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게임업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스웨덴에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e스포츠 경기와 5G 시연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5G와 e스포츠의 상호발전에 관심을 보였다. 이와 관련한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 현장을 다녀왔다.
5G가 상용화되면서 게임업계에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5G는 최대속도가 20Gbps에 달하는 이동통신 기술이다. 4세대(4G)에 비해 20배 정도 전송속도가 빠르고, 반응속도도 20분의 1에 불과하다.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고, 온라인·모바일게임의 고질적 문제로 남아있던 ‘랙(Lag, 끊김현상)’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5G는 지난 4월 국내에서 상용화를 시작했다.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이를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중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를 활용한 e스포츠대회가 열려 주목 받았다.
이 친선경기에는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동행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송병준 게임빌 대표가 참석했다.
특히 KT의 5G 시연회가 흥미를 더했다. KT는 스톡홀름에 있는 통신장비 기업인 에릭슨의 시스타연구소에서 5G를 기반으로 서울과 이 도시를 연결했다. 서울 광화문광장 하늘을 날아가는 ‘5G 스카이십’(비행선)의 카메라가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을 스톡홀름 행사장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것.
한국과 스웨덴 사이의 5G 영상통화도 선보였다. 이는 지난 4월 KT가 5G를 상용화하면서 세상에 내놓은 영상통화 서비스인 ‘나를’이다. 사용자는 5G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나를’을 통해 3D아바타로 자신을 설정할 수 있고, 최대 8명까지 그룹 영상통화도 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5G를 통해 e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5G가 등장하면서 빠른 속도로 e스포츠가 발전하고 있다”며 “스웨덴과 한국이 게임산업 강국, 5G 선도국으로 e스포츠를 통해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5G가 게임업계의 부진을 털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CNB저널이 국내 게임 상장기업 15곳(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엔에이치엔, 네오위즈, 웹젠, 엑토즈소프트, 게임빌, 선데이토즈, 넥슨지티, 엠게임, 데브시스터즈, 한빛소프트, 위메이드)의 올해 1분기 실적(개별기준)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평균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1분기 15개 상장 게임사의 매출은 평균 1조47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 영업이익은 1974억원으로 43.2% 줄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요즘 새롭게 나오는 게임들은 그래픽 수준이 높다. 단순히 플레이 하는 게임에서 보는 비주얼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며 “5G 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으면 보다 완벽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G시대’라는 비행기는 어디로…
이런 흐름을 타고 정치권에서도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강훈식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5G시대 게임산업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5G시대 게임산업 육성전략 토론회’였는데 게임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은 “한국의 게임산업 규모는 연간 13조원 수준이다. 게임산업을 키우면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좋다는 장점도 있다”며 “게임은 하나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를 영화, 드라마, 출판, 캐릭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기 쉬운 융복합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에 맞게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는 5G로 인해 게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5G에서는 게임 프로그램 설치와 업데이트 등이 매우 간편해져서 그 과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이의 경계선이 사라지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새로운 플레이 환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여러 명의 유저들이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동시에 하나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 셈이다. 아울러 새로운 형태의 게임 플랫폼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서비스와 요금체계도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임 랙(Lag)도 사라질 것으로 봤다.
이동통신업계도 게임산업의 변화를 예상했다. 김혜주 KT 상무는 “5G 환경에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하고 사물인터넷이 탑재된 물체 사이의 통신이 쉬워진다”며 “이로 인해 초저지연의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김 상무는 “5G 기술로 인해 오는 2026년까지 1조307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중 게임이 포함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이 10%를 차지할 것”이라며 “증강현실(VR), 가상현실(AR) 등 진화된 형태의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CNB에 “5G 서비스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가입자가 많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5G 시대에 대비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별도의 조직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