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리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사업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회사를 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우리·하나금융 등 국내 4대 금융 그룹들의 투자부동산은 총 4조 2050억 원으로 지난해 말(3조 6839억 원)보다 14.1% (5211억 원) 늘어났다.
정부는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앞으로 공모 리츠에 대해 5000만 원 한도로 3년 이상 투자 시 배당소득을 일반 금융소득 세율보다 낮은 9%로 분리과세 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공모 리츠에 유도하기 위해 공모 리츠의 현물출자 과세특례 적용 기간도 2022년까지 연장키로 했다.
부동산에 집중하는 금융지주사
신한금융은 리츠 운용업만을 다루는 신한리츠운용을 통해 리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래 부동산에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해 2017년 리츠 운용회사를 설립해 변화를 꾀했다. 초기에는 계열사들이 임차하는 오피스빌딩 등을 상대로 공모했지만, 점차 외부 우량자산을 편입해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9600억 원 규모의 리츠 사업을 운용 중이다.
KB금융도 부동산신탁회사를 통해 리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옛 주택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정보와 관련한 노하우를 리츠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지난해 상반기 기준 30조 원가량의 수탁고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재개발 ·재건축 등 신탁방식 정비사업 시장에 활발히 참가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하나자산신탁을 통해 구 하나·외환은행의 합병으로 폐쇄된 점포 60여 곳의 부지를 활용해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에는 정비사업과 기업형 임대주택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사들이 리츠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리츠 시장이 급성장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 25조 1000억 원이던 리츠 자산규모는 2017년 8월 말 29조 2000억 원으로 4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2019년 11월 기준 리츠 자산총액은 48조 1000억 원이다.
높은 수익률도 장점이다. 수탁고가 2007년 76조 6000억 원에서 2017년 178조 5000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신탁보수도 2007년 1949억 원에서 2017년 6886억 원으로 3배가량 상승했다.
부동산 공모 리츠 시장 활성화 되나
국내 공모 리츠 시장은 선진국보다 시장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2001년 리츠 제도 도입 이후 기관 투자자나 거액 자산가 중심의 사모·비상장 리츠를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상장 리츠도 현재 5개로, 미국(245개)이나 일본(63개), 호주(53개)보다 수가 적다.
하지만 최근 공모 리츠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투자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롯데 리츠는 경쟁률이 63.3대 1이나 됐다. 공모 리츠 사상 최대 경쟁률로, 청약증거금으로만 4조 7600억 원이 몰렸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도 공모 당시 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 리츠가 관심을 끄는 건 다른 투자 상품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리츠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임대주택 제외)은 지난해 8.5%에 이른다. 국토부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연 5%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공모 리츠의 흥행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초저금리 시대의 대안을 찾는 투자자의 수요는 많지만 이를 충족시킬 만한 상품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