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약정이 끝났다. 이번 기회에 이별을 시도해보려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TV 시청 빈도가 스마트폰보다 적어지고 있다. 매달 자동이체되는 비싼 월 요금에 비해 안보는 채널이 너무 많다. 그리고 TV 프로그램 다시보기나 영화 등 VOD를 볼 때 별도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하거나, 해당 요금을 지불하고 나서도 꼬박꼬박 광고까지 붙는 것 등이 매우 거슬린다.
이런 꼼수의 ‘불편’과 ‘부당함’이 지적된 것이 십 년은 족히 됐는데 아직도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도 괘씸하다. 통신사들은 오히려 ‘말귀 약간 알아듣는 스피커’를 앞다퉈 추가하고 더 비싼 요금을 매겼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만당한다는 기분이 들 만 하지 않은가?
마침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다양한 OTT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자 역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콘텐츠에 쓰는 지출이 확실히 늘었다. 넷플릭스가 팬데믹 시대 최고의 수혜 기업이라는 말을 스스로 입증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IPTV의 대안으로 삼을만한 여러 OTT 서비스를 직접 구독까지 하면서 살펴보는 중이다.
티빙+웨이브면 대부분의 채널 본다?
우선, 국내 TV 프로그램 위주의 시청 패턴을 고려했다. 따라서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를 둘 다 보면 지상파, 종편, 주요 케이블TV 등 어지간한 TV 채널은 모두 볼 수 있어 IPTV의 대안으로 괜찮다고 판단했다.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 ‘삼시세끼’, ‘쇼미더머니’ 등 tvN, Mnet의 콘텐츠가 많은 편이어서 먼저 티빙에 유료 가입했다. 영화가 아닌 한 화질은 부차적인 조건이라 여겨 월 5900원짜리 요금제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CJ ENM 및 JTBC 등의 인기 콘텐츠를 출퇴근 길에 VOD로 즐길 수 있는 점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실시간 방송에는 여전히 광고가 너무 많고 최신 영화 등 일부 콘텐츠에 붙는 별도 과금이 거슬렸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연합이어서, 콘텐츠웨이브는 SK그룹 계열사라는 이미지가 있고, 어쩐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 및 SK브로드밴드와도 밀접하게 연계가 될 것 같다.
실제로 SK텔레콤 이동통신 가입자나 SK브로드밴드 Btv에는 웨이브와 관련된 결합요금이나 부가서비스 요금상품이 있다. 일반적인 웨이브 월정액 요금에 비해 다소 할인된 혜택이 주어진다.
웨이브, Btv 가입자에게도 장벽 높아
그런데 실은 이 ‘약간 저렴함’이 혜택의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통신 상품의 가입자라고 해서 웨이브 사용 시 대단한 부가 혜택이나 서비스는 더해지지 않는다.
우선 Btv와 웨이브의 동시 가입자라 해도 웨이브 콘텐츠를 TV로 볼 수는 없다. 웨이브 측에 따르면, IPTV 사업자와 지상파 사업자의 계약관계에 따라 모든 IPTV 셋톱박스에서 웨이브 앱은 설치 및 사용이 불가능하며, 이는 Btv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스마트TV나 샤오미 미박스 같은 안드로이드TV에는 웨이브 앱을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용 앱이 아닌 웨이브 앱은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서비스하지 않는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OTT 서비스였던 푹(POOQ)과 SKT의 옥수수(oksusu)가 합쳐졌다. 하지만 지상파 위주의 서비스 정책 때문에 과거 옥수수와는 콘텐츠 제공 범위가 달라졌다. 심지어 웨이브가 되면서 JTBC와의 계약이 끝났다. 이에, 과거 옥수수에 만족했던 일부 SKT 가입자들은 웨이브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유료 가입자에게도 일부 콘텐츠에 대해 별도 과금하거나, ‘퀵 VOD’ 같은 대표 서비스에 광고 두 편을 꼭 붙이는 것 등은 IPTV, 티빙과 마찬가지로 자주 거론되는, 웨이브의 고질적인 불만 요소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1위인 이유
옥수수 때도 그랬지만 SKT 이동통신 가입자 풀을 기반으로 한 웨이브는 티빙, 왓챠플레이 등 다른 국산 OTT에 비해 월등히 많은 가입자 수를 자랑한다. 하지만 지금 ‘업계 1위’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그보다도 훨씬 많다.
넷플릭스는 실시간 TV 방송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매년 십수조 원을 투자해 전 세계에서 직접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대량으로 독점 공개한다. 게다가 처음 한국 시장에서 약점으로 지목됐던 한국어 콘텐츠 부족 문제도 국내 방송사 및 콘텐츠 제작사들과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많이 해결한 모습이다. ‘킹덤’처럼 한국에서 세계로 향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다.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문제는 웨이브와 티빙 사용자들이 보이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인데, 넷플릭스는 이 점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콘텐츠 제작과 UI 구축 등에 드는 비용은 유료 가입자들이 내는 월정액 구독료가 전부다. 넷플릭스는 일체의 어떤 별도 과금을 하지 않고, 광고도 없는 쾌적한 초고화질 시청 환경을 제공한다. 구독료가 다른 OTT에 비해 더 비싼 편도 아니다.
즐기기 좋은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고, 그것을 선택, 재생하고 시청하는 과정에 걸리적거릴만한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은 모든 OTT가 갖추어야 할 경쟁력의 본질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이 원칙을 가장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 치열한 시대 '꼼수' 보다 '원칙' 중요
한편, 다양한 구독형 상품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고정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제 스마트한 소비자는 더 나은 서비스와 특별하고 독점적인 콘텐츠가 없는 플랫폼으로의 무의미한 지출을 중단하는 데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 페이’ 기술 또한 고도로 발달하여, 휴대전화 카메라에 얼굴만 보여주면 결제가 되는 시대가 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결제가 쉬워진 만큼, 결제 취소, 구독 관리 등도 전보다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 말은 기존에 확보한 구독자가 이탈하는 것도 그만큼 쉬워졌다는 얘기다.
‘포스트-코로나19’ 시대는 곧 OTT의 전성시대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넷플릭스처럼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 구독자가 이탈하기 쉬운 결제 환경 등은 OTT 후발주자들에게 그다지 우호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OTT 업체들은 ‘별도 요금’ 콘텐츠나 광고 끼워 넣기, 교묘한 결합요금 상품 같은 꼼수로 수익률을 높이는 데 급급하기보다, 양질의 콘텐츠와 쾌적한 시청 여건이라는 OTT의 본질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