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선명규 기자) 3등신 요리사가 능숙한 솜씨로 음식을 조리한다. 손은 뭉툭한데 한 그릇 차려내는 실력이 정교하다. 생활 속으로 움푹 들어온 4차산업혁명 시대. 이제 외식문화도 로봇이 바꾸고 있다. 볼거리 역할도 톡톡히 하지만 위험한 일을 대신해주기도 하니 참신한 일손의 등장이다. 지난 25일, 서울 강서구 ‘빕스’ 등촌점을 찾아 국내 최초의 ‘로봇 셰프’를 만났다.
“아빠! 빨리 와봐!”
국수 코너인 ‘라이브 누들 스테이션’ 앞에서 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도착하기까지 몇 초가 걸렸을까. 이미 완성된 쌀국수 한 그릇이 선반에 놓였다. “이게 뭐?” “에이, 빨리 오라니까…”
아이가 호들갑을 떤 이유가 있었다. 회색과 검정색이 섞인 옷을 입은 ‘요리사’가 신속하지만 소란스럽지 않게 소담한 한상을 차려 내놓았기 때문이다. 일한 이가 사람이라면 놀라지 않았을 터. 지잉지잉 움직이는 ‘로봇’이 아이를 달뜨게 만들었다.
머리·가슴·배 보단 여건이 낫다. 지지대와 몸체 위로 손이 장착됐다. 그 손이 맛을 빚어내는 ‘미수(味手)’다. LG전자와 CJ푸드빌이 함께 개발한 ‘LG 클로이 셰프봇’이 이 매장에 도입된 건 지난 22일. 신임 숙수(熟手)의 등장에 손님들 사이에선 신기하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조작도 간단하다. 절차랄 것도 없다. 그릇에 미리 준비된 면이며 숙주, 채소 등을 입맛에 따라 담는다. 그리고 웅덩이처럼 생긴 네 개의 받침대 중 빈곳에 얹으면 주문 완료. 두 개는 쌀국수, 나머지는 마라탕용이니 메뉴에 따라 구분만 하면 된다.
여기까지만 수고하면 조리는 일사천리다. 로봇이 알아서 움직인다. 팔을 뻗어 그릇을 들고 따끈한 온탕에 음식을 넣어 삶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탈탈 털어 다시 담는다. 그리고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육수를 알맞게 덜어 붓는다. 그럼, 이제 잘 차려진 국수를 후루룩 먹으면 된다. 음식이 나오는 모든 과정은 1분이면 ‘OK’. 패스트푸드보다 빠르다.
손님들의 호기심 어린 반응도 좋지만, 직원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장준호 빕스 등촌점 점장은 CNB에 “이전까진 직원이 뜨거운 육수가 있는 조리대 앞에서 상주하며 반복적인 일을 했었다”며 “로봇 셰프가 들어오면서 힘들고 어려운 업무를 분담하게 됐고, 따라서 직원들은 고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최초다.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G전자가 국내외에서 ‘셰프봇’을 처음으로 선보인 사례이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요리사가 들어선 등촌점은 1997년 문을 연 CJ푸드빌의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의 1호 매장이다. 양사는 최근 메뉴에서 프리미엄 요소를 극대화한 가운데 리뉴얼을 마친 이곳을 시작으로 로봇 도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노진서 LG전자 로봇사업센터장(전무)은 “CJ푸드빌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식음료 산업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도를 제고해 해당 사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