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제약·바이오업계 전망은 ‘가끔 흐리지만 맑음’ 이었다. 대부분의 전통적 의미의 제약사들은 괜찮은 성적표를 제출했다. 반면 바이오 업계로 분류되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안타까운 실적을 냈다. CNB저널에서 지난해 매출 상위 25개 제약사 중 9일까지 올해 1분기(1~3월) 잠정실적을 공개한 12개사를 분석했다.
녹십자 '아쉽', 한미·대웅 ‘순항’
12개사 평균 매출은 3.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1.4% 줄었고, 순이익(셀트리온 제외)은 55.8% 증가했다. 이같은 결과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부진에 따른 영향이 컸다. 실제로 양사를 제외하면 평균 매출은 6.0% 올랐고, 평균 영업이익은 2.9% 줄어드는 데 그쳤다.
공개사 중 매출 1위인 녹십자는 286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2941억원) 대비 2.5% 줄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전년 동기(145억원) 대비 무려 90.5% 줄었다. 순이익도 53억원을 올리는 데 그쳐 전년 동기(186억원) 대비 71.4% 감소했다.
녹십자측은 일시적인 요인으로 인해 분기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외부 도입 상품의 유통 중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다만, 주력인 혈액제제 사업은 2.2%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전체 해외 매출 역시 백신 부문이 다소 주춤하며 감소세를 보였지만, 혈액제제와 전문의약품 부문은 수출 증가에 힘입어 각각 48.6%, 83.9%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녹십자 관계자는 “전반적인 수익성 변동이 컸던 이유는 수두백신의 수출 물량 감소에 따라 매출 원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했고, 연구개발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나는 등 판매관리비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조16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소위 ‘1조 클럽’에 재진입한 한미약품은 1분기에 전년 동기(2457억원) 대비 11.8% 오른 274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올해에도 1조원 클럽에 진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영업이익 면에서는 전년 동기(263억원) 대비 0.1% 줄어든 26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112억원) 대비 55.7% 오른 1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469억원) 대비 26.5% 증가한 593억원을 투자했다.
의약품 처방액 분석 회사인 유비스트 기준으로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은 179억원, 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은 전년 동기대비 24% 성장한 157억원의 원외처방액을 달성했다.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은 14.6% 성장한 70억원, 고혈압치료 3제 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는 133.3% 성장한 39억원을 기록했다.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선전도 1분기 매출 호조를 보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프로그램이 다수 진행되면서 R&D 투자가 증가했지만, 국내 주력 제품 성장에 따른 ‘매출과 투자의 선순환’이 가동되며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조31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클럽에 첫 가입한 대웅제약은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2159억원)10.3% 오른 2381억원 매출을 올리며 순항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0억원) 대비 27.2% 오른 102억원, 순이익은 전년 동기(50억원) 대비 11.2% 줄어든 44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지속적인 성장과 보톨리눔 톡신 ‘나보타’의 미국 매출 신규발생 등이 실적개선을 이끌었다”며 “향후 구조적인 이익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약품 중에는 제미글로, 릭시아나, 포시가 등의 신규도입품목과 우루사, 알비스, 올메텍 등 기존 판매 의약품의 실적 향상이 매출상승에 기여했으며, 나보타는 미국향 매출 발생으로 전년 동기 2억8000만원에서 1107% 성장한 33억2000만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일반의약품 중에는 우루사, 임팩타민 등 자체제품이 꾸준한 판매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9562억원의 매출을 기록, 아슬아슬하게 1조원 달성에 실패했던 종근당은 1분기에 전년 동기(2184억원) 대비 7.1% 오른 2339억원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92억원) 대비 13.0% 줄어든 167억원, 순이익은 전년 동기(30억원) 대비 254.0% 오른 1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은 자누비아와 글리아티린, 아토젯 등 주력 제품들이 꾸준히 성장했으며, 지난 1월 CJ헬스케어와 공동판매계약을 체결한 국산 신약 30호 ‘케이캡정’이 좋은 실적을 나타낸 결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 감소는 R&D 비용 증가 탓으로 보인다.
동아에스티·일동·보령 일제히 ‘성장’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성장세에 들어선 동아에스티는 이번 1분기에도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은 142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1356억원) 대비 5.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0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105억원) 대비 94.6% 증가했다. 외형과 내실 모두 커진 셈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당뇨병치료제 ‘슈가논’,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 손발톱무좀치료제 ‘주블리아’, 인성장호르몬 ‘그로트로핀’ 등 주력제품의 성장에 따른 ETC 부문의 매출 증가와 슈가논의 라이선스 아웃 수수료 수취 및 GSK 판매제휴 종료 수수료 정산에 따른 기타 매출 증가로 전년 대비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슈가논은 CJ헬스케어와, 모티리톤은 일동제약과의 판매제휴 효과로, 그로트로핀은 추가 임상을 통해 사용의 편의성 개선과 적응증 추가에 따른 경쟁력 상승으로 매출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동제약과 보령제약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6.3% 매출이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각각 20.1%, 6.8% 오르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삼바로직스, 부진 원인은?
특정 이슈로 다소 매출이 줄어든 녹십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바이오시밀러에 주력, 전통적 의미의 제약사가 아닌 바이오 업계로 분류되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분기에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셀트리온은 전년 동기(2450억원) 대비 9.5% 하락한 211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전년 동기(1153억원) 대비 32.9% 하락한 7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전년 동기(1310억원) 대비 4.3% 하락한 12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3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의 경우 1공장 부분 가동에 따른 생산량 감소 영향이 매출·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1공장 개선작업 및 증설 연계 작업을 완료해 2월 초부터 정상화 됐으며, 추가 증설 중인 5만L 설비도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된다는 점에서 올해 전체 실적이 개선될 여지는 남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3공장 가동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 감소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