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출시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고정비를 늘리는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들에게는 안정적인 새로운 수익원이 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는 서비스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뷰티업계는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로 출시한 것이지, 수익성 보장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을 정기구독 할 때, 지난 회에 받은 상품을 아직 다 사용하지 않았다면 배송을 딜레이시키거나 잠시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의 기능이 있어 소비자 주도적인 배송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몇 달 혹은 일정 기간의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신문이나 우유의 구독 형태와 엄연히 다르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화장품 정기구독은 변화하는 소비자들에 맞춰 나온 서비스지, 고정비 지출을 노리고 출시된 건 아니다”라며 “정기구독이라고 해서 무조건 해당 날짜에 배송되는 기존 형태의 구독이 아니라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날짜 등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익 보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의 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해외의 경우 이미 화장품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화장품 배달 앱이 나왔을 정도다. 중국의 화장품 배달 앱 다다메이메이(达达美美)는 중국 젊은 세대에게 편리한 서비스로 인기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컴퍼니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미국 구독 시장은 2011년 5700만 달러에서 2016년에는 26억 달러 규모로 지난 5년간 100% 이상씩 성장했다. 이 가운데 뷰티분야에서는 P&G가 면도기날 정기구독 서비스, 세포라에서는 play! 뷰티 샘플박스, 월마트에서도 뷰티 샘플박스 서비스를 내놨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의 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는 초창기에 가깝지만, 세계적으로도 구독 서비스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 화장품 구독 서비스도 성장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구독은 편리함과 개인화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큐레이션 서비스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