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 대신 ‘투명 옷’으로 갈아입어야만 한다. 지난달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 하위법령이 시행된 음료·주류 업계 이야기다. 골자는 포장재를 4개 등급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하는 식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과 라벨이 떨어지지 않는 일반접착제는 사용 금지되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업체의 분담금은 늘어난다. 즉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는 업체는 점차 상품을 팔기 어렵다. 개정안 시행 이후, 업계의 대응을 살펴본다.
음료업계, 페트병부터 라벨까지 ‘재활용 고려’
생수, 차부터 톡 쏘는 탄산까지. 다양한 상품을 보유한 음료업체들은 제품 특성에 맞게 다채로운 색상의 페트병을 선보였다. 그러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발 빠르게 투명색 용기로 전환을 시작했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18년 ‘트로피카나 스파클링’과 ‘델몬트’를 속이 비치는 용기로 변경했고, 이듬해 상반기에는 ‘밀키스’도 전환했다. 이어 지난달 23일 대표 제품 ‘칠성사이다’의 초록색 옷도 투명 단일 재질로 바꿨다. 약 1년에 걸친 제품 시험 및 테스트를 통해 맛과 향, 탄산 강도, 음료 색 등 품질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마무리한 결과다.
이 회사는 제품 라벨도 분리배출을 고려한다. 주로 ‘분리형 라벨’과 ‘에코 절취선’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분리형 라벨’은 열알칼리성 분리배출 접착제를 사용한다”며 “수용성이기에 재활용 업체에서 특정 온도로 물을 끓이면 쉽게 라벨을 분리할 수 있다. 반면 접착제를 쓰지 않고 제품 본체에 라벨을 두르는 ‘풀 라벨’은 재활용 처리 시설에서 분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에코 절취선(2중 절취선)’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재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패키지 연구에 앞장서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페트병 회수 캠페인 등을 추진하며 자원순환 활성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코카콜라는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자사 모든 음료의 용기를 친환경 패키지로 교체한다. 지난해 4월 탄산 제품 ‘스프라이트’를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했고, 다른 제품들도 순차 변경 중이다. 또 2030년까지 모든 음료 용기를 수거 재활용하는 ‘지속가능한 패키지’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소주 ‘적극 도입’ 맥주는 ‘신중’
주류업계는 반응이 엇갈린다. 소주 업계는 적극적으로 투명 플라스틱병 도입에 나섰지만, 맥주 업계는 다소 신중하다.
우선 유리로 만들어진 소주병과 맥주병은 현재 색상을 유지할 수 있다. 각 업체가 녹색 소주병과 갈색 맥주병을 그대로 회수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접촉되지 않는다. 문제는 페트병이다. 유색 플라스틱병은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주 업체들은 녹색 페트병을 순조롭게 교체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0월 소주 ‘참이슬’을 해당 페트병으로 출시했고, 롯데주류 역시 소주 ‘처음처럼’을 12월부터 투명하게 바꿔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제주소주’는 자원재활용법 개정 시행에 맞춰 ‘최우수등급’ 페트를 선보였다. 국내 최초로 최우수등급 포장재 라벨링 특허를 획득한 남양매직과 협업을 통해 최우수등급 포장재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한 것. 라벨 접착제 면적을 환경부 기준인 0.5%보다 낮은 0.3%로 도포해 풍력 선별기나 50℃의 열에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우창균 제주소주 대표는 “제주소주 ‘푸른밤’이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 후 처음으로 포장재 ‘최우수등급’을 받는 제품이 된다”며 “제주소주는 국제표준 환경경영체제 인증을 획득하는 등 친환경 행보에 앞장서 온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친환경 활동들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갈색으로 생산되던 맥주 페트병은 상황이 복잡하다. 용기를 투명하게 바꿀 경우, 내용물이 변질될 수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뒤따르면서다. 이에 환경부는 연구용역을 발주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산업이다 보니, 정부의 환경 정책에 발맞춰 가겠지만, 맛 변질 등이 걱정되는 만큼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일단 연구 결과가 나와야 업계의 구체적인 대응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