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하늘은 잿빛이지만 소비자들은 봄기운을 느낀다. 유통가의 ‘핑크빛 봄맞이’를 통해서다. 미처 봄을 느낄 새도 없이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마주하지만, 소비자들은 시중의 ‘벚꽃 상품’을 먹고, 마시고, 구입하면서 봄을 맞이한다. 오늘날 한국 소비자들이 봄을 느끼는 새로운 방식이다. 덕분에 유통가는 분주하다. 음료·상품에서부터 식품, 주류, 패션·뷰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통가의 봄맞이 벚꽃 아이템을 살펴봤다.
벚꽃 음료부터 MD까지 … 카페업계의 봄맞이
#봄이 되면 스타벅스 매니아들은 설렌다. 매년 새로운 벚꽃 아이템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광화문점에서 만난 ‘스벅 덕후’ A씨 역시 이번 벚꽃 아이템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는 “매년 벚꽃 아이템을 모으기 때문에 올해도 기대가 컸다”며 “벚꽃 시즌음료도 물론 마셔봤고, MD(상품)는 체리블라썸 카드와 벚꽃 우산을 구매했다. 그 중 벚꽃 우산은 정말 맘에 든다. 물에 닿으면 흰 꽃잎이 핑크색으로 변해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카페 업계에 벚꽃이 만개했다.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앞두고, ‘벚꽃’을 주제로 한 시즌 한정 음료, 푸드, MD 등 다양한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업체가 핑크빛 봄맞이 행렬에 합류했지만, 카페 업계의 벚꽃 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단연 스타벅스다.
지난 2014년부터 체리블라썸 프로모션을 진행해온 ‘벚꽃 강자’ 스타벅스는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올해 벚꽃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이번 프로모션에서 식품류는 ‘체리블라썸 라떼’, ‘바나나 크림 파이 프라푸치노’, ‘핑크 말차샷 라떼’ 등 음료 3종과 푸드 4종을 선보였고, MD는 총 39종을 출시했다.
특히 이번 체리블라썸 MD는 조금 특별하다. 기존 MD들의 경우 머그컵이나 텀블러, 콜드컵 등 커피와 관련된 상품에 집중됐지만, 이번 시즌 MD는 커피웨어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다. 상품은 키체인, 파우치, 장우산, 스노글로브, 테이블 매트세트, 카드지갑 등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사전에 많은 고객분들이 SNS 등을 통해 체리블라썸 프로모션에 대한 기대감을 표해주신 만큼, 올해 체리블라썸의 반응은 좋다. MD같은 경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며 “이번 시즌 많은 MD가 출시된 이유는 기존 커피웨어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스타벅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품목을 확대하다보니 MD의 종류가 많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페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벚꽃 시즌 프로모션에 적극적이다.
이디야는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어피치 블러썸 라떼’와 ‘어피치 블러썸 티’ 2종을 선보였다. ‘어피치 블러섬 라떼’는 지난해 봄 큰 인기를 얻었던 ‘벚꽃라떼’를 재출시한 음료로, 바닐라와 딸기, 벚꽃향이 어우러졌다. 특히 음료 위에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어피치를 표현한 마시멜로우와 핑크빛 가루가 더해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SPC그룹의 파스쿠찌는 벚꽃음료와 디저트를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한 신제품은 ‘체리블라썸 바닐라 라떼’와 ‘아마레나 체리 젤라또’ 2종이다. 파스쿠찌 측에 따르면 ‘체리블라썸 바닐라 라떼’는 히비스커스 향 크림과 바닐라, 에스프레소가 어우러진 라떼로, 음료 위에 분홍색 휘핑크림과 하트 초콜릿을 올려 벚꽃을 연상케 한다.
