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9호 옥송이⁄ 2020.07.03 10:07:49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소비 세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개인주의 성향, 최초의 디지털 원주민 등 다양한 특성으로 주목받던 이들이 최근 금융권에서도 화두다. 발단은 20대~40대에 접어든 밀레니얼이 ‘경제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다. 문제는 이전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소비 성향으로 인해 기존 금융서비스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금융권이 회사 ‘안팎’으로 밀레니얼을 강조하게 된 이유다. ②편은 금융에 대한 젊은 층의 태도를 살피고, 이를 반영한 은행들의 ‘밀레니얼 맞춤형’ 서비스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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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밀레니얼 만나다 ①] 궁금한 금융사들 “20·30대 직원 의견 청취부터”
“‘욜로골로’는 싫어” … 밀레니얼 ‘반전 있는 소비’, 재정관리 관심↑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밀레니얼 세대가 오히려 무계획적인 소비보다 저축을 우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밀레니얼만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게 된 배경이다.
지난 2017년 등장한 ‘욜로족(You Only Live Once)’은 젊은 층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경제불황, 구직난 등 불확실한 미래에 부딪힌 젊은이들이 저축보다는 소비를 택하면서다. 그러나 최근 근시안적 소비에 대한 젊은 층의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욜로골로(욜로하다 골로간다는 의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일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3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밀레니얼 세대의 재무 습관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3.2%가 평소 예산에서 저축을 우선하고 남은 돈으로 소비 활동을 한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88.6%는 월별 예산 계획을 수립해 관리한다고 답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강했다. 응답자의 55.2%가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자신의 재무관리에 대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다는 대답도 57.3%에 달했다.
은행권, 전용 상품·사회공헌으로 ‘밀레니얼 고객’ 사로잡기
신한은행은 밀레니얼 가운데서도 재무관리를 처음 시작하는 20대를 주목했다. 이번 달 12일 선보인 ‘Hey Young’은 20대만을 위한 전용 브랜드로, 이들의 성공적인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이 출시 취지다. 브랜드명은 다른 사람을 부르는 ‘Hey’와 젊음을 의미하는 ‘Young’을 합성해 만들어졌으며, Young은 시작점, 기준점을 뜻하는 숫자 ‘0’과 함께 중의적인 뜻을 나타낸다. 상품 및 서비스는 20대 생활패턴에 맞춰 머니박스, 체크카드, 모바일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0대 고객들의 최근 니즈를 반영한 새로운 상품, 서비스, 전용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올해 초부터 기존 S20 브랜드를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 출시를 준비해왔다”며 “앞으로 20대 고객들의 성공적인 금융 라이프를 돕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고 모바일 플랫폼도 업그레이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취업·진로 걱정을 안고 있는 20·30대 ‘취업준비생’ 맞춤형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2주간 진행하고 있는 ‘우리의 청춘, WOORI를 입다’ 캠페인은 면접 시 정장을 마련해야 하는 취업준비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로 계획됐다.
우리은행 임직원은 정장, 셔츠, 벨트, 넥타이 등의 의류를 비영리단체 ‘사단법인 열린옷장’에 기부하고, 열린옷장에서는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에게 해당 의류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방식이다. 특히, 사내소통 게시판 의견을 반영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우리 은행 측은 “이번 기부 캠페인은 소통과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만든 사내 소통게시판 ‘우리들의 생각 나눔터’에 올라온 한 직원의 제안에서 시작됐다”며 “6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임직원 복장 자율화로 인해 사용하지 않는 정장을 청년 구직자를 위해 기부하자는 의견이었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직원의 공감을 얻어 해당 캠페인으로 활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속 챙기는 밀레니얼, IT기업의 금융서비스 이용률 높아 … 은행, 젊은 층 잡아야 성공한다
금융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단번에 고객층으로 만들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밀레니얼은 이전 기성세대와 다른 ‘복잡한’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금융 정보나 혜택을 추구하는 반면, 기존 금융사들을 온전히 믿고 따르지 않는다.
이 세대는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10~20대에 겪었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모 세대를 직접 목격했다. 이 같은 이유로 밀레니얼은 기성세대보다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기술력을 보유한 IT기업들을 신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올해 처음 조사한 ‘간편송금 이용 시 수취인 지정방식’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6.1%가 계좌번호를, 43.9%는 전화번호 및 메신저 계정을 지정한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간편송금 시 전화번호 또는 메신저 계정을 이용하는 비율이 54.7%에 달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카카오페이’나 ‘토스(toss)’ 등 IT기업의 금융서비스 이용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금융 업계 역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출시가 중요해졌다”며 “이들은 디지털에 익숙해 다양한 채널에서 정보를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사에만 전적으로 의지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시중 은행들이 향후에도 성공하기 위해선 20·30대 고객을 위한 친근한 콘텐츠, 간편한 서비스를 지속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