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최종 후보로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확정됐다.
김 내정자는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를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거친 관료 출신 인사다.
‘출신 성분’ 때문에 최종 후보 선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관료 출신에 대해 이례적으로 ‘낙하산 인사’ 반대성명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종 논란에도 불구, 관료 출신이 후보로 확정된 데는 ‘힘 있는 인사’를 통해 그간의 악재를 해결하겠다는 업계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카드 업계는 규제의 늪에 빠져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고, 이에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동시에 당국과의 소통에 능한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 내정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행정고시 동기로, 각별한 사이라는 점이 소통 강화 측면에서 기대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관료 출신’ 회장직에 당선된 곳이 여신금융협회 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손해보험협회에 이어 올해 초 저축은행중앙회가 관료 출신을 회장직에 선임한 바 있어, 김 내정자가 여신금융협회장직에 오르면 6개 금융협회장 중 절반이 관료 출신이 되기 때문에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특히 공직에서 퇴직한 인사가 관련 기업에 재취업한 뒤 학연·지연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전관예우 현상인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어)가 성행할 경우,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관치금융’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금융당국 정책에 이끌려 갈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러나 당분간 금융권의 관료 출신 기관장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대상 규제가 늘어나면서 당국과 업계 사이의 교두보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관 출신 회장들은 ‘낙하산 인사’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최대한 이전 관료 출신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국에 끌려가기보다는 업계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단호한 의지 피력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 관건이다.
김 내정자를 비롯한 관료 출신 회장들이 이 같은 우려를 어떻게 넘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