파스쿠찌 관계자는 “봄 시즌을 맞아 벚꽃을 모티브로 한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료를 개발하고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핑크빛·벚꽃 패키지’ 적극 활용 … 봄 마케팅 격전지로 떠오른 식품업계
식품업계는 봄을 연상케 하는 ‘핑크빛 패키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심은 스테디셀러 스낵인 ‘꿀꽈배기’에 핑크빛 옷을 입혔다. ‘농심 꿀꽈배기 봄 한정 패키지’는 벚꽃 배경에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 등 세 가지 꽃의 이미지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각 꽃의 꽃말과 함께 ‘너는 하나밖에 없는 귀한 사람이니까’ 등의 응원 메시지를 더했다.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제철과일 딸기를 활용해 핑크빛 마케팅에 나섰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후레쉬베리, 생크림파이 등 대표 파이 3종의 ‘봄봄 한정판 컬렉션’을 출시했다. ‘초코파이 情 피스타치오&베리’와 ‘생크림파이 베리베리’ 두 제품은 출시 한 달여 만에 합산 680만 개 이상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롯데제과는 몽쉘, 카스타드, 초코파이, 찰떡파이 4종의 딸기 맛 제품을 출시했다.
SPC삼립은 ‘벚꽃빵’ 4종을 선보였다. 벚꽃 향과 딸기 맛을 활용해 봄을 연상케 하는 맛을 구현한 빵이다. 벚꽃빵 4종은 모두 종류가 다른데, ‘크로와팡인가봄’은 라즈베리 크림이 들어간 크로와상, ‘롤케익인가봄’은 롤케익, ‘슈크림인가봄’과 ‘츄이스티인가봄’은 각각 슈크림과 츄이스티 빵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핑크빛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24는 벚꽃을 테마로 한 ‘핑크블라썸 도시락’을 출시했고, GS25와 GS수퍼마켓은 ‘유어스벚꽃스파클링’ 등 음료와 ‘유어스벚꽃팝콘’ ‘유어스유채꽃팝콘’ 스낵 2종 등 총 5종 상품을 GS리테일 독점으로 출시했다.
한편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와 ‘기린 이치방’ 두 제품에 핑크빛 패키지가 더해진 봄 에디션을 출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벚꽃이나 딸기를 활용한 봄 상품들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많이 되는 편”이라며 “SNS에서 인증샷을 많이 하는 2030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벚꽃 만개한 패션·뷰티업계, ‘여심’ 사로잡기
패션·뷰티 분야에서도 벚꽃은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이랜드의 SPA브랜드 스파오와 쥬얼리브랜드 OST는 인기 애니메이션 ‘카드캡처 체리’와의 협업을 통해 벚꽃 놀이 패션을 제안했고, 액세서리 브랜드 라템 역시 벚꽃을 주제로 잡화와 귀걸이 등을 출시했다. 이마트의 의류 PB브랜드인 데이즈도 체리블라썸 라인을 출시한 바 있다.
뷰티 분야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을 필두로 LG생활건강, 더샘, 미샤 등의 브랜드가 벚꽃 아이템으로 여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마몽드, 에뛰드하우스 등 3개 브랜드에서 벚꽃 아이템을 출시했다. 이니스프리의 ‘제주 왕벚꽃 라인’은 스킨·로션·크림 등 기초 화장품으로 구성됐으며, 제주 왕벚잎 추출물을 첨가해 벚꽃을 이미지로만 해석하지 않고 실질적인 효능까지 구현했다. 에뛰드하우스와 마몽드는 립제품과 섀도우 등 색조 제품을 출시했다.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도 벚꽃을 수놓은 디자인의 ‘이자녹스 벚꽃 에디션 시즌4’를 출시했다. 신제품은 총 4종으로, 대표제품은 커버쿠션이다. 핑크색 용기에 하얀 벚꽃이 조각돼 벚꽃이 가장 만개한 순간을 표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발 빠른 분야다. 이는 봄이 되면 유독 유통가의 벚꽃 아이템이 쏟아지는 이유”라며 “반드시 벚꽃놀이를 가지 않더라도 벚꽃 아이템을 사용하면서 기분을 환기하고, 또 성큼 다가온 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