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이동근 기자) 한미약품의 ‘팔팔’과 ‘구구’, 종근당 ‘센돔’, 동아에스티 ‘자이데나’ 등 토종 제약사 제품이 화이자 ‘비아그라’와 릴리 ‘시알리스’ 등 외국 제약사의 오리지널(신약)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오리지널 제품의 뒤를 제네릭(복제약)이 뒤따르는 일반적인 현상과 반대된다. 한미·종근당 등이 다국적사 오리지널을 누를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본다.
한때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였던 화이자의 ‘비아그라’(실데나필), 릴리의 ‘시알리스’(타다라필)가 국산 제네릭(복제약)의 공세를 못이기고 있다.
최근 유비스트에 따르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한미약품의 ‘팔팔’(실데나필), ‘구구’(타다라필)가 각각 원외처방 매출 1, 2위를 점유하는 가운데 종근당의 ‘센돔’(타다라필)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5위에는 동아에스티의 신약 ‘자이데나’(아바나필)가 진입했다.
팔팔은 349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352억원) 대비 0.9% 줄었지만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구구가 136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136억원) 대비 0.3% 증가하며 2위를 점유했다. 3위는 종근당의 센돔으로 전년(124억원) 대비 5.5% 줄어든 1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자이데나도 선전했다. 78억원으로 전년(87억원) 대비 10.5%감소하긴 했으나 시알리스의 감소폭이 더 커 순위는 한 계단 오른 5위를 기록했다.
1~3위가 모두 국산 제네릭 제품, 5위마저도 국산 신약인 가운데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제품들은 순위 유지만 하거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힘 못쓰는 ‘비아그라·시알리스’
비아그라는 103억원으로 전년(113억원) 대비 9.3% 줄어든 매출을 보여 4위를 유지했고, 시알리스는 96억원에서 68억원으로 매출이 무려 29.2% 하락하며 6위로 내려앉았다.
이어 국산 신약인 SK케미칼의 ‘엠빅스에스’(미로데나필), 한국콜마의 ‘카마라필’(타다라필), 대웅제약의 ‘타오르’(타다라필)·‘누리그라’(실데나필) 등이 뒤를 이었다.
국산 제품들의 강세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발기부전치료제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의 복합제인 ‘구구탐스’(타다라필+탐스로신염산염)가 전년(23억원) 대비 24.1% 오른 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처방 편의성이 뛰어난 복합제(구구탐스)의 처방이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 점유율 1, 2위를 보유한 상태에서 또 다른 제품의 매출 증가는 한미약품이 장기간 1위를 선점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도 ‘센글라’(실데나필)로 전년(6억원) 대비 254.3% 오른 22억원을 기록하며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센글라는 매출 순위 12위였다.
특히 이 회사는 오리지널 특허를 회피, ‘야일라’(바데나필)를 지난해 말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야일라는 바이엘 ‘레비트라’(바데나필)의 제네릭으로 종근당이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바이엘과 공동판매한 품목이다. 야일라는 레비트라의 쌍둥이약으로 두 회사가 공동 전선을 피고 마케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비아그라 제네릭이 대거 출시되면서 야일라·레비트라의 매출이 급감하자 종근당은 2014년 야일라의 허가를 자체 취소했었다. 레비트라는 여전히 시장에 유통되고 있지만, 매출액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일라 출시는 종근당이 바이엘을 상대로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 대한 청구가 성립됐다는 심결이 나와 특허 회피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회피한 특허는 레비트라의 수화물 특허 2종이다.
레비트라는 1개의 물질특허와 2개의 조성물 특허를 가지고 있는데, 물질특허는 이미 만료됐으며 나머지 2개 조성물 특허는 모두 오는 2023년 7월까지 유지된다. 따라서 종근당은 야일라의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아 바네나필 제제를 올해 8월26일까지 독점 판매할 수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센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앞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해서 환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접근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아ST ‘자이데나’ 임상 진행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도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메지온이 희귀질환치료제인 폰판 환자 수술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단심실증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 개발에 대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효과가 입증되면 처방량 증가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메지온은 과거 동아제약의 관계사였지만, 2015년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지분을 정리하면서 사실상 독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발기부전치료제가 선전하는 이유는 가격과 마케팅 때문”이라며 “신약과 제네릭 가격의 차이가 별로 없는 건강보험 적용 약과 달리 가격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한미약품이나 종근당, 동아에스티 모두 잘 알려진 회사들이어서 제품의 질에 대한 의심이 적고, 각 사들 모두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는 회사들이어서 비싼 다국적사 제품들의 매출 하락은 예견됐던 터다. 환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취득하게 되면 이같은 현상은 더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