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문제로 분주한 모습이다. 협회 차원에서 반발하거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익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세미나가 성남시에서 열렸다. 그 현장을 다녀왔다.
‘게임이용장애’는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현실보다 사이버 공간에 치중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에 지난 5월 WHO는 이용장애(Gaming Disorder, 보통 게임중독을 일컫는 말)를 질병코드 ‘6C51’로 지정했다. WHO에 소속된 나라들은 이를 적용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용장애에 대한 질병코드 도입을 결정한 건 아니다. 국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3~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대한민국 게임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는 조승래(더불어민주당), 김세연(자유한국당), 이동섭 의원(바른미래당)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조승래 의원은 “이용장애에 대한 질병코드가 우리나라에서는 도입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게임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의 결과물이다. 민관협의체를 통해 객관적인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이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기 때문에, 현 정부 재임기간에 질병코드가 도입될 가능성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민관협의체를 발족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과학기술통신부 등이 함께 했다. 협의체는 게임계(3명), 의료계(3명), 법조계(2명), 시민단체(2명) 등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도입을 결정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데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사회적 배경과 함께 도입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폭넓게 연구하고 논의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이달 초 ‘게임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공대위는 게임학회, 모바일게임협회, 게임개발자협회, 인터넷PC문화협회,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게임스파르타’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아카데믹 길드와 크리에이티브 길드로 이뤄진다. 아카데믹 길드는 게임 관련 학계, 크리에이티브 길드는 산업계 종사자들이 모인다. 이들은 중독 논문에 대해 반박하고, 순기능을 알리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게임업계는 또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산업진흥원에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주최로 열린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본 게임이용장애 오픈세미나’다. 19층에 있는 성남창업센터 정글온에 교육계와 업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스마트교육학회 조기상 학회장(계성초 교사)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미래의 이상적인 교육”이라며 “게임의 방법론을 적용한 학습방법인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기본적인 솔루션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미래먹거리 ‘e스포츠’ 위축 우려
교육용인 ‘캐치 잇 잉글리시(Catch it english)’처럼 플레이를 하면서 영어 단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몬스터를 이기면서 수학연산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게임도 있다.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 공부도 좋은 방법으로 추천했다. 이처럼 교육용 콘텐츠를 매개로 아이들과 소통하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견해로 풀이된다.
그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게임도 있지만 교육적인 내용이 가미된 것도 많다”며 “대형사들이 보다 교육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서 배포하고 사회적으로 효과를 입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5G 기술을 통한 교육기능도 강조됐다. 알서포트 신동형 전략기획팀장(전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5G는 초저지연성을 바탕으로 초실감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이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이를 이용한 게임으로 미래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MR·Mixed Reality) 등 다양한 미래형 콘텐츠를 통해 양방향의 진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으로 레고처럼 교육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같은 유능한 콘텐츠 인재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스포츠가 유망직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베리이스포츠 한승용 대표는 “e스포츠는 연간 30%씩 성장하는 전망이 밝은 분야로, 프로게이머들의 연봉도 평균 1~3억원 수준”이라며 “연세대에 게임학과가 생기는 등 학부모들이 e스포츠를 자녀의 미래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우선 게임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질 경우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인터넷게임을 제한하는 제도) 등 사회적 규제장치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 유저들이 다른 문화콘텐츠를 이용하면서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올해 상반기 게임기업들은 이익이 줄어든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상위 15대 기업(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펄어비스·NHN·컴투스·네오위즈·웹젠·위메이드·게임빌·선데이토즈·액토즈소프트·한빛소프트·엠게임·데브시스터즈)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평균 영업이익은 487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3.1% 축소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CNB에 “이용장애 질병코드 문제는 세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이슈”라며 “개별 회사에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협회 차원에서 여러 가지 캠페인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사회공헌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